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Innovation/Co-operatives

협동조합 생태계와 노동자협동조합 연합회

열린 공동체 사회 2014. 1. 24. 11:24

우연히 국협동조합연구소의 김기태 소장 강의를 듣게 됐다.


'협동조합 생태계'라는 용어를 그동안 많이 써왔기에,

어렴풋이 대충 생각하고 있던 개념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였다.


(사진출처: 월간 아젠다 www.agenda.or.kr)


일단 흥미로웠던 부분은

협동조합 생태계라는 표현은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표현이라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이전부터 생태계라는 표현을 유난히 많이 써왔고,

한국 생협들이 친환경적인 이슈에 많기 때문에 더욱 많이 쓰게 된 것같다는 것이 김기태 소장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생태경제학적 접근에 대한 설명을 쭉~~ 하셨다.
근데, 내용도 좀 어렵고 사실 공감 안가는 부분도 많아서 그 내용은 과감히 생락하고자 한다.
(대중 강의였기 때문에 김기태 소장님도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암튼 핵심 논지는
현재 경제 생태계는 자본주의적 시스템으로 구축되어있기 때문에
여러개의 협동조합들이 모여서 협동조합적 생태계를 구축해야지 버틸 수 있다.

그리고 협동조합 기본법이 생겼기 때문에 협동조합 연합회가 구축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

이날 강의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바로 사회적 경제 전반에 걸쳐 이슈가 되고 있는 자금 조달의 문제이다.

신협과 같은 상호금융이 왜 성공하지 못했는지,
그리고 왜 그들이 적극적으로 협동조합들을 돕지 못하는지,
이 전부터 많이 궁금했는데 그 부분을 확실히 잘 설명해주셨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제도에 있었다.

신협과 같은 상호금융들은 일반인 대상으로 대출이 불가능하다.
그러니 기업체를 대상으로 대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오직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활동만 가능한 것이다.

그렇게 되니 영세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가장 큰 문제는 금융기관은 돈이 순환해서 이를 불려나가야 하는데,
막상 이렇게 다 막혀있으니 돈을 투자할 구멍이 없는 것이다.

80년대 중반까지는 예금보다 빌려가는 돈이 많았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 자본이 축적되니까, 빌려가지 않으니까 상호금융에 돈이 쌓이기 시작했다.

전국 중앙회로 돈을 모아두다 보니, 채권, 주식 등으로
자금을 운영하다가 금융 자금의 펀드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조합원들이 조성한 자금이 결국은 금융 자본의 씨드 머니로 흘러가고 있는 꼴이다.
더욱 웃긴 것은 금융 자본에 투자해서 계속해서 손실만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마나, 새마을금고는 도시에서 돈이 돌고, 국가 채권에 투자하고 있지만,
수협, 신협, 상호금융 들은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면서 재무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고 한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상호금융에 꽤 많은 돈이 순환하지 못하고 쌓여만 있으며, 
정작 필요한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경제쪽으로 돈이 들어올 구멍이 없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상호금융들도 영세해지고,
정작 도움이 필요한 협동조합 쪽에서는 자금난에 시달리게 된다.

둘 다 살려면 법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한데,
그동안 농협은 농림부와 산업자원부에서 상당부분 제도 개선을 도와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역 단위 농협들에 대한 대출도 가능하고 일반인 대상으로 금융 활동도 가능하다.

하지만, 신협이나 새마을 금고 같은 곳들은
기획재정부나 금융원에서 규제만 하고 있지 실질적인 도움을 안주고 있다는 것이다.
농림부처럼 총대를 매고 제도를 개선해줄 주체가 없었던 것이다.


금융 부분은 생태계 조성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몬드라곤 성장의 배경에는 노동인민금고가 있었고,
세계적으로 대규모 협동조합들은 모두 금융 회사들이다.

그들이 허브가 되어서 수많은 조그만 협동조합들의 자금 지원을 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어찌보면, 가장 먼저 풀어야 하는 숙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당장 새로운 협동조합 은행 설립은 어려우니,
(자금적으로도 어렵지만, 법적인 규제와 기존 금융권의 반발이 더 큰 문제일 듯)

이미 존재하는 상호금융들에 대한 규제만 풀어도
그들도 살고 협동조합도 살 수 있는 출구가 생기는 것이다.

그 부분이 첫 단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도 기존 금융권의 반발로 쉽지는 않겠지만
이 것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협동조합 은행 설립은 오히려 더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

다음으로는 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의 필요성에 대한 부분을 설명해주셨다.

우선, 노동자협동조합이 왜 연합회가 필요한지를 
소비자 협동조합과 생산자 협동조합과는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소비자 협동조합은 조합원이라는 강력한 구매 집단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구매력을 기반으로 점차적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김기태 소장은 이 부분을 마케팅 파워라고 했는데,
개인적으로 구매력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마케팅이라는 개념은 구매자가 아닌 판매자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용어이다.)

일단 구매자가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판매에 대한 부담이 없고,
이는 다른 주식회사들에 비해서 강력한 경쟁 우위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기태 소장은 경쟁우위라는 표현은 안썼지만, 듣고 보니 경쟁우위를 의미하고 있었다.)

반면에 생산자 협동조합은 강력한 생산 집단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 공급력에 있어서는 강력한 경쟁 우위가 존재한다.

특히나 대한민국의 농협같은 경우는
생산자에서 구매자까지 지역 사회에 생태계를 모두 건드리고 있기 때문에,
농촌지역에서는 강력한 경쟁 우위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도시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농촌에서는 진짜 농협이 짱 먹고 있다!
(문제는 그 해당 지역의 단위 농협이 얼마나 제 구실을 하고 있냐가 중요하다.)

또한 농업이라는 산업 자체가 자연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리스크 테이킹을 부담스러워하는 자본가들이 좀처럼 투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협동조합 중에 농업협동조합이 가장 잘 활성화 되어있다.)


하지만, 노동자협동조합은
생산이나 구매 모두에서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지 않다.
(사실상 가치사슬 전반에서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경쟁 우위를 점령한 부분이 없는 것이다.)

동일업종이 아니기에 사업적으로 연합하기도 쉽지 않고,
직원 수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소비자/생산자 협동조합 처럼
그들만을 위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에는 한계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기업에 있어서 경제적 효율성이 중요하기에,
노동자 협동조합는 연합회를 구성해서 규모의 경제 효과를 가져와야만 한다는 것이다.

+

역시나 경제학적 접근이다.

몇 가지 용어가 부정확하게 사용된 점은
경영학자가 아닌 경제학자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지만,

마지막 경제적 효과를 언급한 부분은 좀 공감하기 힘들었다.
경제적 효과 차원에서 효율성을 이야기하는 접근은 오랫동안 경영학을 지배해왔다.

그래서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 효과를 위해 기업의 계열사를 늘려왔고(수직적 통합),
범위의 경제 효과를 위해 사업의 영역을 다각화해왔다(수평적 통합).

대한민국의 재벌이 이런 구조이며,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연합회도 이런 구조이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은 비용 절감이라는 효과 대신
조직의 경직성을 증대시키고 전문성을 감소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일본의 자동차 회사들은 협력업체들과의
느슨한 연대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

사실상 굳이 연합회를 구성하지 않아도,
생태계만 조성되어 있다면 협동조합간의 협동을 통해서 해결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업종의 특성과 조직의 특성이 존재하는데,
무작정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 효과만 아야기하는 것은
이를 통해서 잃게되는 요소들에 대해서는 간과한 naive한 생각인 것이다.

사실상, 김기태 소장이 이야기했던 장점들은 공유 경제의 차원에 가깝다.

1) 사무실을 공동 소유하고, 관리 부서를 공동 운영하는 비용 절감 효과
2) 운영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약소한 협동조합들을 양육해주는 효과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연합회를 구축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들에 비해서
규모가 좀 더 큰 협동조합들에게는 큰 짐을 지어달라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

몬드라곤처럼 혼자서 점차 커나가면서
다른 어려운 협동조합들을 일방적으로 흡수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대등하게 연합회를 구축하게 되면 서로 다른 가치와 문화 때문에 큰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첫 번째 공유 경제 차원의 이야기는 굳이 연합회로 구성하지 않고도 가능한 이야기다.
두 번째 약소 협동조합을 양육하는 것은 양육해줘야 하는 협동조합에게는 큰 부담이다.

그리고 솔직히 아직 그렇게까지 해줄만한 역량을 갖춘
협동조합에 대한 숙련된 노하우를 가진 노동자협동조합은 대한민국에는 아직 없다.

차라리 그럴꺼면 몬드라곤처럼 자체 인큐베이팅이나
일방적인 차원에서 인수합병해서 문화나 가치적인 부분을 통일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

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의 필요성을 실무진들은 다르게 접근 하는 것 같다.

해피브릿지 송인창 이사장은
해피브릿지가 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를 고민하는 이유를 3가지로 설명했다.
(그래도 그나마 노동자협동조합 중에는 가장 선두주자에 서 있는 협동조합이다.)

1. 노동자협동조합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한 구심점의 필요성
2. 실적 악화 시 고용 안정성의 문제 해결 
3. 내부 인적자원의 적절한 활용과 인크루팅 문제 해결


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 준비위원장인
엑투스 최예준 대표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1) 노동자협동조합의 목소리를 내고 싶은데
    이를 위해서는 하나의 단체로 뭉쳐서 개미들의 목소리를 내야한다.

2) 고용 안정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몬드라곤처럼 직원을 경제적 상황에 따라서 순환 근무시킬 수 있도록
    사업적인 협력체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문제는 어디에 초점을 둘 것이냐의 문제이다.

낮은 수준의 연대일 경우 개미들의 목소리를 내는 대표 단체를 만드는 수준이 될테고,
높은 수준의 연대일 경우 사업부분까지 공유하면서 몬드라곤같은 형태가 되는 것이다.

일단 낮은 수준의 연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듯하다.
사업적인 리스크도 전혀 없기 때문에 이 정도 수준은 부담도 없다.

하지만, 사업적인 연합체로 발전시킬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분명, 장점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부분인 것 같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데,
연합체로 구성되어 있지 않으면 인력의 조절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사업의 성격이라는 것이 언제나 변하기 마련이여서,
필요한 인재상이나 전문성도 수시로 바뀔 수 밖에 없는데,
연합체의 경우에는 순환근무나 파견 근무 형식으로 인력 수급과 조절이 매우 용이하다.

문제는 서로 다른 협동조합끼리 연합회를 구성했을 때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가장 큰 문제는 각각의 협동조합들이 
너무나 다양한 배경과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자신들만의 색깔에 맞게 운영되고 있었다.
새로 만드는 것보다 있는 것을 합치는 것이 더 어렵기 때문에,
연합회를 해야되야지 경제적 효과가 있으니까 일단 뭉치자는 말로는 설득하기 어렵다.

이론적으로 협동조합간 연대를 이야기하니까
이상주의적으로만 당연히 함께하면 좋은 거라고 말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쉽지 않다.

뭉쳐서 오히려 분열만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생존을 위해서라도 큰 시너지 효과가 보장되지 않는 한 함께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결혼은 좋은 것이니까,
일단 결혼하고 보자는 논리나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서로 비슷한 문화와 가치를 가지고,
함께했을 때 서로 행복할 수 있다면 함께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또 다른 불행의 시작만 예고하는 결과인 것이다.

아이쿱과 한살림이 함께 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일본의 노협과 위크스코퍼레이티브가 서로 다른 것처럼

어찌보면 함부로 연합회를 구축하는 것보다는
몬드라곤처럼 하나의 협동조합을 연합회로 발전시키거나,
서로 비슷한 협동조합끼리 힘을 합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연합회를 만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

협동조합을 위한 생태계는 굉장히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협동조합이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과 노동자협동조합 연합회의 문제는 다른 이야기이다.

협동조합 생태계는 전반적인 경제 인프라 구축의 이야기라면,
노동자협동조합 연합회는 개별 협동조합의 사업 전략과 관련된 이슈이다.

이는 경제학보다는 경영학적 관점으로 접근해야할 화두이며,

대의적인 차원에서 연합회를 구축하라는 방향성은
개별 협동조합의 사정을 너무나 무시한 체 공자왈 맹자왈 하는 이상적인 이야기일뿐이다.

가치의 문제와 이를 적용하는 현실의 문제는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대의를 추구하다가 공생이 아니라 공멸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만 한다.

아직까지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경쟁력을 상실하는 순간 무너질 수 밖에 없는 냉혹한 자본주의 사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