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사람/이야기

안녕 아나베아 - 박자연 (2012)

열린 공동체 사회 2013. 12. 19. 08:40
안녕, 아나베아
국내도서
저자 : 박자연(Nature Park)
출판 : 이콘출판 2012.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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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에세이를 참 좋아한다~

특히 누군가의 솔직한 이야기가 담긴 따뜻한 에세이를...


잘 아는 사람의 이야기라서,

많이 들었던 이야기들이라서,

내가 다녀온 아프리카의 korr 지역의 이야기라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느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내가 객관적으로 이 책을 평가할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듯하다.


하지만, 글을 읽는 내내...

참으로 따뜻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성공한 사람들의

잘난 척하는 이야기들과는 확실히 다른,

지금 당장 무엇무엇을 하라고 가르쳐주는 지침서들과는 다른,


그냥 힘들고 어려워도 주어진 대로

하고 싶은대로 하고 있다는 솔직 담백한 글이다...


이 글에서는 전반적으로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은


작가의 korr 지역에 대한 사랑보다,

작가가 korr 지역을 통해서 스스로를 많이 사랑하게 되었다 점이다.


어찌보면 내가 이 글을 유난히 따뜻하게 느낀 것은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는 그 과정이 너무나 절실히 느껴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글은 아프리카에 대한 희망 이야기가 아니라,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게 된 한 사람의 사랑 이야기이다.


+


아마 korr를 방문해보지 못한 분들은

작가의 korr지역에 대한 지나친 사랑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컴패션이나 월드비전에서 나오는 홍보영상에서

연예인들이 현지 아이들에 대한 동정으로 흘리는 눈물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나도 직접 가보기 전까지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그 해맑은 눈망울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곳에 대한 사랑은 단순한 동정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그들과의 교감을 통해서 그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낀 사람은....

절대로 그들을 잊을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정이 많다는 한국 사회에서도 절대로 느낄 수 없는

인간 본연의 순수한 교감이 그 곳에서는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곳에 진짜로 필요한 것은

당장 먹을 음식이 아니라 스스로 가난을 벗어날 수 있도록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Hope is Education!!



+


자연누나를 처음 만난 것은 2008년 겨울이다.


자연누나의 고향 후배이자 나의 대학 동창 유정이에 의해서,

아무런 정보도 없이 HoE의 창립맴버로 합류했다.

(물론 자연 누나와는 일면식도 없었고, 일단 와보라는 유정이 꼬임에 넘어갔었다.)


4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지만,

누나의 이야기를 이렇게 제대로 들을 기회는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책 내용들이 이래저래 대강대강 들은 이야기지만, 이렇게 정리되서 보니 새롭다.)


오리엔테이션 성격이 강했던 이대에서의 첫 모임에 빠져서,

사실 제대로 된 정보도 없이 합류한 HoE Project!!


매주 토요일 저녁에 모임이 있었는데,

두 번째 모임에 딱 한 번 가보고 이 핑계 저 핑계로 한 번도 가질 않았다.


그리고 한 달 쯤 지났을 때 간만에 모임에 갔는데...

아무도 없었고 자연 누나 혼자서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프리카에서 돌아온 자연누나는 자신의 인맥을 총 동원해서,

굉장히 의욕적으로 시작했지만 방향이 잡히지 않아 다들 뭘할지 몰랐던 것이다~


황금같은 토요일 반복되기만 하는 모임에 다들 조금씩 지루해했고,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삶의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것이다.


풀에 죽어 있던 자연누나에게 난 자연스럽게 그 동안 궁금했던 것을 물어봤고,

그 날 둘 만의 대화를 통해서 처음으로 korr와 HoE의 비전이 무엇인지 듣게 되었다~

(사실 그 때까지도 난 뭘 하겠다는 단체인지 전혀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


꿈은 있는데, 어떻게 전개해나갈지 모르겠다는 자연 누나에게~

난 잘난 척하며, 나름 이래저래 충고를 했다~~


지금 단계에서는 장기적인 꿈도 좋지만 단기적으로 눈에 보이는 목표가 필요하다고~

솔직히 오늘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장기적으로 뭘하겠다는지도 정확하게 몰랐다고~


쉽고 명확하게 당장할 수 있는 목표를 정해줬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아직까지 맴버들이 자연 누나만큼 동기부여가 안된 것같다고~

맴버들에게 당장 당신이 꼭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줬으면 좋겠다고~~


글쎄... 지금 생각하면 내가 뭘 안다고 그런 충고를 한지는 모르겠지만~

자연 누나는 HoE 맴버를 긴급소집했고, 1주일만에 3가지 목표를 선포했다!!


1) 당장 이 번 여름에 아프리카 코어에 갔다 오자~

2) 코어에 가서 선생님들과 만나고 티림 초등학교에서 아이틀과 캠프를 열자~

3) 아프리카에 다녀올 수 있는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후원회를 열어보자~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불과 1주일 전만해도 풀에 죽어 있던 리더가~

열정을 되찾더니 아이디어를 샘 솟듯이 품어내고 있었다~


여기에 자연누나의 두 동생 에스더와 양선이까지,

양 날개가 붙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이때부터 HoE는 달라졌고~

실질적인 목표가 생기자 사람이 더 모였고~

성공적으로 첫 번째 후원회를 치루고, 아프리카까지 다녀오게 되었다~

언론에도 몇 차례 보도되고, 유네스코에서 인증도 받았다~


물론 이후, 1년만에 너무 빨리 성장한 HoE는 성장통을 겪게 되면서,

사람들이 많이 바뀌었고 HoE 내에서 항상 쓴 소리만 담당하던 나도

이래저래 이유로 지금은 한 발짝 살짝 물러서게 되었다~


그리고 HoE는 새로운 사람들과

또 다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


난 HoE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고~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과 운영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배웠고,

HoE 활동을 통해서 나의 꿈을 생각하고 고민하게 되었으며,

결정적으로 그 꿈을 찾아 떠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나의 꿈이 지금은 HoE와 다른 방향인 것같아서,

다른 길을 찾기 위해서 다른 곳에서 다른 곳을 향해 나가고 있지만,


어찌보면, HoE라는 공간이 없었다면

난 그냥 그저 그런 월급쟁이의 삶을 지금도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음속으로 그냥 좋아만 보이던 NGO가 뭔지를 알게 되었고,

그리고 사회적 경제와 협동조합이라는 다른 분야를 찾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HoE 페스티발과 생일파티를 기획하고 진행했던 일들도,

급성 장염에 걸리는 바람에 1기 STIC에 못가서 3기에 합류했던 일도,

사회적 기업으로 변신시켜보겠다고 매주 일요일 아침 7시에 회의하던 일도,


이제는 모두 추억이 되었지만,

내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해준 소중한 기억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