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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 이 땅에 태어나서 by 정주영

열린 공동체 사회 2021. 7. 2. 00:23

아산나눔재단과 함께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읽게 된 책

 

워낙 유명한 기업가이기에 수많은 일화를 영웅담처럼 단편적으로 들어왔었는데, 그의 인생이야기를 전반적으로 들어보는 것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대한민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했던 기업가이기에 누가뭐라해도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가는 정주영이다.

물론 그에 대한 평가는 굉장히 상반된 입장으로 나뉘겠지만, 프론티어로써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선봉장이였음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나 무일푼에서 한국 최대 기업을 만들어낸 신화는 앞으로도 거의 전무후무할만한 일이다. 과연 그의 비결은 무엇일까?

 

정주영 회장 스스로, 성실성과 근면성, 그리고 정직함을 자산으로 내새우며,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원동력이였음을 책 전반에서 다루고 있다. '더 하려야 더 할 게 없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다하는 최선'이라는 구절은 그의 정신을 가장 잘 드러내는 문구인 것같다.

 

과연 어디까지 더 해야지 그런 생각이 들 수 있을까?

언제나 성공만 한 것도 아니고, 굉장히 어려운 시절도 많이 경험했지만 어떻게든 불굴의 의지로 도전해 온 그의 삶을 보면 미련이라는 단어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것같다. '그 때 조금만 더 열정을 내볼껄..' 이런 생각은 마치 단 한번도 하지 않았을 것같은 불도저같은 면모가 책의 곳곳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멋져보이기는 하지만 함께 일하면 참으로 피곤했겠다는 생각은 든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물어늘어지면, 삶은 굉장히 빡빡했을 것같은데, 아닌게 아니라~ 별로 여유를 즐긴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아마 여행을 갔더라도 열정적으로 돌아다녔을 것만 같다는... 

 

내가 정주영 회장에게 가장 배운 점은 본인이 직접 모든 것에 열정적으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흔히 리더는 전체를 봐야한다면서 뒤로 살짝 빠져있으려는 경향이 많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정주영 회장은 현장에서 본인이 먼저 앞장서서 치고 나갔을 것같다. 본인도 성질이 급하다는 표현을 자주썼는데, 불도저처럼 할 수 있다면서 이렇게 치고나가면 함께하는 사람들이 그냥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하면 된다, 일단 해보자' 전형적인 관리자보다는 창업가적 면모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물론 이러한 방식에는 당연히 장단점이 있지만, 나에게는 꽤 많은 시사점을 주었던 것같다. 과연 나는 어떤 스타일일까? 굉장히 냉철하게 판단하는 스타일이면서 동시에 내가 하지 않을 일을 남에게 부탁하거나 기대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일단 내가 먼저 해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정주영 회장처럼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일은 별로 없다. 사람마다 스타일이 있기에 무조건 배우자는 아니지만, 때를 기다리며 지켜보다가 타이밍 맞춰서 치고나가려는 나에게 시사하는 바는 큰 것같다. 기다리다 타이밍을 놓친 적도 있고, 엉뚱한 타이밍이 치고 나간 적도 있기에 과연 내가 절묘한 타이밍을 핑계로 머뭇거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해보면, 빨리 결론이 날 수도 있고, 실패하면 다시 도전하면 되는데, 너무 효율성만 따지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많이 들었다. 잘 모르겠으면 일단 망설이지 말고, Go!

 

정주영 회장은 평생을 일하는 재미로 산 사람같다. 끊없이 도전하고 더 이상 도전할게 없으면 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그러다 결국 끝에서는 정치까지 가게 된 것은 아닌가 싶다. 워낙 로직이 다른 곳이기에 결국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당시에는 큰 파장을 가져왔었다. 신보수의 등장은 이후 새로운 정치지형을 형성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결국은 정권까지 창출해냈었다. 사상적으로 동의는 안되지만, 반대 급부로 내가 정치에 관심을 갖게 만들고 오늘날의 이런 생각까지 하게 만든 출발점이지 여기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즐기며 일하는 재미로 살았다'는 부분은 내 삶의 지향점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 일터인데, 그곳이 즐겁지 않다면 얼마나 불행한가?', '어떻게하면 일터가 즐거운 삶의 공간이 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나의 출발점이다. '재밌게 일하고 싶다' 누군가에게는 한가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나에게는 소중한 삶의 모토이다. 하나님께서 허락한 소중한 삶인데 즐겁게 살지 못한다면, 이 것보다 더 큰 불행이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잘하면서, 먹고 살 수 있게 적당한 돈도 벌고,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도 끼치면서 살고 싶은데, 세상의 관심과 주변의 시선은 자기다운 삶보다는 있어보이는 삶, 멋져보이는 삶, 가치있는 삶을 강조한다. 내가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는 그런 삶보다는 내가 하는 일을 즐기면서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나의 삶의 기준은 거기에 있기에 "왜 팀코치를 하세요?"라는 질문에 나의 대답은 항상 "재밌어서요"였다. 이 재미라는 단어에는 많은 것을 내포하지만, 사람들은 단순 쾌락적인 재미만을 연상하는 듯하다. '일하는 재미'라는 것도 굉장히 많은 뜻을 품고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과연 사람은 무엇에서 재미를 느끼며, 무엇을 재미라고 규정할까? 정주영 회장이 이야기한 일하는 재미가 무엇일까? 나에게 재미라는 단어는 무엇을 의미할까? 해석의 차이는 있지만, 무엇이든 재미없는 일을 억지로 참으면서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 영혼없이 직장을 다녀본 적도 없지만, 그렇게 일하는 사람들을 볼 때 측은지심이 들었던 것같다. 삶의 의미와 보람, 그리고 재미... 이러한 것들이 없는 삶은 상상하기 어렵다.

 

암튼, 창업가로써 정주영은 굉장히 매력적인 인물이다. 이 정도의 열정과 강렬한 도전정신은 오늘날의 창업가에게도 귀감이 될만한다. 물론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많이 달라져야겠지만... 과연 팀프러너로써 나는 어떤 마음과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야할 것인가? 또 다른 대한민국의 1세대 창업가들 이야기를 살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