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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 최무영(2008)

열린 공동체 사회 2014. 3. 12. 08:28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국내도서
저자 : 최무영
출판 : 책갈피 2008.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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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책은 서울대에서

물리학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교양강의를 책으로 정리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구어체로 쓰여있어서

어려운 개념이 많이 등장하지만 쉽게 쉽게 넘어갈 수 있게 되어 있다.

(중간에 수식이 많이 나오지만, 대충대충 이해하고 넘어가도 큰 문제는 없다.)


서울대 장회익 교수는 이 책에 대해서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분리되서 이해되는 상황에 대해서

'두 문화'(C.P. Snow)를 연결시키는 다리가 될만한 책이라 추천하고 있다.


장회익 교수의 말대로 이 책은

인문학 전공자인 나도 충분히 물리학에 대한 기초 상식을 쌓을 수 있도록 잘 쓰여있다.


1부에서는 과학에 대한 개괄을 설명해주고 있다.


과학이 무엇인지,

과학적 사고란 무엇인지,

과학이 왜 아름다울 수 있는지,

과학이 어떻게 발전되어왔는지,

그리고 과학이 어떠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2부에서부터는 물리학의 기본 원리들에 대해서 차근차근히 설명해주고 있으며,

마지막 8부에서는 다시 과학과 현대사회에 대한 철학적 사고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


"우리나라에서는 과학과 그 물질적 활용, 곧 기술의 의미가 제대로 구분되지 않고 혼동되어 쓰이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과학이 얼마나 정신적인 분야인지,

그리고, 과학과 기술이 왜 구분되서 이해되야하는지를 책 전반에 걸쳐서 설명하고 있다.


솔직히 나 역시 '과학 = 기술' 이라는 공식에 빠져있었다.

과학이 정신문화 성격이 강하고, 이를 물질문명에 응용한 것이 기술인데,

수 천년 동안 분리되어 이해되던 것이, 과학을 직접 응용해서 기술에 적용하면서부터 혼용되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과학을 단순히 경쟁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적 사고가 아닌

정신문화적 관점에서 보면,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사회 문제들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으로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이 책은 과학 특히 물리학에 대한 나의 편견을 한 번에 날려버릴 만 했다.


고등학교 시절 물리학은 수학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냥 공식을 외우고 이에 대입해서 문제를 풀기만 하면 되는 학문이였고,

가장 골치아프고 재미없는 학문에 불과했다.


심지어는 각종 법칙과 공식을 외우면서,

이걸 왜 배워야하는지, 이게 왜 필요한지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물리학은 사물의 이치를 연구하는 학문이였고,

물리학의 사고는 철학적 사고와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이를 계량화해서 표현해낸다는 것이 차이가 있었다.


굉장히 매력적인 분야이다...

철학처럼 그냥 말로만 때우는 것이 아니라, 정리한 내용을 스스로 증명해내고 기술에 반영한다.


어떻게 보면, 마치 과학을 물리학인 것처럼 저술하는 내용에 대해서

거만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게 물리학의 특징이고 핵심이라는 것을 세삼 깨닫게 된다.


+


비록 겉할기 수준이지만,

고전역학, 양자역학, 상대성 이론, 통계역학, 그리고 혼돈 현상과 복잡계까지...


가장 작은 쿼크에서부터 우주까지 아주 폭넓게 현상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핵심 이론들을 설명해주는데, 책을 읽는 내내 물리학의 매력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분명 과학책을 읽고 있음에도 세상의 이치에 대해서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모든 사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아직도 인간이 알 수 있는 부분은 매우 미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부분을 연구를 통해서 알아내고 있다.


고전 역학은 과학의 발전에 획기적인 기여를 했지만,

이는 일상 세계에 국한된 원리에 불과했고, 사물의 이치를 파악하기에는 역부족이였다.


사물과 현상에 대한 새로운 관점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은 단순히 과학의 발전에만 기여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사고하는 방식 자체를 완전히 송두리 체 바꿔놓았다.


물리학을 단순히 계산만 하는 수학이 아니라

굉장히 창조적인 학문이라는 말이 실감이 나는 부분이였다.

(창의적이면서도 논리적인 학문... 물리학은 굉장히 매력적인 분야였다~ ^^)



하지만, 신기하게도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도

상대성의 원리와 양자역학적 사고에 대해서 인색한 느낌이 많이 든다.

혼돈과 복잡계의 원리에 대한 내용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이들은 동양철학의 근간과 이어지는 부분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쩌다 이 사회가 합리성과 효율성의 노예가 되어버렸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동양철학의 기본 사상들만 회복시켜도,

이 사회가 이렇게 이상하게 흘러가지는 않을텐데,

심지어 현대 물리학은 동양철학과 다시 만나고 있는데...


이러한 흐름은 물리학에서 뿐만이 아니라

심지어 경영학에서도 일정부분 나타나고 있다.


사이먼이 '제한된 합리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이후

합리성의 한계와 문제에 대해서 수 없이 많이 논의가 되었다.

복잡계라는 현상에 대해서도 사회과학과 경영학의 관심은 증폭되고 있다.


최무영 교수는 복잡계가 21세기 물리학의 중요분야가 될 것이라고 했지만,

복잡계와 네트워크에 대한 연구는 이미 사회과학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이슈이다.


양자역학적 사고 역시,

ANT이론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각광을 받는 분야이다.


+


솔직히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도

복잡계와 ANT이론을 이해하는 기초를 쌓기 위해서였다.


물리학과 경영학이 교묘하게 만나는 이 지점에 대해서,

물리학에서 이들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그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싶었다.


결론은 나는 소기의 성과를 얻는 것 이상으로,

물리학이라는 분야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을 이해하는 큰 수확을 얻었다.


새우잡으러 갔다가 고래를 낚은 경우라고나 할까?


물리학이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줄지는 진짜 상상도 못했다.


아주 괜찮은 책이다...


특히나 아주 어렵다고만 생각했던 상대성 이론의 원리와

양자역학, 통계역학, 엔트로피, 혼돈과 복잡계에 대한 명쾌한 설명은 감동의 수준이였다.


물론 아직도 내가 이것을 아주 잘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두리뭉실하던 아니 오히려 혼란스럽기만 하던 것들에 대해서 대충 감은 잡았다고 할 수 있게 됐다.


사회과학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아니 사물의 이치에 대해서 궁금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볼만한 책임에 틀림없다.


간만에 진짜 명품 강의를 들은 듯하여 너무나 뿌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