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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 탁선산 (2008)

열린 공동체 사회 2013. 12. 29. 09:34

위기의 시대를 돌파해온 한국인의 역동적 생활철학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국내도서
저자 : 탁석산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08.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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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국에는 철학이 없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한다.


급격한 성장으로 인한 물질 만능주의

일본에 비하면 장인정신도 부족한 나라


과연 그렇게만 볼 수 있을 것인가?


전쟁의 폐허더미에서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룬

대한민국의 놀라운 원동력을 


군사정권의 불도저같은 경제 정책과

그냥 죽도록 열심히해서 남의 물건 배낀 것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한국의 철학이라 하면,

우리는 흔히 조선의 성리학을 떠올린다.

역사적 전통에서 그 해답을 찾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과감하게 이를 벗어나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과거와의 단절만이 새로운 문화를 설명할 수 있다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조선의 관점에서는 절대 설명할 수 없다고...


+


탁선산...


솔직히 처음들어본 인물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이런 철학자가 있다니 놀랍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현상들에서 문화의 근본적 내용을 찾아낸다.

그가 예시로 드는 간단한 사례들(술자리 문화, 직장인 근무 패턴)은 아차 싶을 정도이다 ~~


사회-역사-정치적 현상,

그리고 결정적으로 생활에서의 발견...


인터뷰를 찾아보니, 

조근 조근 차분히 말하는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뼈가 있었다.



그의 이력을 보면 굉장히 특이하다~


무엇보다도 대학원 졸업 후

한 동안 백수로 지내면서 사람에 대해서 관찰한 것은

그의 이력 중에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에 대해서 관찰했다...

그것도 백수로 지내면서...

이 것은 단순히 관찰한 것이 아니라 피부로 느낀 것이다.


그의 사람에 대한 관찰은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들로 나타난다.


어찌보면,

이 책의 4가지 핵심 키워들인

현세주의-인생주의-허무주의-실용주의는


고상한 정치인이나, 대학 교수들이라면 전혀 알 수 없는

한국인의 가장 근본적인 삶에 대한 이해가 밑 바탕이 되어야만 나오는 이야기다.


어떻게든 내세보다는 현세에서 쇼부를 보려고 하는 정서가

한국인의 빨리빨리 증후군을 낳았다는 부분이나,


한국 사람들은 놀기 위해서 직장에 출근한다.

그래서 출근하자마자 딴짓부터 하기 시작하고,

진짜로 일하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늦게까지 일하는 습관도 있다.


기존 학자들이 전혀 보지 않던 부분이다.

노동 착취나 노동 강도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그처럼 대놓고 직장인들이 딴짓하는 것을 지적하지는 않는다.

(직장인들 사이에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인생 뭐 있어?'라는 말에 담긴 철학이라든지,


정치인들은 죽도록 이념 논쟁하면서 싸우지만

결국은 실리적인 선택을 하는 실용주의적 투표 성향이라든지,


굉장히 생활적인 모습들을 통해서

자신의 한국인의 특징을 굉장히 깔끔하게 정리해놓고 있다.


매력적이다...


저자인 탁선산은 

'현세의 삶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실용주의적 태도'를

한국인의 특징으로 설명하면서, 이것이 오늘의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져왔다고 본다.


역동성과 활력을 창출하는

상황의 변화에 기민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자세


단순히, 막연하게 다이나믹 코리아라 연상했던 이미지를

한국인들의 생활 패턴과 그 내면에 감추어진 철학을 통해서

이렇게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암튼, 내가 막연히 한국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다양한 이미지들을 하나로 엮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굉장히 매력적이며, 훌륭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