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t cast/[생각통] 김시천

[시사통] 동양철학으로 세상을 보다 ① - 고전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김시천 경희대 연구교수)

열린 공동체 사회 2014. 5. 6. 01:46


시사평론가 김종배가 운영하는 팟캐스트 [시사통]에

나름 흥미있는 강의가 연재되어서 듣고 느낌점을 차례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강의 내용은 이미 시사통 홈페이지에 

잘 정리되어있어서 따로 정리할 필요는 없을 듯하고, 관심있는 분들은 가서 읽어보고, 직접 들어보시길~ ^^


[02/27pm] 나와 공동체를 치유하는 동양철학 < [시사통 홈페이지] 방송내용 보기



강의 내용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고전이 우리에 주는 의미와 우리가 왜 고전을 알아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이 부분은 교회에 가면 항상 성경을 읽으라는 것과 동일한 맥락이며,

학교에서는 꼭 고전이라고 불리는 원서를 읽게 시키는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목회자가 아니고, 교수가 될 생각도 아닌데,

왜 꼭 고전을 읽어야 하는가?


특히나 교회에서는 마르고 달토록 성경말씀을 읽게 시키고,

심지어 토씨 하나까지 의미를 찾아내라고 훈련시킨다.


과연 신성한 책이기에 그렇게 읽는 것이 맞는 것인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중에는 어딜 감히 성경을

논어나 맹자같은 고전이나 경영학이나 사회학의 고서들과 동급으로 취급하냐고 욕할수도 있다.


나도 그게 궁금해서, 저명한 신학자가 저술한

<성경해석학개론>이라는 굉장히 원론적인 책까지 읽어봤다.


[Hermeneutics] 성경해석학 개론 - 앤서니 티슬턴 / 김동규 번역 (2012)


그 때 내린 결론도 김시천 교수가

동양고전을 해석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김시천 교수는

우리가 동양고전을 읽어도 안 와닫는 이유는

동양고전을 쓰여질 당시의 시대상과 오늘날의 사회가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고전을 읽는 이유는

우리와 다른 시대를 살던 공유된 다른 생각을 통해서 현재 문제를 풀어가는데 도움을 받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한다.


수 천년 전 공자가 한 이야기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무슨 의미가 있고 과연 도움이 될 수 있는가?


<논어>의 한 구절인

교언영색, 선의인(巧言令色, 鮮矣仁)"를 살펴보면,

당시에는 교언영색이라는 표현 자체가 나쁜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였다고 한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본마음을 숨기고,

표정관리 잘하고,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사람을 의미하는데,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사무실에서는 예스맨, 매장이나 서비스직에서는 감정노동을 해야하는 현실에 비춰보면,

참으로 안타깝게 느낄 수 있는 한국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다.


옳지 않은 일을 봤을 때 화를 내고, 분노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사회는 부정하고 싶은 욕망을 추구해야만 하는 사회인 것이다.


학벌사회를 비난하면서 내 자식은 명문대를 보내고 싶어하고,

부동산거품이 가라앉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내 집값은 오르길 원하는 사회


뭔가 잘못돌아가고 있는 이 사회에 대해서

논어는 명쾌하고 정확하게 잘못된 것이라고 메세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




성경도 마찬가지이다.


서양 최고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성경은

고대 이스라엘 민족과 초기 기독교인들의 수많은 삶의 지혜들의 원형이 담겨져 있다.


동양의 고전이 어려운 한자어로 되어있어서,

스승에게 전수를 받지 않으면 해석하기 어려웠던 것처럼


성경도 히브리어와 헬라어로 되어있어서,

성직자가 아니면 해석하기 어려웠기에 신부들의 힘은 막강했다.


하지만, 히브리어와 헬라어는 라틴어로 번역되었고,

라틴어는 영어, 독일어 등의 번역되면서 종교 혁명이 일어나고 개신교가 등장하게 된다.


이제 성경은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이 되었고,

기득권은 사라졌으며 삶의 지혜는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되었다.


동양의 고전이 한자어에서 해석되지 않고 전해진 것과는

사뭇 다른 흐름을 보여주었지만 고전이 가지는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런대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교회들은

한자어를 번역해 들여온 초기 번역본만을 원조처럼 여기면서

그 안에 들어있는 문구 하나하나를 신성한 것으로 보면서 그대로 읽어야 한다고 우기고 있다.


심지어는 성경에 관련 문구가 있다는 이유로

'동성애자를 돌로 쳐죽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약간 김시천 교수의 강의내용과는 빗나가 보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성경이라는 고전을 읽을 때도 현재의 삶에 무슨 의미를 주는 해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고전을 문구 그대로만 읽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당시 이 글이 쓰여질 때 왜 사람들(하나님)은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를 생각해봐야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이나 애덤스미스의 국부론을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당시 그 글이 쓰여진 의미와 거기에 들어있는 통찰이 지금 우리에게 무엇을 전달해주는지...


그 핵심을 받아들이고 우리 생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고민해보는 것...

그것이 바로 고전을 읽는 바른 자세가 아니겠는가?


김시천 교수는 동양고전을 이야기했지만,

개인적으로 상상의 날개를 펼쳐서 성경과 자본론, 국부론까지 상상의 범위를 넓혀버렸다.


하지만, 김시천 교수의 핵심 주장은

다양한 분야의 고전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간만에 흥미로운 강의를 만나서 기쁘다~~ ^^

김시천 교수의 나머지 강의를 통해서 더 많은 생각할 꺼리들을 만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