문화기술지,
생애사 연구,
전기/평전,
자서전/회고록,
그리고 자문화기술지...
굉장히 유사한 패턴을 나타내면서도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엄격히 다른 유형으로 나타나는 연구방법들이다.
연구 대상, 그리고 저자의 시점에서 일단 차이를 나타내며,
객관성과 주관성, 자기성찰적 성격과 형식의 엄격성 등에서 차이가 드러난다.
자문화기술지는 전통적인 문화기술지와는 다르게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주관적인 성격을 갖지만,
개인적 삶의 내러티브에 주목하는 생애사 연구에 비해서
자문화기술지는 연구 참여자와 연구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자문화기술지는 자아를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 지나치게 관대하기에
기존 사회과학 연구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아왔지만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많이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
자문화기술지라는 용어는 1975년 인류학자 하이더(Heider)가 처음 사용했지만,
현대적 의미의 자문화기술지는 하야노(Hayano)의 연구들에 의해서 본격적으로 도입되었고,
리드-다나헤이(Reed-Danahay)와 엘리스와 보크너(Ellis & Bochner)에 의해 학문적으로 체계화된다.
자문화기술지는 저자 자신이 체험한 과거의 경험이나 사건들을
시간순서에 따라서 일정한 형식으로 말하거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의미하며,
고도로 감성적이고 사적인 글쓰기 방식을 활용하면서도 개인의 삶을 이론적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자문화기술지에서는 개인의 주관성을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형성된 것으로 본다.
자아성찰적이면서 사회문화적인 자아가
연구자의 관점에서 자신과 타자, 문화를 연결하면서,
삶과 인간 그리고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하고자 한다.
자문화기술지는 굉장히 주관적인 면이 드러나면서도,
개인적인 삶에만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문화적 측면을 고려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러한 자문화기술지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글쓰기 방법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학문적 글쓰기와는 분명히 차이가 존재하며,
저자는 문화기술자처럼 사고하고 소설가처럼 써야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굉장히 애매한 표현이다.
엄밀한 사고과정을 하면서 동시에 유연하고 창의적인 글쓰기를 하라는 것이다.
이를 좀 더 어렵게 설명하면,
연구 주제와 결과에 대한 저자의 객관적인 분리와 주관적인 몰입의 긴장관계를 관리할 수 있는
'변증법적 비평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왠지, 괜히 이야기한 것 같기도 하고...)
암튼, 굉장히 사실적이고, 감성적이고, 해석적이며 창조적인 글쓰기를 요구하고 있기에,
다양한 글쓰기 방식을 혼합하거나 재구성하여 자신만의 대안적 글쓰기를 시도해야만 한다.
뭐... 이건...
그냥 엄격하게 전통적 문화기술지를 쓰라는 것도 아니고,
문학 장르처럼 창의적으로만 쓰라는 것도 아니기에 오히려 더 어려워보인다.
+
질적연구방법을 공부하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생각보다 다양한 연구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차이가 크지는 않다는 것이다.
관점의 차이, 대상의 차이, 서술 방식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아주 획기적인 차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애매모호한 면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물들을 보고 있으면,
확실히 약간 다른 접근들이 굉장히 다른 결과물들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도 같은 방법으로 접근한 연구의 결과물들도 차이가 엄연히 존재한다.
어찌보면 방법론이라는 것은 방향만 제시해줄 뿐 결과물을 창의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연구자의 몫인 것 같다.
어찌보면 이렇게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질적연구방법이 가지고 있는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리고, 창의성과 주관성의 경계에서 어디까지를
과학적 연구의 영역으로 받아줄지의 문제도 많이 생각해봐야하는 문제인 듯하다.
창의성을 요구하기는 하지만,
신뢰성과 타당성의 문제는 항상 발생할 수 밖에 없으며,
과학적 연구를 요구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인사이트를 제시하지 못하는 연구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질적연구의 영역...
참으로 매력적인 영역임에는 틀림없지만, 쉽지않는 작업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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