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성 안에는 북해-중해-남해로 이어지는 큰 인공호수와
이보다는 작지만 황성 밖으로 일반인들이 거주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한 스차하이(什刹海)가 존재했다.
황성 안에는 자금성에 못들어간 중요한 기구들이 모여있었기에,
당연히 돈있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스차하이(什刹海) 주변에 대저택을 짓고 살게 된다.
베이징에서 가장 낭만적인 장소라고 소문이 자자하지만,
쑤저우에 살다가 온 누나가 보기에는 애들 장난이냐고 콧방귀도 안뀌었다.
(쑤저우는 호수의 도시로 옛부터 중국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동네로 유명하다)
청나라 시절 지배층이였던 만주족이 주로 여기에 모여살았고,
한족들이 주로 모여살던 남쪽 지역의 후통들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남쪽의 후통투어들이 진짜 동네 낡은 건물들을 보는 것이라면
이 동네 후통투어는 나름 괜찮은 저택들을 보는 것이라서 사실 상 후통투어의 핵심이 바로 여기이다.
스차하이(什刹海)일대의 가장 대표적인 건축물이 바로 궁왕푸(恭王府)이다.
1777년 건륭제의 총애를 받던 권신 화곤의 사저였는데,
그는 부정축재로 자결을 명령받았고 그의 집은 국가에 귀속되었다고 한다.
이후 주로 황제가 되지 못한 왕족들에게 주로 하사되었는데
나약했던 함풍제와 권력을 분점했던 공왕 혁흔이 집주인이던 시절 호화롭게 단장됐다고 한다.
궁왕푸(恭王府)는 국가에서도 지정한 별 4개짜리 관광지로
상하이에서 예원(豫园)을 방문했을때 느꼈던 느낌을 그대로 받을 수 있었다.
일정상 융허궁(雍和宮)을 방문하지는 못했는데 거기도 여기와 비슷한 느낌을 받지 않을까 싶다.
이들은 분명히 황제가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자신이 사는 공간을 황제가 사는 곳만큼 호화롭게 만들어놓았다.
건물을 호화롭게 짓지는 못하기에 정원을 꾸미는데 굉장히 공을 들인다.
(물론 융허궁의 경우에는 아예 구조를 자금성과 동일하게 만들어 놓기는 했다고 한다)
이것저것 진귀한 것을 끌어모은 것이 황제의 어화원(御花園)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역시나 뭔가 어설픈 맛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아무리 난리를 쳐도 황제를 따라갈 수는 없었던 것같다.
쓸데 없는 몸부림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하는
그리고 예원(豫园)에서와 마찬가지로 참... 돈쓸데가 이렇게 없나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 일대에는 현대사에 족적을 남긴 사람들의 기념관과 고거도 몰려있다.
(역시나 목이 좋기에 혁명의 영웅이라고 불리는 자들도 이곳으로 모여들기는 마찬가지인듯...)
현대 중국의 대문호로 추앙받는 천재 작가 궈모뤄의 고거
쑨원의 부인이자 중화인민공화국 부주석을 역임한 쑹칭링의 고거
폐왕별희의 실제 모델이였던 경극 배우 메이란팡의 기념관
셋 중에 인지도는 가장 낮았지만,
거리상 가장 가깝기에 다른 사람들은 포기하고 궈모뤄의 고거만 방문해보았다.
(역시나 모르는 사람이라 감동이 약했으나 중국은행 간판 글씨를 쓴 사람이라는 점 하나는 발견했다)
이 동네도 좀 더 훌터보고 싶었지만,
시간 관계상 그냥 옌다이셰제(烟袋斜街)로 넘어가게 되었다.
옌다이셰제(烟袋斜街)도 골동품을 판매하는 동네이지만,
왕푸징다제(王府井大街)나 첸먼다제(前門大街)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옌다이셰제(烟袋斜街)의 상인들은 주로 황궁으로 들어가는 물품이 아니라,
스차하이(什刹海) 일대에 거주하고 있던 왕부와 관료들에게 생필품을 팔던 구역이기 때문이다.
확실히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맛은 있었으나,
너무나 길도 좁고 생각보다 물건도 많지 않아서 금방 길이 끝나버린 느낌이였다.
확실히 우물의 흔적만 남고 완전히 사라져버린
왕푸징다제(王府井大街)보다는 전통적인 느낌이 많이 살아있기는 했지만,
유명 관광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이야기하기에는 뭔가 어설픈 느낌이 많이 들었다.
스차하이(什刹海)일대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쑤저우와 자꾸 비교를 하게 되는데,
쑤저우에서 방문했던 2층으로 쭉 뻣어있던 샨탕제(山塘街)의 상업거리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한 느낌이다.
확실히 베이징은 하나하나가 오래되기는 했지만
뭔가 좀 시원시원스럽게 잘 정리된 느낌은 부족한 듯하다.
어찌보면 이게 베이징의 매력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
이에 비하면 다음에 소개할 난루오구시앙(南锣鼓巷)은 나에게는 훨씬 매력적인 곳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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