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al Innovation

손석희의 JTBC가 아직도 탐탁치 않은 이유...

열린 공동체 사회 2014. 5. 6. 13:08

솔직히 난 공중파 뉴스를 안본다.

신문을 안본지는 더 오래됐고, 모든 뉴스는 인터넷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팟캐스트와 더 친하지만,

이것은 아직까지 특수한 경우라고 생각되고, 그래도 아직 공중파가 확실히 강하다.


신문들도 이제는 생존을 위해서 인터넷 뉴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심지어 조중동과 매경은 날치기를 통해서 종편이라는 새로운 출구를 열었다.


종편행이 임시방편적인 생존을 위한 방법이라고 보이기는 하지만,

뉴미디어들에 의해서 어떻게 바뀔지는 아직도 미지수인 상황에서는 나름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인터넷이 처음 보편화될 때,

딴지일보의 그 거대한 기세도 한풀꺽기면서 one of them이 되었고,


나꼼수로 인해서 팟캐스트가 확산될 때도,

폭발적이였던 증가추이는 이제는 정체기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종이 신문은 영향력을 상당히 잃었으나,

아직까지 그래도 TV방송은 살아있는 것이 현실이며,


무엇보다도 활자 세대에서 영상 세대로 넘어온 마당에, 

영상 컨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는 점에서는 종편행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였을 것이다.


예전에 비하면 종이신문의 위용이 약해지기는 했지만,

MBC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주류 매체들의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은 꽤 탄탄한 편이다.

(김재철 사장 재임시부터 떨어진 MBC는 계속해서 바닥을 향해서 떨어지고 있다.)


종편4사의 영향을 무시하던 사람들도

지난 대선이후 그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팟캐스트와 종편4사는 약간은 이념을 대변하는 매체의 상징이 되어버리기도 했다.


발행부수와 시청률은 나날히 떨어지고 있지만,

컨텐츠의 생산자로써 재생산과 확산의 과정을 거치면서 그래도 언론사의 권위는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컨텐츠의 퀄리티만 확실히 유지하고 언론에 대한 신뢰만 있다면,

어떠한 뉴미디어가 등장해도 언론의 영향력과 권위는 유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


뉴미디어의 등장과 새로운 언론사의 탄생은

기존 언론과 매체에 위협이 되는 요소이기는 하지만 쉽게 흔들리지는 않을 수 있다.


사람의 습관과 경로의존성도 있지만,

신뢰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매체가 그것을 얻는 것은 친구를 뺏어오는 것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조중동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고,

그 조중동이 종편으로 갔을 때 아직까지도 고전을 면치못하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물론 종편 컨텐츠의 퀄리티가 너무 떨어지기 때문에 사람들이 안넘어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세월호 참사로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JTBC의 뉴스 시청률이 MBC 뉴스 시청률을 앞지르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과연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일 것인가?

아니면 대대적인 언론지형의 변동을 일으킬 시발점일 될 것인가?



JTBC의 맹활약의 정점에는 역시나 손석희라는 인물이 있다.

손석희가 JTBC행을 선택했을 때 많은 사람이 우려를 했지만 당분간은 잘 나갈 것이 예상됐다.


JTBC가 언론사로 제대로 안착하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손석희를 건들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손석희의 눈치를 볼 것이라 생각했다.


그 예상은 전혀 틀리지 않았고, 손석희는 그 역할을 제대로 해왔다.


JTBC 뉴스9 특집토론 리뷰 - 1편 기획의도에 대해서... < 관련 포스팅


세월호 보도에서도 JTBC는 사고 첫 날 대형 사고를 내고 말았다.

JTBC기자가 생존자 인터뷰에서 사망자 소식을 생존자에게 전달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당일 손석희 사장은 이에 대해서 진심어린 사과를 했고,

워낙 사고 초반이였기에 쉽게 넘어갈 수 있었고 이것은 오히려 JTBC에게 약이 되었다.


손석희의 영입으로 조중동의 프레임에서 TV조선, 채널A와 확실히 구분선을 마련하더니

세월호 보도로 대형 오보를 내어버린 MBN과의 경쟁에서도 확실히 앞서 나가는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공중파 MBC의 위용에 도전을 하는 모습까지 연출하면서 한창 주가를 올리게 되었다.


손석희의 <뉴스9>, 예능프로그램 <마녀사냥>, <썰전>,  드라마 <밀회>으로 

방송국으로써의 면모를 갖춰나가던 JTBC는 세월호 보도를 통해서 언론사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된 것이다.


물론,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며,

JTBC의 시청층이 젊은층임을 감안하면 시청률은 순십간에 빠져나갈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근거는 두 가지이다.


첫 번째로는 JTBC의 보도가 

손석희의 진정성은 있었지만 뉴스의 퀄리티가 높지는 않다는 점이다.


JTBC가 단독보도로 많은 것은 내보내기도 했지만,

사실 인터넷 언론들보다 그렇게 빠른 특종을 내보내지는 못했고 깊이도 깊지 못했다.


손석희라는 인물이 주는 신뢰로 인해서 들어온 제보들이 대부분이였고,

뛰어난 취재력이나 뛰어난 분석력을 보여줬다고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많았다.


KBS나  MBC 같은 언론사들이 워낙 제대로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에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은 측면이 너무 강했고, 뉴스타파같은 통찰력있는 보도를 하지는 못한 것이다.


게중에는 뉴스타파가 너무 자극적인 기사만 쏟아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대안 매체의 기능이 원래 남들이 안하는 취재를 하는 것이고 그것도 심도있게 전달하는 것이기에,

뉴스타파의 취재력과 분석력이 가장 정점에서 빛을 발휘한 것이 이 번 사건이라고 보여진다.


피해자의 입장과 심정에서 접근하려고 한 손석희의 진심이 통한 결과였지,

JTBC가 보도 매체로써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고 볼수는 없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JTBC의 시청층이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높은 젊은 층이라는 점이다.


과거에도 이런 대형사건이 터지면

MBC로 젊은층의 시청률이 모였다가 빠져나가는 모습이 자주 연출되었다.


KBS가 나이가 많으신 고정층이 뉴스를 보는 것과 비교해서

MBC는 상대적으로 젊은 시청자가 많기에 유동성이 매우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무래도 MBC가 워낙 맛이 가버려서 바닥을 치다보니,

갈 곳없는 젊은층이 JTBC로 흘러갔던 것으로 보이기에 이들의 유동성은 쉽게 빠질 확률이 높다.

9시에 딱 맞춰서 뉴스를 볼만한 여유를 가지지 않기에 장기적인 시청자로 남기는 쉽지 않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일일드라마와 9시뉴스로 이어지는

KBS뉴스만을 항상보시는 어르신들의 생활 패턴을 깨기에는 아직까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잠시 JTBC로 눈길을 돌렸던 어르신들도 다시 KBS로 돌아가기 쉬울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언론 시장에서 이번의 상황은

시청률은 다시 좀 빠지더라도 JTBC가 올라설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손석희이라는 스타를 시대의 영웅으로 만들어버렸기에 당분간 이러한 강세를 유지해나갈 수 있어보인다.


+


그렇다면 과연 정부와 삼성은 

과감한 행보를 하고 있는 손석희를 그대로 놔둘 것인가?


일단 정부에서는 벌써 견제가 들어가고 있다.

중징계를 때린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도 중징계를 날릴 준비를 한다.


하지만, 채널A와 TV조선과는 다르게

아니, KBS, MBC, SBS보다도 더 당당하게 맞설 확률이 높다.


JTBC는 삼성이라는 정권을 넘어설만한 권력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은 앞으로 4년 후 임기가 끝나지만 삼성은 한동안 계속 갈 것이기에 절대 밀리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가 견제해줄수록 언론사로써의 위용은 더욱더 올라갈 확률이 높다.

JTBC로써는 절대 손해보지 않는 장사이며, 당분간 손석희가 어떠한 보도를 하더라도 밀어줄 것이다.


지금의 인기는 철저히 손석희의, 손석희에 의한 것이기에,

항후 얼마간 절대로 손석희의 비유를 건드리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JTBC가 손석희가 없이도 우뚝설 수 있는 수준이 될 때까지는...


문제는 오히려 그 때가 너무 빨리 올 것 같아서 걱정이다.

시청률이 올라가고 인기가 높아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를 기반으로 JTBC의 입지가 탄탄해질수록

JTBC에서의 손석희의 수명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수준이 딱 좋은 듯하다.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이 정도 수준에서 국민들을 위한 목소리를 충분히 전달해줄 수 있는...


손석희 때문에 인기가 올라갔는데, 왜 손석희를 내치냐고 할 수 있지만,

손석희는 인기를 올리는 수단일 뿐이며, 그 시청률이 안정화되는 시점이 되면 그 때는 오히려 가시같은 존재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전제는 손석희가 지금과 같은 스탠스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가정하에 이루어지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JTBC가 보도부분뿐만 아니라

예능과 드라마, 교양 부분에서도 계속해서 성공작을 내야하며,

보도부분에서도 손석희 이외의 다른 인물들이 발굴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JTBC의 행보를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로 보이며, 매년 천문학적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채널A와 TV조선이 예산때문에 골머리를 안고 있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측면이다.)


전두환이 뺏어버린 TBC에 대한 삼성가에 애착을 생각하면,

지금의 투자는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분명 몇 년 안에 방송국의 지형은 확실히 바뀔 수 밖에 없을 것이며,

이번 세월호 참사는 그러한 지형 변화의 시기를 예상보다 훨씬 앞으로 당기는 효과를 가져왔다.

문제는 그 시점이 될 때인 것이다.


지금이야 사돈 관계인 예능의 주철환과 보도의 손석희가

JTBC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과연 이들의 독주를 언제까지 그냥 봐줄 수 있을 것인가?


공중파 3사의 아성을 깨기 시작한 JTBC의 행보가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는 피해자들에게 너무나 큰 힘을 실어주었기에 참으로 고맙고 감사하지만,

삼성의 종편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또다른 괴물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공영방송인 KBS와 MBC는 정권이 바뀌면,

그래도 개선될 여지가 있으며 선거라는 도구를 통해서 심판이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JTBC가 거대 언론이 되어버릴 경우 스스로의 자정작용을 할 여지는 없으며,

조중동이 신문지형을 망쳐놓은 것과 같은 현상을 방송국에도 재현될 여지가 있다.


과거 중앙일보는 조선과 동아와는 지속적으로 선을 그으면서

나름 언론사의 역할을 하고자 했으나 결정적인 순간에는 그들과 한몸이 되어버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공중파와 동등한 위치에 올라섰는데 손석희가 떠나버린, 

삼성이 지배하는 JTBC라는 괴물이 태어날까봐 참으로 걱정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대한민국 언론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