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이 순간의 역사
- 국내도서
- 저자 : 한홍구
- 출판 : 한겨레출판 2010.03.08
이 책은
2009년 한홍구 교수가 진행했던
현대사 특강의 내용을 책으로 출간한 것입니다.
강의 내용을 책으로 그대로 출간해서
구어체로 되어있기에 굉장히 술술 읽히는 책인데,
그 내용이 워낙 심오해 그냥 술술 읽을 수가 없는 책이죠.
1980년 광주 이후 30년이라는
가장 최근의 현대사를 쭉~~ 정리해놓고 있습니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각 정권별 주요 사건들을 중심으로
이해하기 쉽게 전체적인 맥락과 의미에 대해서 집어주고 있지요.
분명히 6명의 대통령을 비슷한 분량으로 다루고 있는데,
기억에 강렬하게 남은 것은 역시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입니다.
이 특강이 두 대통령이 서거하신
이 후에 진행된 점도 있기는 하겠지만,
분량만으로 보면 절대 다른 대통령보다 많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대통령의 임펙트가 큰 것은
현대사에 남긴 족적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룬 수 많은 사건 중
가장 인상깊은 3가지 사건을 뽑아서 정리해봤습니다.
+
이 책은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시작합니다.
분명히 민주 세력이 패배한 사건입니다.
군사정권은 원하던대로 학생들이 움직여줬기에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었고 감사한 마음으로 진압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5월 27일 새벽 전남도청에서는
죽을 것을 뻔히 알고 그 자리를 지킨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돌아가신 분들과 행방불명을 합쳐 500명이 넘지 않은 것같습니다. 우리 역사에서 200명, 300명 죽은 사건이 어디 광주뿐인가요? 제주 4.3사건이 있죠 공식적으로 정부에서 확인해준 것만 해도 3만 5천 명이에요. 사실은 훨씬 더 많이 죽었죠. 한국전쟁 때는 어땠어요? 차이라고 한다면 광주에는‘27일 새벽의 도청’이 있었다는 겁니다. 죽을 것을 뻔히 알고 죽음을 기다리면서 그 자리에 지킨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저는 광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p.54)
그들은 역사의 한 점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들은 죽을 줄 뻔히 알면서도 도청을 지켰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죽음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았고 민주화의 성지를 탄생시켰죠.
광주 사건 이후 80년대 민주화세력은 바보처럼 싸우기 시작합니다.
목숨 걸고 죽은 광주 사람들도 있는데, 이 정도쯤이야~ 라는 인식이 퍼집니다.
지금의 우리는 그들의 피를 기반으로 설 수 있었다고...
그래서 30년이 지난 지금도 절대로 80년의 광주를 잊어서는 안된다고...
+
반대로 수구세력이 목숨을 건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6.29선언이었습니다.
한국의 수구 세력 입장에서 볼 때 6.29선언은 필사의 탈출이었죠. 아마도 친일파가 해방 직후의 위기 상황을 돌파해낸 것, 2004년 탄핵 직후에 살아남은 것과 함께 수구세력의 3대 대첩이라고 불러야 할까봐요. 양김을 갈라놓으면 승산이 있다. 그 틈새로 돌파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저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정말 목숨을 걸고 돌파해낸 겁니다 (p.143)
지금 생각해봐도 묘수였던 것 같습니다.
시위대의 핵심 주장인 직선제라는 카드를 받아들이면서,
김영삼과 김대중의 분열, 그리고 민중운동과 시민운동의 분열을 이용한 거죠.
작전은 기가 막히게 들어맞았고,
북풍까지 힘을 더해서 노태우 대통령 탄생을 성공시킵니다.
역시 위기의 순간에 목숨을 걸 때
진정한 승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세삼 느껴지는군요.
이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된 것은
바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이였죠~
4년 남은 대통령직을 걸고 벌인 승부수에서~
국민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기가 막히게 살려줍니다.
+
역시 이 책의 백미는 노무현 대통령 파트입니다.
인동초 김대중 대통령도 인상깊지만,
바보 노무현의 인생은 한 편의 영화와 같았습니다.
청문회에 혜성과 같이 등장하더니,
3당 합당 때부터는 바보 정치인의 길을 걷습니다.
선거에서는 계속 떨어지지만,
선거에 떨어질수록 인기는 높아만 갑니다.
드라마 같은 경선과 대선으로
예상치 못한 개천에서 난 용이 되어버립니다.
탄핵으로 죽었다가 다시 더 강하게 부활하기도 하고,
동지라고 불리던 노동자들에게 배신자 소리도 듣습니다.
자신을 믿어준 사람들에게 미안해하면서도,
속 시원하다며 시골로 내려가 농사짓던 대통령은
죽음이 투쟁이 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해놓고,
결국 마지막 투쟁으로 스스로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립니다.
죽음으로 모든 책임을 혼자지고 가버려서
이제는 더 이상 욕도 못하게 만들어버리고,
수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정의가 이기는 세상'을 꿈꾸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저자는 굉장히 담백하게 설명하고 있는데도,
한 줄 한 줄 읽어내려가면서 눈물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80년대 운동권이 정치계에 진출하고
모두 다 기존 정치권과 동일하게 변했을 때
노무현 대통령만은 대통령이 된 후에도 바보짓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런 노무현 대통령이기에,
나의 가슴 속에서는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 - 김대중
깨어있는 시민 - 노무현
민주당사 앞에 있는 이 흉상들이
절대 부끄럽지 않은 민주당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
한홍구 교수는 아래와 같은 당부의 말로 강의를 마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우리 역사를 만들어갑니다. 한국 현대사를 공부하면서 제가 느낀 점이 무엇이냐 하면, 역사는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지금 이 순간, 이 순간의 주자는 바로 여러분이고, 여러분은 역사를 그냥 배우고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창조하는 주인입니다.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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