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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노예 (The future of success) - Robert Reich (2001)

열린 공동체 사회 2013. 12. 20. 23:54
부유한 노예
국내도서
저자 : 로버트 라이시(Robert B. Reich) / 오성호역
출판 : 김영사 200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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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가장 놀랬던 점은

이 책이 2001년에 저술되었다는 점이다.


인터넷 거품이 한창 형성되어 정점을 지나던...

대한민국에는 김대중대통령이 아직 집권하던...


그 시기에 쓰여진 책이지만,

2013년의 대한민국이 가진 온갖 사회문제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10년 뒤를 내다보았던 저자의 혜안도 대단하지만,

이미 예견된 이 길을 그대로 따라 온 대한민국도 놀랍다.


책의 원제는 무슨 자기 개발서 같은 느낌의 'The future of success'이지만,

번역본의 제목은 계급투쟁의 느낌이 나는 '부유한 노예'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둘 다 좀 뭔가 내용과 안어울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001년에 나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원제는 그래도 의미는 좀 살린듯....)


+


노동 문제에 대한 자료를 얻고 싶어서 읽은 나에게...

처음 100페이지까지는 도대체 이 책의 정체가 뭔가 싶었다.


물론 미래 경제 발전을 2001년에 예견했다는 것이 놀라운 점이기는 하지만,

2013년에 사는 나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 이야기들이 나열되기 때문이다.


구매자의 천국, 혁신의 시대, 브랜드 파워, 지식 사회...


여기까지만 읽으면, 이 책은 한 지식인의 미래 사회 예측에 관련된 책이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들은 경제 발전이 양상해내고 있는 그림자를 형성하는 기반이 된다.


생산직의 감소, 경쟁의 압박, 사라져버린 신의, 고용 개념이 사라진 시대...


그리고 이어지는 개인의 삶에서의 변화는 더욱 역동적이다.


증가하는 근무시간, 개인 브랜딩 시대, 줄어든 가족, 분류되는 계층...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는 정보, 통신, 교통, 기술의 발달로 인한

사회의 역동성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미래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

그리고, 이러한 예측 불가능성으로 인해 더욱더 치열해지는 경쟁 구조로 설명될 수 있다.


긍극적으로 역동적인 경제활동이

사회의 전체적인 부는 증가시켰지만, 오히려 사회적 안정성은 감소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개인 차원의 행복의 문제를 야기시키고 말았다.


그로 인해서,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수 많은 가치들...

이 부분이 바로 노동부 장관을 사임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저자의 고민이였던 것이다.


+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저자가 신 경제(New economy)라는 표현을 사용한

신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매카니즘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설명하는 부분이다.


경제학적인 설명이 아닌, 사회 현상으로써

왜 신 자유주의가 보편화될 수 밖에 없는지 설명해주고 있다.


흔히 우리가 인간의 탐욕이 가져온

금융자본가와 부유층이 만들어낸 결과라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시각이다.


라이시는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사회적 경제적 역동성이 이 모든 것의 주된 출발점으로 이야기한다.


우리가, 혜택으로만 여기도 이러한 요소들

그리고 민주주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믿었던 요소들이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굉장한 부를 창출해냈지만,

한 편으로는 너무 빠른 변화가 사회를 매우 불안정한 상태로 만든 것이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낙오되지 않도록

더욱더 경쟁에 매달릴 수 밖에 없게 만들었고 이는, 다른 수 많은 가치들을 포기하게 만들다.


노동 시간 증가, 맞벌이 부부의 증가, 개인주의화, 핵가족화, 양극화의 증대


이러한 사회적 현상들이

사실은 누군가의 지나친 이기심의 결과가 아닌

사회 변화에 낙오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합리적 선택의 결과라는 점이 가장 인상 깊은 주장이다.


+


하지만, 이러한 거대한 인사이트에 비해서

라이시의 결말은 너무나 아쉽고 싱겁다는 느낌이 든다.


라이시는 일단 개인의 차원에서는 자기개발서와 같은 결론을 내려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라이시가 보기에 이 것은 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회 차원의 대안은 무엇인가?


라이시는 경제발전을 위한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이기 때문에,

경제 성장의 성과를 절대 부정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대신, 잃어버린 가치들을 찾을 수 있는 열쇠를 산업화 시대의 대응에서 찾는다.


산업화 시대도 경제적 발전과 동시에

아동노동, 빈부격차, 탈 공동체화, 대도시화의 사회적 문제들이 나타났다.

이 때의 해법은 노동법, 사회보장제도, 의무 교육, 누진세 등의 규제를 강화하는 방법이였다.


하지만, 변화한 시대를 고려한다면 이러한 방식을 그대로 쓸 수는 없다.


여기까지의 논리에는 너무나 공감하지만,

이 후에 라이시가 내놓은 대안들은 너무나 현실적이기에 너무나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그냥, 이대로 가면 사회가 붕괴될 수 있으니...

정책을 좀 바꾸어서 적당한 선에서 잘 막아보자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좀 아쉬운 수준의 대안들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그의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너무 그 안에서 세부적인 수정방안들을 제시한 듯하여 실무자의 리포트 같다.


물론 그 정도도 굉장히 획기적인 내용들이지만,

앞에서 보여준 뛰어난 인사이트에 비하면 너무나 '용두사미' 같은 느낌이다.


글쎄...

책을 쓴 시기가 미국 경기가 호황이였던 클린턴 정부 시절이니,

이 정도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해도 충분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이제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이야기하는 수준이 아니라

자본주의 이데올로기 그 자체를 이야기하고 있는 시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라이시의 보다 면밀한 견해를 보려면,

슈퍼자본주의를 비롯한 더 최신의 저술들을 읽어봐야만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