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교양/과학

인간 사물 동맹 - 홍성욱 엮음(2010)

열린 공동체 사회 2014. 3. 23. 21:37
인간 사물 동맹
국내도서
저자 : 브루노 라투르(Bruno Latour) / 홍성욱역
출판 : 이음 2010.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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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Actor Network Theory)에 대한

입문서의 성격이 강한 책이지만, 입문서라고 하기에는 내용이 좀 어렵다.


이 책은 ANT에 대한 연구논문들을 모은 책인데,

한국인들이 쓴 부분은 잘 이해가 되지만, 대표 학자들(라투르, 로우, 콜롱)이 쓴 부분은...

굉장히 읽어 내려가는데 힘겨웠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ANT에 대해서 많이 이해할 수 있었기에 너무나 보람찾던 책이다~ ^^


이 책 한 권 읽어놓고,

내가 ANT에 대해서 이해했다고 이야기한다면,

너무나 가증스러운 짓이겠지만, 전체적인 맥락과 요지를 이해하는데는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나 마지막 챕터에서 등장하는 스노우가 이야기한 두 문화 논쟁은

최무영 교수의 책의 핵심논지와 이어지기에 더욱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ANT에 관심이 없더라도, 마지막 챕터부분은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볼만한 화두를 정리해주고 있다.


+


내가 ANT에 관심을 가지는 부분도 사실은 이러한 문제 의식에 있다.

최근 학문간 융합과 통섭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로 떠오른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하지만, ANT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고 있다.

학문간 융합이나 통섭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존재를 분리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ANT에서 가장 대가라고 할 수 있는 브루노 라투르는

<우리는 근대인인 적이 없었다>라는 저서에서 인간을 지배하고 있는 이원적 존재론을 비판한다.

(굉장히 읽어보고 싶은 책이지만, 워낙 글을 어렵게 쓰기에 도전하기 참~ 부담스럽다)


데카르트를 통해 몸과 마음(물질과 의식)을 분리해서 생각하게 되고,

칸트 철학을 통해 객체와 주체를 분리해서 생각하게 되고,

뒤르켐을 통해서 자연과 사회를 분리해서 생각하면서 이러한 이원적 사고는 굳어졌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라투르는 자연과 사회의 구분은 물론이고,

이러한 구분에서 파생되는 가치와 사실, 주관성과 객관성과 같은 경계도 거부한다.


어떠한 실재도 순수한 자연이나 순수한 사회일 수 없으며,

가치와 사실을 구분해서 판단할 수도 없고, 세상은 복잡하게 서로 얽혀있어서

서로가 서로를 구성하면서 변화하고 요동치는 인간과 비인간의 복합체라는 것이다.


책의 제목처럼 세상은 인간과 사물의 동맹(network)으로 이루어져 있고,

행위라는 것 자체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는 수많은 행위자들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굉장히 철학적이고 어렵게 들릴 수도 있는데,

기존의 세상과 사물에 대한 인식을 버리고 쉽게 생각해보면 충분히 공감할만하다.

(한 번 굉장히 쉽게 설명해보겠다.)


+


나란 존재는 무엇인가?

나는 내 주위에 둘러싼 여러가지 요소들에 의해서 규정될 수 있다.

학생이고, 자녀이며, 누군가의 친구라는 인간적인 관계로도 설명되지만,

내가 앉아있는 의자, 신고 있는 신발, 매고있는 가방 등 비인간적인 관계로도 설명이 된다.


내가 사물에 영향을 주고 주인인 듯하지만,

내가 맥북에어를 쓰고 있으면, 다른 사람은 나를 맥북에어를 쓰는 사람으로 인식한다.

나는 내가 쓰고 있는 맥북에어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느새 맥북에어에 영향을 받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인식적인 측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맥북 에어를 쓰기 시작하면서, 난 윈도우보다는 매버릭스라는 운영체계가 더 편하게 되었다.

버스를 타던 사람이 자동차를 운전하게 되면 생활습관이나 패턴이 영향받는 것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비인간에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영향을 받기도 하며,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상태를 네트워크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인간 중심적인 일방향적인 사고에서만 

조금만 벗어나서 생각해보면 무슨 소리인지 쉽게 이해가 될 수 있다.


인간이든 비인간이든 이렇게 행위를 하는 네트워크들이 연결된 것이 사회이며,

세상은 수많은 네트워크들이 연결되었다 끊어졌다는 반복해나가면서 변화하게 된다.


하지만, 인간은 순수한 인간의 영역과 순수한 비인간의 영역을 구분하기 시작했고,

아직까지 근대인들의 의식구조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재하는 것들은 사실 순수한 자연 또는 순수한 사회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기 때문임)


이러한 사람들의 인식은 인간들의 자연에 대한 무한한 폭력이나,

사회적 영향은 고려하지 않은 체 무한정 발전하고 있는 과학기술 등으로 나타나며,

현대 사회의 주요 이슈들인 핵문제, 인간소외, 생태계 파괴, 유전자 조작 등을 초래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 

자연과 사회의 유기적 연결, 

가치와 사실의 상호 연결성 등 같은 특성 때문에,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행위자간의 네트워크에 주목해야하는 것이다.


+


과연 이 이론으로 무엇을 연구할 수 있으며,

무엇을 설명할 수 있을까? 솔직히 의문이 많이 갔다.

그냥 철학적 개념이나 접근으로 끝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의 6장과 8장에 소개된

헤지펀드의 사례를 분석한 것과 한국최초우주인 논쟁을 분석한 논문은 매우 흥미로웠다.


인간의 행위뿐만 아니라, 비인간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를 통해서

미쳐 생각하지 못하고 보지 못하던 많은 부분들을 통해서 좀 더 현상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 부분을 읽어보면 이러한 접근법을 한 번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라투르가 이야기한대로,

이는 과학과 사회에 대한 연구에서뿐만 아니라,

세상 전체를 이해하는데 매우 유용한 관점이 될 수 있을 듯하다.


행위자네트워크이론(ANT)라...

아주 매력적인 이론이며 관점이자 철학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