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tation

김종학PD 그리고 외주 드라마 제작사

열린 공동체 사회 2013. 7. 24. 03:57



대한민국 드라마계의 대표PD였던

김종학 PD의 사망 소식은 너무나 충격적이다.


직접 연출하신 것은 아니지만,

'풀하우스'와 '슬픈소나타'('슬픈 연가'로 방영 됨)를 준비중이던 2004년,

현대 방송론 수업시간에 '한국드라마의 현황이 미래'에 대해서 특강을 하신적이 있다.


워낙 소규모 강의였기에,

바로 코앞에서  PD님의 강의를 들을 수 있었는데, 

'여명의 눈동자'와 '모래시계'의 광팬이였기에 너무나 기대했던 강의였다.


근데, 강의를 듣고 가장 놀라웠던 점은

한국에서 외주제작사로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이 진짜 어렵다는 현실이였다.


대한민국 최고의 외주 프로덕션인

김종학 프로덕션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도대체 다른 곳은 어떻다는 것인가...

(물론 당시는 드라마 외주 프로덕션이 이제 막 생기기 시작한 시점이다.)


+


당시 '겨울연가'때문에 드라마 한류가 막 활성화되던 시기였기에,

중국과 일본에서 한국드라마가 얼마만큼 인기가 지속될 수 있느냐가 강의 주제였다.


한국 드라마의 제작 현실을 봐서는 

중국의 추격과 일본의 견제를 이겨내기 어렵고

드라마의 한류는 현재 거품이 너무 많이 낀 상태이기에

스타 위주로 한류는 재편될 것이라는 PD님의 예견은 10년이 지난 지금 적중했다.


일본 시장에서 원하는 것은 만능 엔터테이너이기 때문에,

일본 시장을 지속적으로 공략하려면 젊은 스타들이 나와야 한다고 했는데,

실제로 일본 시장의 한류는 아이돌과 장근석 같은 배우로 그 흐름이 넘어가 버렸다.

(이러한 현상은 일본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반적으로 동일한 현상인 듯하다.)


물론, 10년 사이에 해외에서 성공을 거둔 드라마도 많이 있지만,

당시 대한민국 드라마는 찍기만 하면 수출되는 수준이였기에 인기가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드라마 한류가 한계가 있다고 이야기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점에 있었다.

작가위주의 드라마 시장에서
작가들이 배우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스타 배우들은 영화보다는 드라마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작가 경쟁력, 배우 경쟁력 모두 약화되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반면에 당시만 해도 외주 제작사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공채 위주의 방송국 드라마 PD는 안정된 위치에 있었고, 
PD들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외주 제작사 시스템이 더 활성화되야 한다는 것이 논점이였다.

+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외주 제작사 시스템은 활성화되었지만
PD들의 경쟁력은 좋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더 열악한 환경이 되었다.

PPL을 따오지 못하면 드라마 제작비를 채우기 어렵고,
외주 제작사도 늘어나면서 방송 편성 받는 것 자체도 새로운 경쟁이 되었다.

특히, 김종학PD가 연출하는 작품같이
천문학적 제작비가 들어가는 작품들의 경우에는
제작을 완료해서 방송이 되고, 해외 판권 계약이나 DVD같은 2차 판매까지 되야지 돈이 돌기 때문에
드라마를 제작할 때마다 돈이 되는지를 고민할 수 밖에 없고 실패하면 그 타격도 너무나 클 수 밖에 없다.

'태왕사신기'와 '신의'의 캐스팅을 봐도
해외 판매를 상당히 염두에 둔 것이 눈에 보이는데,
시장의 환경이 작품성보다는 상업성을 먼저 고려해아만 하도록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캐스팅들이 작품성을 떨어뜨렸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며
실제적으로 해외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외주 제작사로써는 수익을 올리기 어려운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당시 강의 하실 때도
자신은 허물만 좋은 스타 PD라는 말을 반복하셨다.

김종학PD가 이야기한 외주 제작사의 활성화는
숫자만 늘어난 열악한 갑을관계의 형태의 외주 제작사는 분명 아니였을텐데...

+

정확한 사의는 아직 알 수는 없지만,
여러가지 정황 상 조카에게까지 고소를 당했다는 것을 보면,
김종학프로덕션과 결별한 후 '신의'에 모든 것 걸었던 것같은데....

마지막을 너무나 안타깝게 떠나신 것같아서 아쉽다.
대한민국 최고의 컨텐츠 제작자였는데, 이렇게 생을 마감하게 되다니...

모래시계 이후의 작품들에 대해서는
작품성에 대해서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PD로써의 연출력 하나만큼은 타고난 감성이 살아있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경쟁 사회이고 상업성이 없으면 안되는 것이 현실이기는 하지만,
한국 드라마계의 한 획을 그었던 거장이 이렇게 돌아가실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나 아쉽다...

과연 앞으로 한국에서 '모래시계'나 '여명의 눈동자'같은
수 년이 지나도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는 작품들이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잊지못할 명작들을 선물해주신 김종학PD에게 감사드리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