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대안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가 정식 출범했다.
작년부터 이야기가 쭉 나왔던 것같은데,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된것이다.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아예 새로운 조직으로 만들어지는 줄 알았는데,
기존에 있던 관련 움직임을 다시 재정비해서 만들었다는 점이다.
1990년대부터 대안 기업에 대한 움직임이 있었고,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을 전후로 자활기업이 활성화되었던 것은 알고 있었다.
근데, 이미 연합회가 구성되어서 운영되었던 것은 잘 몰랐던 것이다.
2003년에 <한국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가 처음 결성되었다가,
2007년에 <한국대안기업연합회>로 명칭을 변경해 확대재편 했지만,
2014년에 <대안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로 다시 돌아왔다는 점이다. (말그대로 시즌3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성공회대에서 2000년대 초 NGO대학원을 만들면서,
협동조합대학원도 같이 만들었다가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확실히 10년 전쯤에도 협동조합에 대해서 사회적 관심이 잠시 반짝했던 것 같다.
암튼 사회적 기업 열풍을 맞이하여 조직을 확대 재편했다가,
다시 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로 돌아오게 된 것은 전 세계적인 협동조합 열풍에 의해서이다.
(한국에서는 UN의 협동조합의 해에 이어서, 협동조합기본법이 통과된 것이 결정적인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
연합회의 타이틀을 <대안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로 일정 정도 기존 정체성을 유지하는 듯하다.
암튼, 협동조합형태로 다시 조직을 개편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조직이 되었고 조직의 정체성도 더욱 명확하게 되었다.
<한국대안기업연합회>라는 조직도
105개 기업에 고용인원 2,100명 정도의 규모였다고는 하지만,
구글링을 해도 별로 자료가 나오지 않는 걸 보면
<함께일하는세상>의 이철종 대표가 많이 고군분투 했던 조직인 듯한 느낌이 많이든다.
이에 비해서 새로운 조직은 회원사는 아직 6곳이지만,
확실히 덩치가 큰 조직들이 참여했기에 규모면에서는 훨씬 안정된 느낌이다.
+
그래서 그런지, 출범식의 분위기는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듯한 인상을 많이주었다.
<한국대안기업연합회>의 회원사들 일부가 준회원으로 참여하고,
<대안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에는 새로운 얼굴들이 정회원으로 앞에 나서게 되었다.
기존에 전면에서 활동했던
변안식 대표, 이철종 대표, 김성오 대표, 장종익 교수 등이 모두 참석했고,
다시 한 마디씩하면서 감회와 소회를 밝히는 모습은 전형적으로 한 세대가 끝남을 보여주었다.
물론 김성오대표는 새로운 조직에도 정회원으로 참석하지만,
해피브릿지의 송인창 대표, 엑투스의 최예준 대표 등이 아무래도 전면에 나설듯하고,
그렇게 되면 조직의 분위기와 느낌은 이전과는 많이 다르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줄 듯하다.
그 동안의 역사적 흐름을 전혀 모르던 나같은 사람에게는 매우 생소한 분위기였지만,
대충 분위기를 보니 참석자들의 대부분이 기존에 서로 알면서 대충 같이 활동하던 사람들인 모양이다.
나름 현직 국회의원과 일본노협의 이사장이 직접 참석했고,
CICOPA사무총장과 프랑스 노협연합회장의 영상 메세지도 보냈으며,
신협연합회, 한국노총, 사회적기업진흥원, 사회적기업지원센터 등 다양한 단체 대표들도 모두 참석했기에,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보여주기는 했지만,
기존 관련 단체와 맴버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아직도 그들만의 잔치 분위기는 못 벗어난 느낌이 많이 들었다.
+
일본노협의 나까타 유조 이사장은
일본노협이 정상화되는데 최소 10년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경영능력도 부족했고, 조직에 대한 운영 노하우도 없어서 많이 고생했다는 것이다.
10년간은 주변의 의심의 눈초리도 받았지만,
센터사업단을 중심으로 모델 사업을 계속만들어내면서
10년이 지난 이후에는 지역 사회의 인정을 받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과연, <대안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의 10년 후의 모습은 어떨가?
2003년에 <한국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가 처음 출범했을 때와 비교하면,
굉장히 성장한 모습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어찌보면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더군다나, 2013년 거세게 불었던 협동조합 열풍도,
이제 서서히 거품이 거치기 시작했기에 이제는 실력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오늘 자료집에도 가장 많이 언급된 부분은 사업성과 경영능력의 부재가
그동안 가장 큰 문제였다고 쓰여져 있는데, 역시나 이 부분은 가장 중요한 숙제이다.
그나마, 연합회의 주축이 되는 해피브릿지나 엑투스 같은 기업들은
기존의 회원사들에 비해서는 굉장히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기업들이기에 희망은 밝은 편이다.
그래서 오늘의 모습만 보면,
이전에 비해서는 매우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창립총회에 참석하면서 절실히 느꼈던 것 중에 하나는
참석자의 대부분이 젊고 새로운 사람들은 거의 없고, 너무나 기성세대들만 중심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경영능력과 사업성뿐만 아니라,
앞으로 가장 큰 걸림돌이자 가장 시급히 극복해야하는 또 다른 문제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기성세대가 무조건 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조직과 새로운 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인력도 좀 필요한데,
기성세대만 모여있다보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양한 세대가 적당히 골고로 섞여서 조화를 만들어내야하는데,
그런 부분들을 새롭게 합류한 맴버들이 어떻게 만들어가는지가 관건이 될듯하다.
(상대적으로 젊은 사업가들인 송인창 이사장이나 최예준 이사장의 역할이 매우 클 듯하다.)
협동조합에서는 인력이 사실상 전부이다.
그런면에서 보면 일반 기업보다 더 확실히 인재가 필요하다.
물리적 자본이 부족하기에 오히려 더 창의적이고 더 열정적이여야 한다.
이는 비단 오늘뿐만 아니라,
협동조합과 관련된 모임들 대부분에서 참석자들은 기성세대들이다.
반면에 소셜밴쳐나 사회혁신, ODA 프로젝트에는
너무나 패기넘치고 열정있는 청년들만 바글거리고 있다.
그들은 지켜보기만 해도 열정이 넘쳐서 기성세대가 좀 합류해서 진정시켜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협동조합 관련 모임에 참석하는 젊은 청년들도 성향이 확실히 그들과 대조된다.
너무나 착하고 선한 마음에 참석하는 것이 눈에 보이지만 뭔가 액티브한 느낌은 확실히 부족하다.
아직까지 협동조합에 대해서는
봉사단체나 자활프로젝트 이미지를 못 벗어나고 있다는 느낌이 확실히 든다.
사실 이제는 나도 30대이기에
마냥 패기넘치는 청년이라고 말하기에는 민망하지만
심지어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근본적으로 보면,
소셜벤쳐나 노동자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이나
새로운 기업을 만들어서 운영한다는 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는데
아직도 협동조합은 이미지 포지셔닝에 실패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많이 든다.
일단 협동조합 자체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것같기도 하고,
알아도 뭔가 따분하고, 재미없고, 올드패션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저번에 ICA사무총장이 강연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러한 현상은 비단 한국만의 특수한 현상은 아닌 전세계적 현상인 듯하다.
과연 협동조합은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가?
잘만 이미지 메이킹하면
참신하고 기발하고 발찍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을 듯한데, 좀 아쉽다.
젊고 패기 넘치는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협동조합운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어찌보면 협동조합연합회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 확보의 핵심 요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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