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사람/이야기

2015 감정의 성장 - 김녹두

열린 공동체 사회 2020. 10. 2. 14:08
감정의 성장
국내도서
저자 : 김녹두
출판 : 위고 2015.02.25
상세보기
핵심감정에 공감할 때 우리는 성장한다.

 

나는 감정을 표현하는데 서투른 편이다.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은 편이기에 잘 드러내지도 않는다.

(그래서 나도 나의 감정을 잘 모를 때가 태반이고, 엄마도 내 속을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셨다)

 

하지만, 가끔 강하게 분노를 느낄 때가 있다. 

특히 무시당할 때, 부당하다고 느낄 때 크게 분노한다.

이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그런 상황에 처한 모습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내가 젤 싫어하는 사람은 위선적이거나, 거짓말 하는 사람, 그리고 잘난 척하는 사람이다.

멋모르고 잘난 척하는 사람은 이해할 수 있지만,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잘난 척하는 사람을 보면 화가 난다.

(진짜 잘난 경우는 그러려니 하지만, 자신을 뽐내려고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보면 진짜 열받는다)

 

하지만, 평가라는 것은 항상 상대적이기 때문에, 나만 그렇게 느낄 수도 있다.

그게 가장 큰 함정이기에 나를 무시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왠만하면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을 가진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는 상황을 보면 분노를 느낀다.

모든 사람들은 충분히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나의 기본적인 생각때문일 수도 있다.

 

아직 꽃피우지 못한 잠재력을 가능성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화가 나는 것같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데, 그 이면에 있는 맥락과 상황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 싫다.

 

하지만, 그 사람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이면까지 생각해주기에는 굉장히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한다.

공감해주지 못하고, 함께 기다려주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는 것같다.

 

효율적으로 빠르게 성과를 내야하는 현대 사회에서 공감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온전히 다른 사람의 감정에 충실하게 공감해주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반면, 상대적으로 많은 체인지메이커들의 경우에는 여기서 다른 측면을 놓치게 된다.

다른 사람의 감정에 충실히 공감해주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나 자신의 감정도 챙겨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수많은 체인지메이커들이 자신을 희생하고 가정의 불화를 겪게 된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내 가족을 챙기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먼저 챙기다 보니, 정작 나는 외로움을 겪게 된다.

그리고 결국은 자신을 잃어버리고 지속가능하지 못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지 못하게 된다.

 

과연 나는 이러한 악순환에서 자유로왔을까?

남의 감정에는 충실히 공감해야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면서, 나의 감정에는 충실히 공감해주었던 것인가?

 

+

 

최근 나는 팀이 없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함께하고자 했던 팀코치팀이 중단되었고,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한 프로젝트에서 빠져주길 요구받았다.

심지어는 내가 일하던 조직에서도 나의 역할이 없어지면서 실무에서 완전히 빠지기로 했다.

 

지난 6년간 수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프로젝트를 이끌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나와 함께했던 사람들의 요구에 의해서 나의 역할은 사라졌고 나는 존재감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과연 이 상황에서 나의 감정은 어땠을까?

처음에는 이 상황들이 안타까웠지만, 왜 그들이 그런 요구를 했는지는 이해가 되었다.

 

나와 함께하는 것이 오히려 불편했고, 꼭 내가 아니여도 괜찮은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니여도 함께할 사람들이 생겼기에, 더 이상 감정이 상하면서까지 나와 함께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자초한 나의 실수가 가장 컸지만, 서운한 감정은 숨겨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화를 내지도 않았고, 그들에게 화가 나지도 않았다.

 

내가 자초한 일이기에 화를 낸다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운함은 내가 느끼는 것이지 그들에게 서운하게 만들었다고 탓하는 것도 유치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안에 숨겨두었던 외로움이 밀려왔다.

 

어린 시절부터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혼자서도 잘 논다는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집에서 혼자서 장난감들을 가지고 역할극을 시켰다.

그리고, 혼자서 뭔가 게임을 만들어서 열심히 플레이를 즐겼다.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하는 측면도 있었지만,

혼자 놀 수 밖에 없는 환경도 영향을 미친 것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어린 시절의 장면은 혼자 창밖을 보면서 '심심하다'라고 느꼈던 순간이다.

뭐했는지는 어떠한 상황인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냥 심심했던 것같다.

 

어렸을 때부터 남의 집에 놀러가는 것이 익숙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규정이형 네 집과 석화네 집에 가서 게임하던 장면, 교회에서 탁구치던 장면이 기억에 난다.

중학교 이후에는 운동장에서 농구하고 축구하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형하고는 집에서 아주 어릴 적에 구슬치기와 딱지치기를 했던 기억은 있지만,

따로 뭔가를 재미있게 같이 놀기에는 나이 차이가 좀 많이 났던 것같다.

 

팀으로 하는 운동을 좋아해서 그런지, 팀으로 일하는 것이 익숙하다고만 생각했다.

근데, 생각해보면 팀에서 나는 어시스트를 좋아했고 그렇게 존재감을 인정받고 싶었던 것 같다.

 

내가 골을 직접 넣기보다는 게임을 흐름을 주도하면서 킬패스를 넣어주는 어시스터로써의 역할을 자쳐했다.

그리고 팀의 승리를 위해서 다들 하기 귀찮아하는 수비에서의 중심 역할을 맡으면서 역습으로 한방을 날릴 때 쾌감을 느꼈던 것같다.

 

스포트라이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나의 존재감이 무시되는 상황에 있어서는 굉장히 불쾌감을 느꼈다.

그럴 때마다 보란 듯이 골을 넣어서 존재감을 인정받았고, 나에게 관심이 다시 쏠리면 어시스트로 상대팀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책을 읽으며 내가 팀을 좋아하는 이유는 혼자하는 것을 싫어해서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팀원들이 빛날 수 있게 만들어주면서 나의 존재감을 인정받고 싶었던 것같다.

 

그래서 친구들은 나와 같은 팀을 하는 것을 좋아했다.

게임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면서도 자신들이 빛날 수 있게 패스를 밀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마이클 조던보다는 매직 존슨을 좋아했고, 호날도 보다는 메시를 좋아했다.

그렇게 나는 팀에서 존재감을 인정받기를 원했던 것 같고, 혼자보다는 함께하는 시간을 더 좋아했던 것 같다.

 

+

 

이러한 성향의 나에게 팀에서의 퇴출 통보는 굉장히 충격적인 사건이였던 것 같다.

나의 교만이 자초한 상황이지만, 쉽게 받아들이지는 못했던 것같다.

 

특히나 내가 게임을 주도하고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나만의 착각에 빠져서 흐름을 놓쳤던 것같다.

내가 모은 팀에서 내가 나가달라는 요구를 받게 되고, 같이 만들어왔던 프로젝트에서 나의 영향력은 사라져버렸다.

 

분명히 후회할꺼야~ 하는 생각을 가지고 남들 앞에서는 쿨한 척 받아들였지만,

쿨하지 못하다는 것이 드러나는데는 얼마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팀이 없어지니 어떻게 게임을 해야할지 방향을 잃어버렸고,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데 시간이 이렇게 걸릴 줄은 몰랐던 것같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과연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호기심도 많고 사람들도 좋아해서 이것저것 관심사도 너무 넓은 것이 나의 단점이였다.

 

그러다보니 이것저것 중심을 잡지 못하고 여기저기에서 온갖 일들을 벌려온 측면이 있다.

그리고 그게 독이 되어서 나에게 돌아온 측면도 분명히 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내가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피드백이였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사람으로써 다른 사람들을 강력하게 이끌어줄꺼라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의 성향상 그런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좋아하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나의 시간은 한계가 있는데, 너무 다양한 일에 관여했던 것이 가장 큰 패착인 듯하다.

 

한 쪽에서는 너무 폐쇄적이라고 욕을 먹고, 한 쪽에서는 너무 끈끈한 팀이 안된다고 불안을 듣다보니

어느 새 이것도 저것도 아닌 최악의 상황으로 빠지게 된 느낌이다.

 

이 번 일을 통해서 팀과 함께하길 원하지만, 팀을 만드는 것에 서투른 나 자신을 다시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형태의 팀을 구성하면 안되겠다는 것도 세삼 깨닫게 되었다.

 

과연 나의 이러한 핵심감정과 마음 상태를 가지고 어떠한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성장의 형태는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까?

 

나의 감정과 나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공감해주었으니,

이제는 내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할 차례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