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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_이기문_크래프톤 웨이 Krafton Way

열린 공동체 사회 2023. 12. 19. 10:28

 

 

IPO를 앞두고 있던 2021년 7월 발간된 크래프톤의 10년의 도전에 대한 이야기

 

10년을 정리한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IPO를 준비한다는 관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책이다.

무엇보다도 사내 이메일을 모두 공개해 제 3자의 시각으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기록이다.

 

자기자랑만 계속 써 있었다면 진부한 자서전이 될 수도 있었지만,

크래프톤의 전신인 블루홀의 솔직한 실패 스토리는 많은 영감을 줄 수 있었다.

 

개인이 아닌 6명의 공동설립자가 팀창업의 방식으로 시작한 일이기에,

나에게는 더더욱 공감하면서 읽을 수 밖에 없었고 지난 나의 실수들을 돌아볼 수 있었다.

 

특히 블루홀의 첫 작품 ‘테라’가 출시될 시절.

나는 게임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게임 회사에 입사해 마케팅업무를 막 시작했었다. 입사하자마자 합류한 대형 MMORPG 런칭이 실패한 직 후였기에 블루홀의 테라와 엔씨소프트의 블소는 벤치마킹의 대상이면서 동경의 대상이기도 했다. 당시 네오위즈에서도 리니지2 개발자를 영입해 또 다른 대형 MMORPG 개발을 진행중였고, 퇴사할 때까지 해당 게임의 마케팅 담당자로 MMORPG시장의 흐름에 주목하던 시절이기도 하다. 테라가 출시 이후 예상보다 못한 실적으로 고전을 하고 있는지는 알았지만, 그래도 그 정도면 평타라는 평을 받은 편이라서 블루홀 내부의 생생한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업의 본질상 컨텐츠 산업이기에 수많은 작품들을 런칭하고, 그중 성공한 일부 작품이 전체 회사를 먹여살리는 구조이다. 확실한 자본줄이 없으면 사실 버티기 어려운 시장이고, 엔씨와 넥슨이 절대강자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20년 넘게 수익을 꾸준히 가져다주는 고전 게임들이 받여주기 때문에 가능한 산업이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블루홀의 도전은 매우 혁신적이였지만 반면에 굉장히 무모하기도 했다. 작품 하나에 올인했기에 성공하지 못하면 폭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였다. 게다가 게임 개발이라는 것이 종합적인 작업이라서 게임 안의 복잡경영계가 어디로 튈지를 모르는 일들이 항상 발생한다. 그런데 ‘온타임 온 버짓’이라는 전략을 사용했다는 것도 매우 과감한 도전이었다. 빠르게 빌드업해서 테스트하고 다시 수정해서 만들어내는 스프린트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은 다들 알지만, 복잡한 개발의 과정에서 쉽게 적용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암튼 업계 관행이였던 이러한 접근들을 한 방에 날려버리고 크래프톤은 한국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게임회사의 반열에 올라버렸다. 피를 말리는 순간 베그의 성공이 그동안의 고생을 한 번에 날려버렸지만, 그 기반에는 10년간의 수많은 도전에서 배운 경험이 있었다. 역시 결과적으로 성공하면 혁신이 되는 것이고, 실패하면 무모한 도전으로 끝나는 것같다. 결국 블루홀은 베그를 통해서 게임체인저가 되었고, 아이러니하게도 블루홀의 비전이 달성되는 순간, 회사 이름은 새로운 비전에 맞게 크래프톤으로 다시 바뀌었다. 그리고 이제는 또 다른 성공을 위해서 준비하고 있다. 참 부러우면서도 나도 해보고 싶은 일이다. 기존의 관행을 깨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낸다는 것.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크래프톤이 성공해서가 아니라, 10년이라는 과정 속에 주옥같은 경영적 인사이트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멋들어진 이론이 아니라 그대로의 생생한 경험이 담겨있어서 수많은 창업가들이나 경영자들에게는 교과서 같은 책이 있다. 편의 소설을 읽듯이 너무나 술술 읽어내려갔지만, 게임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에게는 너무 생소한 용어가 많을 수도 있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도 게임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회의에 들어가 마치 바보가 느낌이였기에 그들만의 용어와 로직이 얼마나 많은지 게임업계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조금만 참고 읽어내려면 너무나 배울 것이 많은 책이고, 관련 업계 사람이 아니여도 IT기업이 일하는 방식을 자신들의 현장에 적용한다면 많은 변화를 이루어낼 있을 것이다. 나도 처음 그들만의 세상으로 느꼈지만, 이제와 돌이켜보면 게임회사에서의 4년의 경험은 나에게 많은 것은 가르쳐줬고 많은 변화를 이끌어내주었다. 급격히 변화하는 시대에 어쩌면 가장 빠르게 변화를 받아들이고, 조직 경영의 원리가 가장 빠르고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곳이 이쪽 시장은 맞는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