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Innovation/Co-operatives

꿈의 직장과 협동조합형 기업

열린 공동체 사회 2014. 6. 26. 13:02


어제 오랫만에 두 사람을 만났다.


한 명은 대안적인 회사 모델을 꿈꾸며
주식회사를 협동조합으로 전환해서 운영하고 있는 이사장이고,

다른 한 명은 나의 두 번째 직장인
IT업계 대기업에서 나의 부사수로 함께 일했던 평사원이였다.

두 명과의 대화는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안정된 회사를 협동조합으로 전환했지만, 
협동조합이 만능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영자는
조합원들이 어떻게하면 역량을 키워서 회사를 더욱더 활기차게 만들지를 고민하고 있었고,

IT 중견기업으로 회사를 옮긴 나의 부사수는
예전에 나와 함께 일했던 네오위즈는 너무 좋은 직장이였고
과중한 업무와 직장 내 관계로 힘들어하면서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두 회사에는 모두 내가 잘 아는 사람들이 있고,
업무 프로세스나 사내 분위기를 대충 알기 때문에
그들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그리고 무엇이 필요한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또한, 사람 중심의 기업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IT계열 대기업을 뛰쳐나와서 협동조합을 공부하고 있는
나의 결단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

내가 협동조합과 경영학에 대해서 공부를 하면서 느낀점은
협동조합으로 회사를 운영한다고 무조건 사람 중심의 기업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주식회사의 형태로 운영되는 회사 중에서도
흔히 <꿈의 직장>이라고 불리면서 높은 근무만족도를 보이는 회사들이 존재한다.

제니퍼 소프트
여행박사
심플렉스인터넷
아이너스 기술
이노레드
핸드 스튜디오
보리출판사
우아한 형제들

최근에 <꿈의 직장>이라고 소개된 국내 회사들의 경영 철학들을 보면,
당장의 금전적인 이익보다는 조직 구성원들을 먼저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시도한 것들은 어떻게 보면, 
전체 회사의 자금 운영상 큰 부분이 아닐 수도 있다.

세세한 부분에서 금전적 이익보다는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먼저 배려했다는 것이 공통된 특징이다.
(물론 금전적으로 직원들을 위해서 시설에 대규모 투자를 한 사례들도 있다.)


근무여건이 상대적으로 좋다는 IT 업계에서도 
내가 근무했던 네오위즈는 최고의 수준이라고 소문이 났었다.
(물론 지금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한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고 한다.)

하지만, 네오위즈가 근무여건이 좋다는 이유는
단지 연봉을 많이줘서가 아니라 직원들에 대한 세세한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였다.

뜸금없이 야근하는 사람들에게 박카스를 나눠주기도 하고,
큰 거는 아니지만 소소한 개인사들을 회사에서 챙겨주기도 하고,
밥이 맛없다고 불평하면 식당을 교체해주고 수시로 다양한 강좌도 열어주고,
특히나 직원들 사이에서도 서로를 배려해주고 협업을 하는 문화가 잘 정착되어 있었다.

회사의 주인을 직원들로 바꿔버린 협동조합에 비하면 별거 아닐수도 있지만,
사실 직원들이 회사에 바라는 것은 어찌보면 큰 것이 아니라 이런 소소한 부분들일 것이다.

만약에 협동조합으로 전환한다고 해도 이러한 세세한 부분들을 놓치게 되면,
오히려 주식회사로 운영되는 것보다 직원들의 만족도는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된다.

+

최근의 흥미로운 강의를 보았다.

<우아한 형제들>의 대표가 한 강연인데,
그는 사내 복지에 대한 나름의 경영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복지란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맘껏 배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잘 사는 것이 복지이고, 그렇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스스로 노력해야한다는 것이다.

기본 업무 외에 회사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부가적으로 청소도 같이하고, 이벤트도 열고, 새로운 근무 문화도 만들어가고…

<우아한 형제들>는 구성원들에게 기본적인 의무를 요구하면서,
단순한 회사가 아니라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고 있었고 이는 협동조합 정신과 맥이 닿아있다.

분명 <우아한 형제들>은 협동조합이 아니며,
아마도 협동조합이 뭔지도 잘 모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협동조합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소통'이라는 요소를 통해서,
보다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곳이였다.

이는 <꿈의 직장>이라고 불리고 있는 다른 회사들과는 엄연히 다른 모습이였고,
협동조합과 <꿈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다른 회사들과의 중간쯤 어딘가에 위치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일반 회사에 가깝지만,
사회운동 차원에서 협동조합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내 생각과 가까웠다.

‘배달의 민족’이라는 스마트폰 어플로 사업적 성공을 거두고,
나름 꽤 많은 직원들 두고 있는 기업으로써 나름 의미있는 행보를 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사실 일반 주식회사도 기업 철학만 잘 되어있으면,
상당히 의미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다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해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회사의 형태의 기업은 경영상 위기에 닥치게 되면,
아무리 좋았던 직장도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은 나는 이미 두 번이나 몸소 체험해야만 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아직도
협동조합형 기업에 더 무게를 둘 수 밖에 없다.

일반 주식회사는 아무리 신념을 가지고 있어도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해서 주식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그 이데올로기 때문에 결국 눈에 보이는 숫자를 맞추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협동조합형 기업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경영상의 효율성과 수익성에 대한 마인드가 많이 부족한 모습이 나타난다.

지속가능하려면 착한 마음도 중요하지만,
경영상의 기본적인 능력은 충분히 갖춰야먄 외부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훌륭한 마인드를 가진 경영자가 만들어가는 꿈의 직장과
뛰어난 영량을 가진 조합원이 만들어가는 협동조합형 기업 사이의 
그 미묘한 지점을 잘 찾아 가는 것이 바로 내가 풀어나가야 하는 과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