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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보수의 12가지 이념 ①] 공공정치철학의 구성 (Paul Schumaker 2008)

열린 공동체 사회 2014. 3. 18. 23:46
진보와 보수의 12가지 이념
국내도서
저자 : 폴 슈메이커(Paul Schumaker) / 조효제역
출판 : 후마니타스 201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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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상에 대해서 매우 포괄적으로 다룬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저자 역시 깊이보다는 넓이를 추구했다고 서문에 확실히 적어두고 있다.


저자는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12가지의 주요 이념들을 다루고,

4가지 철학적 가정과 7가지 정치적 원리를 기준으로 이들을 비교해보고자 했다.


이 책의 번역자인 조효제 교수는

정치이념은 부단히 역사적 발전과 진화를 거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현상이기 때문에

정치이념을 단 몇 마디로 과감하게 요약하고 정리하기 어렵다고 서문에서 밝히면서,


현대 사회에서 현실 정치를 좌우해 온 통치 이념,

현실 통치 이념에 속하지는 않지만 지성적으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 비판 이념,

현대에 와서 다른 형태로 진화한 과거의 이념과 큰 영향을 주었던 전체주의를 포괄하는 역사적 이념으로 구분해서 봐야한다고 설명한다.


통치이념으로는

민주사회주의 > 현대자유주의 > 현대보수주의 > 신자유주의 순으로 좌우로 퍼져있고,


비판이념으로는

아나키즘, 마르크스주의, 극단적 좌파


역사적 이념으로는

과거의 이념(고전적 자유주의,  전통적 보수주의)와 전체주의(나치즘, 파시즘, 공산주의)가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이 12가지의 주요 이념들을

철학적 가정(존재론, 인간론, 사회론, 인식론)으로 비교를 해보고,

정치적 원리(정치공동체, 시민권, 사회구조, 권력의 보유자, 정부의 권위, 정의, 변화)로 다시 한 번 비교를 해본다.


정치적 이념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이 책만한 개론서를 찾아보기 쉽지 않을 듯하다.


실제로 이 책의 번역자인 조효제 교수는 

이 책을 읽고나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치적 지향성이 어디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고 하면서,

한국에서는 사회적 역사적 특수성 때문에 사실상 이념적 좌표가 굉장히 왜곡된 경향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이념적 스펙트럼을 진보와 보수로만 나누면서 많은 왜곡이 발생했고,

한국에서는 상식적으로만 생각해도 진보의 영역에 들어가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자유주의에 대한 편견인데,

자신을 진보라 생각하는 사람과 보수라 생각하는 사람 중에 상당수가 자유주의적 사상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은 논의의 주제에 따라서 진보와 보수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성향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이 설명을 듣는 순간~ 

이 책을 진짜 완전히 정독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솔직히 나도 내 정치적 성향을 잘 모를 정도로 이쪽과 저쪽을 왔다갔다 하기 때문이다~


+


한국 사회가 이념적으로 왜곡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전쟁을 경험한 냉전 이념형 분단이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이는 정치적 스펙트럼에 한계를 가져 올 수 밖에 없었고,

이 점이 바로 독일과는 차원이 다를 수 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라고 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그래서 정치에 대해서

갈등을 조정하는 경향에 대해서 주목하기 보다는 오히려 갈등이 표면화되는 것을 싫어한다.


그냥 착하고, 평화롭게 살기를 권장하면서

화평형, 순응형, 지식 성취형의 가치관을 주입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표현하는 것이 매우 서툴고, 규범적인 경향이 강한 측면이 있다.
갈등을 표출하고, 수렴시키고, 대변하고 분배하는 등의 선거나 대결 구도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 정치의 갈등 조정 기능보다는 협력을 조직하는 과정에 주목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대중은 규범이나 가치, 문화 같은 공동의 제도를 어떻게 만들어가는가에 집중을 하는데,
현실 정치인들은 이것보다는 선거나 대결 구도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뭔가 서로 안맞는 느낌이 많이 난다.

그렇다면, 협력을 조직하는 과정을 통해서 대중의 마음을 얻고,
이를 기반으로 선거에 임한다면 정치를 잘 할 수 있을텐데 항상 현실 정치에서는 언제나 진흙탕 싸움으로 이어진다.

왜일까?
구태정치 안하겠다고 했던 사람도 선거에만 뛰어들면 결국은 똑같아진다...
정책 선거를 하자고 큰 소리 쳐놓고 결론은 항상 비슷했다. (2012에 치루어진 총선과 대선도 마찬가지였다.)

현대 대한민국의 승자 독식의 정치 구조에서는
갈등의 조정보다는 정권의 쟁취를 통해서 우위를 점령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러면서 이념적 사상적으로 정치를 접근하기 보다는
일단 선거에서 이기고 보자는 접근이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면 선거 구조부터 고쳐야되는데, 다들 밥그릇싸움으로만 생각하고 있으니...)

그래서 사회적 갈등에 대한 논쟁의 수준이 
진보와 보수의 논쟁도 아니고 아직도 상식과 비상식, 반칙과 원칙의 문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최소한 합의를 이뤄야하는 토대인 민주주의, 법치주의, 인권, 자유, 평등, 관용, 상호성 등의 이슈도 정리가 안되고 있다.

이러니 이념에 대한 정상적인 논의는 둘째 문제이고,
일단 상식적인 수준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부터 정리되야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정치 수준이다.

+


폴 슈메이커 교수가 이야기하는 공공정치철학이라는 것이 바로,
이 상식적 수준에서 이야기 되야하는 사상에 있어서의 기본적 토대인 것이다.

여러 정치적 가치(자유, 평등, 민주주의 등)와 정치적 덕목(관용, 상호성 등)은 
내가 어떠한 정치적 이념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토대적 합의가 이루어져야하는 공공정치철학이라는 것이다.

이 공공정치철학들에 대한 합의를 이루는
서로 다른 이념간의 거대한 정치적 대화를 통해서 우리가 상식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합의해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 논쟁의 수준은 점차적으로 확장되어 나가야 된다는 것이다.

1단계) 공공정치철학의 기본적인 합의를 이룬 후
2단계) 각자의 정치적 이념의 수준에 대한 차이에 대한 갈등의 조절과 협의 (좌우의 통치 이념들에 대한 논쟁)
3단계) 세부적인 논쟁에 대한 서로의 날카로운 비판 (성장지향주의 vs 배분중심주의)
4단계) 급진적인 논쟁에 대한 의견들이 가능해진다. (네그리 등)

폴 슈메이커 교수가 이야기한 
다원적 공공 정치 철학은 중도 통합론이 아니며,
모든 정치 이념들의 저변을 이루는 합의를 나타내는 기본적인 토대이다.

어떤 이념을 신봉하든지 이러한 확고한 철학에 기반을 준 신념이어야 하며,
자신이 믿는 이념이 정치 공동체의 전체 선익에 기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민주적 절차, 실질적 권리, 공평한 기회 균등, 지속 가능한 환경,
자유, 법의 지배, 안전, 평등, 번영 등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며, 

관용, 정중함, 상호성 등의 정치적 덕성을 강조해
한쪽으로 치우치는 편협한 사고를 지양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 통합이라는 신념의 혼합이나 절충이 아니라,
서로 생각이 다른 세력이라도 다 함께 동의할 수 있는 저변의 토대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


솔직히 말해서, 책의 본문의 내용보다
번역자인 조효제 교수가 쓴 역자 서문이 훨씬 더 이해가 쉽고 명확하다.

개인적으로 글을 명확하게 쓰는 사람이 잘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에,
이 정도로 설명할 정도의 번역자라면 번역이 아주 훌륭하게 잘 됐을 것이라 기대한다.

암튼...
다원적 공공정치철학이라...

어찌보면, 12가지 정치 이념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의 정치 현실을 생각하면, 대한민국에는 이 것이 더 절실히 필요한 것 같다.

앞으로 12가지 정치 이념에 대한 설명과 이들에 대한 11가지 측면에서의 분석이 매우 기대되는 책이다.

과연 나의 정치적 이념은 어디일까?
이 번 기회에 제대로 찾아가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