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tation

한국리더십학교는 나에게...

열린 공동체 사회 2013. 5. 14. 19:47

한국리더십학교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인 2004년이다.


온누리교회 대학부 시절

2004년 같이 임원단을 섬겼던 열매가

임원단이 끝나자마자 1년간 대학부에 못온다는 이야기를 했다.


영선이랑 한국리더십학교에 들어가는데,

프로그램이 너무 빡세서 당분간 주일에는 동네 교회에서 예배만 드리겠다고...


너무나 파란만장했던 임원단 시절 동안,

나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됐던 영선이랑 열매가 큰 맘먹고 간다길래~


굉장히 궁금하기는 했지만,

리더십을 배운다는 개념자체가 별로 맘에 안들었다.

(사실은 아직도 리더십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그리고, 이듬해 

요섭이, 국진이형, 동현이형, 상현이, 성민이, 하늬, 미영이, 승재형, 주혜까지...

친한 교회 선후배들이 줄줄이 한국리더십학교에 입학해버렸다.


열매와 영선이가 나에게도 강추했지만,

매주 토요일마다 풀타임으로 강의를 듣는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특히나 대학교 마지막 시절

나의 관심사는 사회적인 문제들이지 리더십 같은 개념은 아니였다.


+


우여곡절 끝에 취업을 하게 되었고,

사회 생활 1년차를 넘어가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나에게

정권이형과 은광이의 한국리더십학교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나와 성향이 비슷한

정권이형과 은광이가 만족한다는 이야기는

나에게 흥미를 끌게 만들었고, 2주간 청강을 하게 되었다.


그 때 4개 정도 강의를 들었는데,

이만열 교수님 강의랑 어떤 변호사님 강의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어떤 강의는 청강생인 주제에 졸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단순 자기 개발 프로그램이라 생각했던

리더십학교에 대한 나의 선입견은 깨지게 되었지만,


광고회사를 다니던 시절이라

주말 출근도 너무 자주있던 나에게 

매주 토요일 강의를 듣는 것은 부담스러웠고,

미국에 2주간 연수를 간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였다.


회사는 다시 바빠지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리더십학교는 나에게 잊혀진 공간이 되었다.


이후, 수현이, 진현이, 혁준이 등을 통해

한국리더십학교에 지원하라는 이야기는 종종 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매년 누군가 나에게 추천을 하기는 했던 것 같다)


사회적 가치에 푹빠져서,

HoE라는 NGO를 만들어 활동하던 나에게

리더십학교의 프로그램은 사치로 느껴졌던 것같다.


+


새로운 도전을 하고자 옮긴 회사에서는

광고회사에 비해서 너무나 여로운 삶을 살게 되었고, 


오랫만에 친구 결혼식에서 만난

열매랑 혜인이가 리더십학교 이야기를 하는 걸 듣게 되었다.


안그래도 새로운 변화의 계기를 찾던 나에게

리더십학교라는 곳은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하면,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는 별로 없었다.


교회 내에서 부족함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공동체에 대한 열망이 더 컸던 것같다.


물론 한국리더십학교를 다니면서도

교회에서 계속 예배 스텝으로 섬기기는 했지만,

이미 그 전부터 교회 활동에 대해서는 마음이 떠났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졸업 후에도

리더십학교의 스텝을 계속하고 있다.


+


나에게 리더십학교는

자기개발 프로그램도 아니고,

새로운 자극을 준 공간도 아니였다.


혹자는 내가 리더십학교를 마침과 동시에

7년간의 직장인 생활을 마치고 대학원에 입학했기 때문에

리더십학교가 나의 인생을 바꾼 터닝포인트로 볼 수도 있지만,


이미 리더십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부터

퇴사는 마음을 먹고 있었고, 협동조합 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하나님의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미국 필드스터디 일정에 맞춰 성공회대에 합격하게 되었고,

퇴사를 결정하고 미국 연수의 프로그램도 모두 참석하게 되었다.

(그런면에서는 진짜 너무나 기가 막힌 하나님의 타이밍이였던 것 같다.)



그렇다면, 나에게 리더십학교는 무슨 의미인가?


무엇보다도 새로운 가치들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만들어주었고,

나의 앞 길을 함께할 수 있는 너무나 귀한 동역자들을 만나게 해주었다.


내가 생각하는

리더십학교 프로그램에 가장 큰 장점은 다양성이다.


기존 기독교에서 보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가치들을 다룬다.

그리고 내가 교회에서 젤 싫어하는 편가르기를 하지 않는다.

(특정 교회와 교파 중심이기는 하지만  다른 교회와 교파를 배척하지는 않는다.)


다양한 교회와 배경,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 모여서

1년간 함께하는 이 시간들과 과정들이 매우 흥미로운 듯하다.


물론 개인적으로

가치관의 차이를 많이 느끼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기 중심적이고 개인의 영성만 강조하는

대한민국의 기독교계에서 이 정도면 굉장히 훌륭하다고 본다.


신학을 비롯한 사회 전반의 다양한 이슈를 다루면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되었고,

반대로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상당히 많다는 것을 동시에 느끼게 되었다.


특히나 사회 지식인 층에도 이렇게 나뉘는 모습은 매우 흥미로왔다.


자기개발, 목표지향적, 결과중심적인 부분들은 맞지 않지만,

그 과정에 있어서 공동체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부분에서는 나와 참 잘 맞는다.

(어떻게 보면 이 부분이 내가 가장 매력적으로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


난 이곳을 통해서 나와 다른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내가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프로그램 중에

자기 개발적인 부분들도 많이 있기는 하지만,

나름 그런 프로그램들도 가치가 있기에 별 다른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는다.

(기본 철학도 없는 스스로를 위한 자기개발이라면 눈쌀을 찌푸리겠지만, 

명확한 비전이 있을 때는 그 가치가 전혀 다르다는 것을 많이 느끼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난 한국리더십학교를 통해서

리더십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배운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에 대해서 돌아보게 되었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가는 것을 배웠다.


+


그리고, 다시 여김없이 신입생 모집의 시기가 왔다.

최근 몇 명 친구들에게 삶의 쉼표를 찍어보길 권했다.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취업 준비와 자기 개발에 매진하는 대학생들에게

한국리더십학교의 1년 과정이 매우 부담스러울 것이다.


나도 공감했던 부분이기에

강팍한 사회 현실이 아쉬울 뿐이다.


하지만, 

내가 리더십학교를

조금 더 일찍 만나지 못한 아쉬움이 많이 들어서,

(물론, 하나님의 적절한 타이밍이였다는 생각도 든다.)


조금은 느리게 가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잠시 돌아본 후, 바르게 가는 것이 좋다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싶다.


아직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기에,

좀 더 인생을 길게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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