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al Innovation

박근혜의 운명과 진보의 딜레마

열린 공동체 사회 2012. 12. 22. 12:50

산업화에 대한 박정희의 신화가

박근혜의 집권으로 이제는 현실이 되었다.


현실이 된 신화는 더 이상 신화가 아니며,

명확히 판단할 수 있는 심판대에 오른 것이다.


그 동안 많은 논란이 있었던 박정희의 평가도

박근혜의 성과에 따라서 명확하게 드러나게 될 것이다.


그녀는 박정희를 영원히 살아있는 영웅으로 만들 수도 있고,

허상에 불과한 산업화의 망령이었다면 완전히 무덤으로 보낼 수도 있다.


박근혜는 이제 박정희의 명예와 운명을 같이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의 승리는 '독이든 성배'를 든 것과 같다.


예상치도 못한 50대의 전폭적인 지지로

질 것만 같았던 선거를 멋지게 승리로 이끌었다.

선거의 여왕다운, 박정희의 딸 다운 위엄을 과시한 것이다.


50대는 유신을 경험했고, 6월항쟁에 앞장섰으며,

김대중과 노무현에게도 과감히 표를 날렸던 사람들이다~

그들이 박정희의 독재를 모르고, 이명박의 실정을 몰랐다 말하는 것은

누가봐도 진보의 오만이요, 진짜 현실을 모르는 어린애의 땡깡이다.


90%라는 투표율은 진짜 그만큼 절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의 50대는 투표로써 목소리를 낸 것이다.


'제발~ 잘 살고 싶다고...'


반 박근혜 세력이 정권교체니 시대의 사명이니

잘난 척하면서 목소리 높이고 있었으나~

사실 국민들은 당장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이 중요했다.


50대의 선택이 현명했는지는 박근혜가 증명해줘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가 극복해 내기에는 대내외 경제 상황이 너무 나쁘다.


1) 글로벌 경제 위기는 당장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경제학자들이 많은 원인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한계에서 시작된 문제이기에~

   아무도 명확한 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출주도형 경제 정책으로는 답을 낼 수 없다는 것이다.


2) 내수 경제를 활성화시켜서 극복할 수 있는가?

    그러기에는 내수 경제의 기반이 너무나 허약하다.

    특히, 박근혜는 중소기업육성책이나 내수 경제 활성화에 대해서는 공약도 부실했다.

    심지어는 경제민주화와 줄푸세를 동시에 외치는 일관성 없는 정책을 이야기 했다.


3) 민생 안정을 이야기했지만, 수출도 안되고 내수 경기도 않좋으면,

    밑빠진 독에 물붙기로 끝날 확률이 높다...

    소득이 늘지 않으면, 돈 몇 푼 지원해줘봤자 눈가리고 아웅이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를 지나면서 국가 제정도 더 악화되었다.

    민생 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지만, 아직은 공약에서 찾기 어렵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만약 국민의 기대대로 서민 경제를 살려낸다면,

그녀는 박정희를 뛰어넘는 대한민국의 영웅이 될 수 있지만,


경제가 실패한다면,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도

그녀를 믿어준 국민들은 완전히 처절하게 그녀를 버릴 것이다.

그리고, 박정희의 신화는 현대사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만약 문재인이 당선됐다면,

진보는 서민 경제 살리기와 과거사 청산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만 했다.

박정희의 신화는 끝임없이 경제 성장 담론으로 문재인을 괴롭힐 것이고,

국회 과반을 차지한 새누리와 문재인은 하루하루가 힘겨운 싸움이 이어졌을 것이다.


서민 경제 살리기도 과거사 청산이라는 과제도

사실상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서, 사회적 갈등만 더 커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주사위는 박근혜에게 주어졌고,

총선은 3년 후에나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제대로 국정을 수행할 수 있다.

심지어는 메이저 언론도 호의적이다. 어디 하나 핑계댈 구멍이 없다.


만약, 박근혜가 성공한다면

과거사 청산은 영원히 할 수 없는 과제가 되지만,

배고픔과 걱정에 신음하던 국민들은 살아날 수 있게 된다.


만약, 박근혜가 실패한다면

어두운 과거사가 자동적으로 깔끔하게 청산될 수 있지만,

5년이라는 세월동안 국민들은 더욱더 어둠의 터널을 걸어야만 한다.


이제, 진보는 정권에 협조하거나 감시/견재하는 역할을 해야한다.

48%의 국민이 뒤에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다.


진보의 딜레마는 여기서 시작된다.

박근혜를 도와서 어떻게든 서민경제를 일으켜 볼 것인가?

아니면 파탄 나도록 방치해서 5년 후 제대로 심판을 할 것인가?


만약, 진보 세력이 박근혜를 철저히 견재만 하면서,

'5년만 어떻게든 죽지말고 버텨줘, 정권이 바뀌면 우리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께~'

라고 이야기한다면, 그들은 진짜~ 영혼이 없는 정치인이다~


이 번 선거에서 진보는 승리에만 목을 매달았지,

민심을 파악하지도 못했고, 제대로 된 약속도 못해줬다.


문재인 지지자들은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지만,

경제 민주화 이외에 기억에 남는 것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경제 민주화도 속 시원하게 제대로 설명해주지도 못했다.

경제 민주화하면 도대체 뭐가 좋아지는 건지도 못 보여줬다.


최소한 손학규가 민주당 경선에서 주장했던

'저녁이 있는 삶' 정도의 약속을 대선에서 보여줬어야만 했다.


새누리당은 나쁜 놈이고 사기꾼이니까

그냥 나만 믿고 따라오라는 정치 논리는 통하지 않았다.


국민에게는 역사니 명분이니 할 맘의 여유가 없다.

5년 후가 아닌, 지금 당장 먹고 사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진보 세력이 진심으로 국민을 사랑한다면,

내 옆에 굶주리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걱정한다면,


일단은 박근혜가 5년동안 국정을 잘 수행해서,

이 나라 이 국민이 살아날 수 있도록 도와줘야한다.


아니꼽고, 자존심이 상하고, 미칠 것같더라도~

51.6%가 외치고 있는 그 살고 싶다는 목소리를 들어줘야한다.


그리고, 5년 후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희망찬 청사진을 가지고

진보들이 꿈꾸는 그 나라에 국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가장 보수적이었던 부시의 재 집권이 후

오바마라는 미국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대통령이 탄생했던 것처럼~


지금은 명분이니, 역사니, 사치부릴 상황이 아니다.

그녀가 노력한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해서 다 같이 살 수 있게 해야한다.

그녀가 잘못간다면 이념 공세가 아닌 바른 길을 보여주고

국민들이 살 수 있도록 옆에서 힘이 되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도저히 질 수 없었던 총선과 대선에서 패배한 진보 세력은

자기 잘난 맛에 빠져서 입바른 소리만 하다가,

다음 선거에서도 또 다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진보의 멘붕 타령은 팔자 좋은 소리로 들린다.

오늘도 쌍용차 노동자는 추위에 떨고 있고, 일용직 알바들은 일을 하고 있다.

당장 다음 학기 등록금이 걱정이고, 내가 있던 회사에서는 40% 구조조정이 진행중이다.


제발 현실을 즉시하고,

옆에 있는 사람들을 봤으면 좋겠다.


국민이라는 용어는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고, 내 가족이며, 내 이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