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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China / Beijing ⑦ - 난루오구시앙(南锣鼓巷)과 왕푸징다제(王府井大街)

열린 공동체 사회 2014. 7. 18. 05:41


개인적으로 쇼핑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것저것 아기자기한 것을 구경하는 것은 매우 좋아한다.


그래서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이태원 경리단길 같은 곳을 구경하는걸 좋아한다.


베이징에서도 이런 흥미로운 것들 볼만한 거리가 바로  

난루오구시앙(南锣鼓巷)과 왕푸징다제(王府井大街)라고 들었다.


가로수길과 비슷하다는 난루오구시앙(南锣鼓巷)은 매우 만족스러웠으나,

명동과 비슷하다는 왕푸징다제(王府井大街)는 너무나 실망스러운 곳이였다.



일단 환타 아저씨는 가이드북에서 삼청동 카페 골목과 비유를 한다.

약간의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전통적인 느낌은 그런 비유도 괜찮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사람이 많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중국에서 사람이 적은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절할 비유일 수도 있다.)


확실히 신사동 가로수길과 같은 세련된 맛보다는 고풍스러운 것이 더 맞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곳이 생겨나게된 유래는 너무나 흥미로웠다.



이 곳이 그 유명한

베이징에 하나뿐이라는 연기학원인 북경중앙연극학원이다.


장쯔이, 공리, 탕웨이 등 중국이 배출한 월드스타들이

모두 여기 출신이고 당연히 선남선녀들이 여기로 몰려들었다.


근데 이들이 외국인들과 사귀기 시작하면서 외국인들이 찾아오기 시작했고,

이들을 위한 분위기 좋은 카페가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카페 골목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게 소문이 나면서 배낭여행족들도 몰려들기 시작하고, 

결국은 관광명소가 되면서 시 당국은 아예 도로를 새롭게 재정비를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서 이제는 굉장히 독특한 오리엔탈리즘의 동네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솔직히 분위기가 굉장히 묘한 것은 사실이다.


일단 다루는 품목 자체들도 매우 다양하다.

전통적인 가게들도 아직도 존재하는가 하면, 굉장히 트렌디한 디자인샵도 있었다.



반면에 아주 아기자기하게,

엽서를 판매하며 대신 보내주는 서비스를 하는 곳도 존재했다.

해외여행을 즐기는 관광객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인 공간이 될 수 있는 곳이다.



여기에 매우 상업화된 인기 프렌차이즈 업체들도 들어와 있었다.

테이크 아웃을 전문으로 하는 이런 곳들은 걸어다니면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어 있어

전통적인 중국의 노점이 서양식 테이크아웃의 형태를 띄고 물건을 판매하고 있었다.



너무나 서구적인 것이 많고 상업화되었다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는데,

적당히 서구적인 것과 적당히 중국적인 것이 잘 섞여 있는 듯한 인상은 매우 흥미로웠다.


물론 앞으로 상업시설이 더 들어오면 중국적인 것이 많이 사라질수도 있는데,

지금 정도의 모습이라면 베이징 시내에서 가장 독특하고 매력적인 공간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이에 반해서 왕푸징다제(王府井大街)는 실망 그자체였다.

오래된 거리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그냥 현대화된 거리였다.


쇼핑명소 1번지이기에 대규모 국영 백화점이 들어선 지역이라고 하는데,

백화점이 쫙 줄서서 세계적인 매장들이 있는 것이 나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인 요소가 되지 못했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쇼핑몰이라는 동방신천지같은 곳은 사실 나에게는 별로...)



가이드북에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찻집과 서점, 문구점 등이 있다고 하는데,

사실 알고 보니까 대부분이 다른지역에 본점을 두고 있는 분점들이 대부분이였다.

(열심히 찾아서 간판을 보고 나서 그 허망함이란... 내가 이미 중국 여행을 꽤 많이 한듯...)



더욱 놀라운 것은 왕푸징(王府井)이라는 이름이 유래된

왕부에서 사용했던 우물이라는 것이 그 흔적만 남겨진 체 길가의 한 구석에 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도 인사동 같은 곳에 예전에 뭐가 있던 곳이라고

아무런 이정표도 없이 간단한 흔적만 남겨져 있던 것을 본 경험이 있는데  그거와 비슷한 것 같다.



이 동네에서 전통이라는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은

먹자골목이라고 부를 수 있는 왕푸징샤오츠제(王府井小吃街)밖에 없었다.



온갖 종류의 다양한 꼬치구이들과 들고 다닐 수 있는 간단한 먹거리를 파는 이곳은

솔직히 사람이 너무 많아서 걸어다니면서 무엇을 먹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혼잡스러웠다.


대로변에도 사람들이 드글드글하더니 

이 쫍은 골목에는 더 많은 사람들도 완전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이 곳에서의 의외의 발견은

우물에 대한 또 다른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전시해놓은 물품이였다.


굉장히 최근에 발견된 흔적같은데,

진짜 우물의 흔적만 남아있던 왕푸징에 그나마 위안이 될만한 조형물이 등장한 것이다.


더군다나 왕푸징샤오츠제(王府井小吃街) 입구 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상업적으로나 관광상품으로나 아주 훌륭한 아이템이 될 수 있는 녀석이였다.

(좀 작기는 하지만 우물 흔적 하나만으로 왕푸징을 대변하기에는 빈약했기에 가뭄에 단비같은 존재인 듯하다)



오히려 왕푸징에서 최고의 장관은

왕푸징 꼬치골목이라도 불리는 동화문미식야식장(东华门美食坊夜市)이였다.


왕푸징 보행자 거리가 끝나는 롯데인타이백화점이 위치한 사거리에서

맞은편 대로에 길게 쭉~~ 늘어서 있는데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좌판이 벌어져 있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혼잡하기만 하던 왕푸징샤오츠제(王府井小吃街)에 비해

일연로 쭉~~ 늘어서 있으니까 깔끔하면서도 끝이 보이지 않으면서 그 규모에 압도당할 수 밖에 없었다.



팔고있는 품목도 너무나 다양해서 보는 재미도 쏠쏠했지만,

너무나 길게 늘어져 있어서 끝까지 가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외국인들이 주로 밤에 와서 여기서 먹는다는데,

가장 큰 단점은 앉아서 먹을 공간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좌석만 좀 잘 깔려 있다면 진짜 대단한 관광상품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규모였다.


우물유적지를 못 찾아 헤매고 있는데,

길가던 한국인 주재원이 가르쳐 준 왕푸징의 명소였다.

이거마져 보고가지 못했다면 왕푸징에 대한 기억은 진짜 최악의 장소가 될 뻔했다~


+


사실 관광객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보기를 원한다.

그리고 기대했던 것과 다른 모습이 펼쳐졌을 때 급실망을 하게 된다.


분명 가이드북에서 설명을 잘못한 것은 아니였지만,

하도 왕푸징, 왕푸징 하니까 전혀 다른 모습을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비해서 난루오구시앙(南锣鼓巷)은 사실 듭보잡이였기에 큰 기대가 없었는데,

중국적인 요소와 서구적인 요소가 묘하게 조합되면서 내가 중국에서 보고싶었던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건물 외관은 전통적인 글로벌 기업이 전령하고 있었던 첸먼다제(前門大街)나

건물 외관부터 내부까지 너무나 현대적인 것만 존재하는 왕푸징다제(王府井大街)와는 다른 것이였다.


너무 뻔하기만 했던 옌다이셰제(烟袋斜街)에서 만족을 얻지 못한 것도

어찌보면 이러한 사전 기대라는 항목이 만족감에 큰 영향을 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암튼 결과적으로는 다양한 쇼핑거리들을 만나게 된 것이

중국을 한층 더 이해하는데는 많은 도움이 된 것같아서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방문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