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y Room/Strategy Management

The Honda Effect (혼다 이펙트) - Mintzberg, Goold, Pascale, Rumelt (1996)

열린 공동체 사회 2014. 1. 16. 23:57


The Honda Effect는 진짜~~

당대 최고의 학자들이 모두 달라붙어서 싸웠던 역사상 길이 남을 논쟁이다.



일본 모터사이클 시장을 평정한 혼다는 
1960년대 영국을 제치고 미국의 모터사이클 시장마져 평정해버린다.

영국 기업의 의뢰를 받은 포지셔닝 학파의 원조격인 BCG는
어떻게 혼다가 일본시장을 점령했는지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다.

당시의 시장 및 환경을 분석을 통해서,
경험곡선, 높은 시장 점유율, 그리고 저원가와 시장 세분화의 계획된 전략이
혼다가 시장을 점령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설명한다.

Strategy Alternatives for the British Motorcycles Industry (BCG, 1975)

참 듣고 있으면, 그럴듯한 설명이고 훌륭한 연구 보고서이다.

근데, <일본식 경영(The Art of Japanese Management)>의 공동저자인
리처드 파스칼(Richard Pascal)은 이 설명에 의문을 품고 직접 일본에 가서 혼다 경영진을 만난다.

근데, 그 인터뷰 결과는 너무나 다른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아무런 전략도 없고, 심지어는 미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일단 일본의 바이어들은 열정 하나만 가지고 미국에 건너가서 온갖 삽질을 해댄다.

당시 일본 정부 지원도 별로 없었으며,
돈을 아끼려고 일부 일원은 숙소 바닥에서 자기도 하고,
창고도 도시 허름한 구역에 세워놓고 자신들이 직접 모터사이클을 쌓아 올렸다.
심지어 성수기가 언제인지도 몰라서, 시즌이 끝날 때 미국에 도착해 1년을 그냥 허송세월 보냈다.

근데, 자신 있었던 주력 상품인 250cc와 350cc는
미국 소비자의 운전 습관과 전혀 맞지 않으면서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와... 내가 바이어였으면 진짜 죽고 싶은 심정이였을 듯하다... 그렇게 고생했건만...)

하지만 어느 날, 자신들이 업무용으로 타고 다니던 50cc를
우연히 시어스(대형 할인매장)의 바이어들의 눈에 들게 되면서 역사가 시작된다.

어짜피 망해가던 혼다의 바이어들은 자존심을 좀 지키다가 그냥 고개 숙이고,
오토바이 딜러가 아닌 대형 할인매장을 통해서 50cc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한다.

초대박의 행진이 시작되었고, 이는 점점 큰 모델의 인기까지 이어진다.
이게 바로 혼다의 성공 신화의 실제 이야기인 것이다.

심지어 대대적으로 성공했던 광고 캠페인조차
알고보면 UCLA학부생이 과제로 제출한 카피가 그대로 광고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내용이 바로 논쟁의 출발점이 된 연구 논문에 소개된 내용이다.
Perspective on Strategy: The Real Story Behind Honda's Success (Pascale 1984)


+

민츠버그는 이 사례를 가지고 
디자인 학파를 비판하며 전략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논문을 발표한다.
The Design School: Reconsidering the Basic Premises of Strategic Management (Mintzberg 1990)

그러자 Igor Ansoff가 발끈해서 덤볐고, 
Critique of Henry Mintzberg's 'The Design School: Reconsidering the Basic Premises of Strategic Management' (Ansoff 1991)

민츠버그(1991)는 여기에 절대 밀리지 않고 다시 재반론을 펼친다.

이에 대해 BCG 보고서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이였던
마이클 굴드(Michael Goold)는 BCG보고서의 가치는
혼다의 성공사례를 분석해봄으로써 어떤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는지 발견했기에 의미있다고 항변을 한다.
Design, Learning and Planning: A Further Observation on The Design School Debate (Goold 1992)

이에 질세라, 민츠버그는 무작위 실험을 하는 일과 
시장을 놀라게 해서 배울 기회를 포착하는 것은 지극히 중요한 차이가 있다고 다시 지적한다.
Reply to Michael Goold (Mintzberg 1996)

BCG보고서가 나온 1975년 이후 영국의 모터사이클 판매는
더욱더 곤두박질 쳤기 때문에 마이클 굴드가 여기에 대해 반박하기는 쉽지 않았다.

재미있는 것은 마이클 굴드가 민츠버그의 이러한 지적에는 동의했지만,
BCG보고서 자체는 뛰어난 분석을 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
(분석은 뛰어났으나 새로운 전략이 없어서 실패했다는 주장은 Goold의 마지막 자존심이라 보이는 듯~~)

Learning, Planning, and Strategy:Extra Time (Goold, 1996)


여기에 이미 혼다에 대해서 한 차례씩 분석했었던,
Richard Rumelt와 Richard Pascale이 추가로 가세한다.

The Many Faces of Honda (Rumelt,1996)

Reflections on Honda (Pascal, 1996)

암튼, 더욱더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논쟁을 정리해서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을 공동저자로 해서, 한편의 논문을 또 발표하게 된다.

The "Honda Effect" Revisited (Mintzberg, Goold, Rumelt, Pascal 1996)


+


진짜 징한 사람들~~

지들끼리 싸운 내용까지 논문으로 정리해서 발표하다니... ^^

(근데, 공동저자 이름에 앤소프는 빠져있다. 1996년 논쟁에 빠져서 그런가?? 궁금하군...)


혼다 이펙트는 이래저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사례이다.


혼다의 성공 사례도 대단한 사례이지만,

같은 현상을 놓고 이렇게도 볼 수 있고, 저렇게도 볼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재미있다.


더군다나 당대 내놓으라는 전략 학자들이 달라붙어서 싸운 것도 재미있고,

남의 주장에 대해서 대놓고 비판하고 덤비는 민츠버그 형님의 배짱과 용기도 존경스럽다.


그리고 이러한 논란이 <Strategy Management Journal>이라는

최고의 학술지에 몇 년동안 계속 실렸다는 점에서도 너무나 흥미로운 논쟁이라 할 수 있다. 

(1996년 피 터지는 논쟁은 모두 California Management Review에 게재 되었음)


더군다나 10년이 넘게 지속된 논쟁이 하나의 논문으로 마무리했다는 점은

이들이 생각하는 논쟁이라는 것이 참으로 흥미롭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죽도록 싸우더니, 그걸 논문으로 다시 정리한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결국은 끝까지 서로 타협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앤소프 형님이 명단에서 빠진 것이 좀 아쉽다. 처음에 불을 땅긴 사람인데...)


한치의 양보도 없이 절대 타협하지 않고,

남의 자존심을 깔아뭉게더라도 진리를 추구한다.

(그러면서도 무엇보다도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해준다.)


이들에게 진짜 중요한 것은 자존심과 명예도 있지만,

그래도 결국은 지식에 대한 욕구와 탐구심이라는 점이 느껴지기에...


이들이야 말로 진정한 학자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