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Innovation/Co-operatives

주식회사의 한계와 협동조합 회사

열린 공동체 사회 2013. 12. 11. 20:53

식민지 개척 시절

17세기 이후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에서는

식민지 개척은 규모가 커서 엄청난 자금이 필요한데 반해,

사업의 너무 큰 위험성 때문에 대출을 받기가 어려웠다.


이에 국왕의 특허를 얻어 유한 책임만 지는 형태의

동인도 회사나 남해 회사 같은 주식회사의 기업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유한 책임이라는 개념이 굉장히 중요한데,


원래 기업이 망하면

기업을 만든 사람이 책임을 져야했기 때문에,

아무리 돈이 많아도 함부로 기업에 투자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유한 책임의 개념이 생기면서,

자신이 직접 소유하거나, 사업에 대한 책임도 없이

오직 투자한 만큼의 수익을 돌려받는 것이 가능해졌다.


금융거래에 있어서 새로운 바람이 일어난 것이다.

물건이나 사람이 오고가는 것도 없이 오직 돈만 움직이는 것이다.


이에 욕망에 눈이 먼 투기가 성행하기 시작하지만,

남해 회사의 파산에 이어서,

프랑스와 영국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금융 공항이 발생하게 된다.

 

주식회사에 대한 환상이 깨지기 시작하면서 이를 규제하기 위해,

1720년 거품법이 제정되어 주식회사의 설립을 제한하기 시작한다.


 

1844년 주식회사법 (The Joint Stock Companies Act)

1855년 유한책임법 (The Limited Liability Act)

1862년 회사법 (Companies Act)


등을 거치면서 주식회사의 개념이 체계화 되었으며,


법인(artificial person)의 성격이 부여되었고,

매매 가능한 주식발행이 허용되었으며,    

투자자의 유한책임이 보장되게 되었다.


이자에 대한 부담없이

막대한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주식회사는

기업을 설비하고 운영하기에는 최고의 방식이였고,


19세기 이후 오늘날까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가장 지배적인 기업 형태가 되었다.


+



이러한 주식회사의 특징에 대해서

전남대 철학과 김상봉 교수는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에서

주식회사의 유한 책임은 유한 권리의 원칙이라고 지적한다.


유한한 책임만 지는 주주로서는 결코 주식회사를 전체로서

자기 것이라고 주장할 권리가 없는 것이다. (p. 161)

결과적으로 누구도 주식회사를 소유하거나 지배할 수 없는 상황이다. (p.161)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서평 보러가기 < 클릭


김상봉 교수는

주식회사의 또 하나의 문제점으로

'주식양도 자유의 원칙'을 이야기한다.


회사의 입장에서 보자면

주주가 누구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으며,


주주의 입장에서 본다 하더라도

회사의 운영이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주식 소유의 목적이 아니고 오로지 결과적으로 수익을 얻는 것만이 목적이므


법인으로서 주식회사의 구성원 자격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이다. (p.164)


쉽게 이야기하면,

주식을 맘대로 사고 팔 수 있게 됨으로써,

책임은 돈이 지는 것이고, 사람은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이다.



김상봉 교수는 이런한 주식회사의 이중성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지적을 한다.


주식회사는

한편으로는 자본의 결합체로서 인간적 요소를 배제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주인 없는 자본이란 없으므로

반드시 자본의 뒤에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리하여 주식회사는

한편으로는 어떤 인격적 단체의 모습을 띠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물질적 단체의 모습을 띠고 나타난다. (p.167)


결국 이것은 사물이 인간의 권리를 얻고

거꾸로 인격적 주체는 사물로 전락한다는 말이니

자본주의의 모든 해악과 모순이 바로 여기 감추어져 있다. (p.168)


+


유한 책임과 주식 양도 자유의 원칙은

주식회사를 기존의 기업과는 전혀 다른 존재로 만들어버렸다.


삶의 터전이였던 직장이 이제는 투기의 대상이 된 것이며,

사람 중심의 조직이 아니라 자본 중심의 조직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해서

돈을 끌어들이기 용이하기 때문에,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선호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여기에 들어오는 자본들은

대부분 여유돈이나 전문 투기꾼들의 자본이며,

기업 경영이나 철학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오직 주가가 올라서, 투자한 돈이 늘어나면 된다는 것이다.



최근 CSR이나 CSV같은 개념이 등장하면서,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주식회사에 투자한 주주들은 사실 주가상승 말고는 별로 관심이 없다.


주가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주주들은 경영자들이 CSR이나 CSV를 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경영진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겠다고,

직원들의 복지제도를 확충해도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이딴 짓하는 경영진이 욕먹기 시작한다.


쓸데없이 돈을 쓰는 경영진은 철퇴를 맞게되고,

구조조정이나 명예퇴직 등의 극단의 방법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노동 강도가 쎄지는 것은 둘째이고,

회사의 분위기는 싸~ 해지고 일할 의욕은 떨어진다.


이 것이 주식회사의 장점이자, 한계이다.


돈에 대한 욕망으로 시작된 주식회사는

끝없이 성장해야되고, 이윤을 남겨야만 하는 운명인 것이다.


최근들어 경영학계에서는

'기업이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접근이 늘어나고 있지만,

주식회사라는 그 구조적인 출발점에서는 그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다.


주식회사에는 분명히 사람들이 일을 하지만,

사람보다 자본의 논리가 더 중요한 조직인 것이다.


+


분명 주식회사에서도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게리 하멜 교수는 <경영의 미래>에서

이러한 사람 중심의 경영을 주장하기도 하고,


미국의 SAS,

일본의 미라이 공업,

한국의 제니스소프트


이와 같은 사례등을 통해서

사람 중심의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들이 많이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한계는

짐 굿나잇 회장, 야다마 사장, 이영원 대표라는

뛰어난 역량을 가진 개인의 철학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은퇴하면 계속 이렇게 운영될 것인가?

이들의 사례를 다른 회사에 응용할 수 있을까?

이들도 어짜피 다른 주식회사처럼 실적이 나빠진다면?


행운인지 불운인지,

개인적으로 이러한 경험을 2번이나 해봤다.


+


Lee&DDB와 네오위즈게임즈


어찌보면 난 다른 직장인들에 비해서 행운아다~


업계에서 복지가 가장 좋기로 소문난

그리고 가장 인간적인 분위기로 유명한 회사만 다녔다.


광고회사 Lee&DDB 시절

이용찬 사장님은 행복한 회사를 모토로 내새웠다.



내가 입사한 이후,

회사의 실적이 매년 좋았기 때문에,

이용찬 사장님은 여러 가지를 시도할 수 있었고,

100명이 넘는 직원들은 가족같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이 와중에도 관계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었고,

태생이 광고회사이다보니 노동의 강도는 굉장히 강한 편이기는 했다.


더 크고 유명한 회사로 옮길 기회가 있었지만,

더 높은 연봉을 주더라도 난 그 곳을 떠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쌍용차의 부도로 회사가 위기에 처하자,

미국 본사에서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했고,

이용찬 사장님이 퇴임한 후에, 구조조정으로 많은 직원이 나가면서

공동체는 와해되었고 철저히 숫자에 의존해 모든 것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DDB KOREA로 간판을 바꾼 회사는

단지 간판만 바꾼 것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조직이 되어버렸다.


내가 그 곳에 남아있을 이유는 사라져 버렸기에

전혀 새로운 분야에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회사로 옮기게 되었다.


+


안타깝게도,

네오위즈게임즈 역시 동일한 수순을 걷고 있다.


내가 입사한 이후

경이적인 경영실적으로

사내 복지는 환상적으로 늘어만 갔고

경영진은 어떻게하면 행복하게 일할까를 열심히 고민했다.


안 그래도

사내복지와 공동체적 기업문화로 유명했던 회사는

진짜 '최고의 직장'이였으며, 포쳔 코리아 선정 GWP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부터 경영 실적이 나빠지면서,

두 차례에 걸친 명예퇴직을 진행하며 공동체는 무너져버렸다.


그 즐거웠던 네오위즈게임즈에

찬 바람이 쌩~~ 하게 불면서 이제는 놀러가지도 못하게 되었다.

(내가 있을 때만 해도 진짜 좋은 회사였는데... T.T)


자본의 논리가 인간적인 가치보다

 중요한 것이 주식회사의 태생적인 한계인 것이다.


+


나는 주식회사의 대안적인 형태를 고민하게 되었고,

그 해답을 협동조합 형태의 회사에서 찾으려고 하고 있다.


이는 나만 하고 있는 고민은 아니다.


이미 주류 경제학자들도

공동체 자본주의, 자본주의 4.0, 복지 자본주의란 이름으로

기존의 경제 체재 내에서 새로운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난 기존의 패러다임으로는

자본 중심의 사고를 벗어날 수 없기에 한계에 봉착한다고 본다.


물론 주식회사라는 형태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주식회사의 장점이 발휘될 수 있는 곳이 있으며,

주식회사 형태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필요한 조직이다.


그래서 주식회사 역시

중요한 기업의 형태로 존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가 주식회사 형태라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


주식회사도 있고, 협동조합도 있고,

또 다른 형태의 회사도 존재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조직이 연대하는

사회적 경제라는 모델은 앞으로 충분히 주목을 받을만하다.


하지만, 최근 협동조합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협동조합으로 돈을 벌어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반드시 이야기하고 싶다.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 주식회사를 만들어야하고,

사람들과 즐겁게 일하고 싶다면 협동조합을 만들어야 한다.


당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서

그에 걸맞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고!!


성공회대 협동조합경영학과에 입학할 때만해도

협동조합으로 즐겁게 일하면서 돈도 많이 벌고 싶었다.


하지만,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돈이나 조직의 성장이 목적이 되면

협동조합의 기본 가치는 무너질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마지막으로 기획재정부에서 정리한

협동조합과 주식회사의 조직적인 차이로 글을 마무리한다.


 (출처: 기획재정부 발간 - 아름다운 협동조합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