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Innovation/Community Regeneration

사회적 경제와 지역재생 - 2014 자활복지 국제포럼(Community development global forum)

열린 공동체 사회 2014. 9. 26. 10:29

* 최근 도시 재생의 성공사례로 잘 알려진 부산의 감천 문화마을 (출처: Buvi뉴스)



지역 개발(Community development)

지역 재생(Community Regeneration)


유사한 용어이지만, 굉장히 큰 시각의 차이가 느껴지는 단어들이다.


지역 사회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을 

개발의 관점에서 보느냐, 재생의 관점에서 보느냐는 전혀 다른 결과물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지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철저히 개발주의적 관점을 따라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1990년대까지 전 세계적인 흐름이였는데, 우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서야 바뀌려는 분위기이다.)


그래서 도시 환경을 정비하기 위한 재개발과 재건축이 중요했고,

농촌의 경우에는 지역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도로를 건설하거나 마을회관을 지어주는데 주목했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주거안정성의 저하라는 새로운 이슈가 부각되었고,

주택 가격의 상승으로 외각으로 내몰리는 서민들의 문제와 커뮤니티가 해체되는 상황 등이 발생하고 있다.


농촌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시설을 깔아주는 것에만 주목하면서,

지속적인 인구 감소로 인한 인력 부족과 시설에 대한 유지 관리 미비로 자생력을 점차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러한 개발 연합 위주의 일방적인 사업추진 방식과

민간자본에 의존해서 대규모 개발사업과 물리적 환경 정비에만 치중했던 지역 개발 사업은

이제 지역 재생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여 협력하는 거버넌스가 요구되고 있고,

다양한 재원 조달을 통한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방식이 요구되고 있으며,

물리적 개발뿐만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요인까지도 모두 고려한 장소 중심의 통합적 접근이 시도되고 있는 상황이다.


* 산업도시에서 환경도시로 도시재생 사업에 성공한 스웨덴의 말



국내에서는 2006년부터 도시 재생에 대한 R&D를 시작했으나

주민들이 기존의 재개발과 지역 개발 사업을 아직도 선호하면서,

도시재생이라는 것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된 것은 2011년 부터이다.


2012년 새누리당 서병수 의원이 관련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고,

2013년 특별법과 시행령이 제정되어 도시재생특별위원회가 출범했으며,

2014년에는 선도지역 13곳을 먼저 지정했으며,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확산해나갈 예정이다.


도시재생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사업의 시행 주체에 주민의 직접 참여를 포함시켰을 뿐아니라,

시행자에도 민간기업과 공공기관, 지방자체단체 뿐만 아니라 마을기업, 사회적 기업, 사회적 협동조합도 포함시켰다는 부분이다.


그리고 지속적인 지원을 위해서 

중앙 단위의 도시재생 지원기구 뿐만 아니라,

지자체 단위의 도시재생 지원센터를 설치한 점도 눈의 띄는 대목이다.


기존의 행정조직을 중심으로 한 일방적인 사업 추진이 아니라,

행정조직과 시행조직, 그리고 중간 지원 조직이 협의를 통해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주민, 민간업체, 정부기관,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협력적인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해서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전형적인 사회적 경제의 기본 정신에 입각한 접근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도시재생 사업을 위한 국가 지원 예산의 경우에는 범부처에 의한 패키지 지원을 하기로 했다.


범부처에 의한 패키지 지원이란, 

부처 간의 예산 나눠먹기과 힘겨루기를 방지하기 위해서

아예 부처를 구분하지 않고 사업 예산을 설정함으로써 필요한 곳에 예산이 집중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의와 부서들 간의 힘겨루기를 방지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물론 이렇게 해도 관련 책임자들의 의식이 변하지 않으면, 그 안에서 또 단합이 이루어지기는 할 것이다.)


암튼, 주민 참여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다는 점과

장소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통합적 틀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정책이다.


여기에 범부처간의 협업을 이끌어낼 수 있는 예산지원 체계도 마련했으니,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한 시스템은 확실히 구색을 맞췄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제 주사위는 사업을 추진하는

행정기관의 태도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넘어왔다.


     * 자료 출처: 서울시 도시계획과



이미 국토부는 관련 내용을 2010년부터 준비해왔었다.


2010년 시범사업을 위한 대상지를 공모 선정했으며,

2011년 최종 선정지 창원과 전주를 대상으로 사업 협약을 맺었고,

2012년 시범사업을 진행해 정량적, 정성적 모두 긍정적인 사업 성과를 가져왔다.


사업 결과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주민자치위, 7개 통장, 통장 추천 주민, 자생단체장, 시청, 동장 등으로 재생추진 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창원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는 간사를 파견해서 계획수립, 재원조달, 사업 추진, 모니터링의 과정을 이들과 함께했다는 부분이다.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도 그 동안 개발 위주의 사업에서 벗어나

실제적으로 주민들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행정적 문제로 소외될 수 밖에 없었던 이슈들이 재조명을 받았게 되었다.


실제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이슈를 해결해주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해관계를 협의를 통해서 해결함으로써 상생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이다.


* 자료 출처: 창원테스트베드 도시재생사업단 (http://changwon.kourc.or.kr)


일단, 창원시의 시범 사업 결과만 보고나면 완전 대박이다.

한국에서도 퀘벡이나 볼로냐처럼 사회적 경제를 기반으로한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만든다.


하지만, 시범 사업은 시범 사업이라는 특수성이 명백히 존재한다.

실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민관협의 거버넌스 구조는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고, 자칫하면 사업이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러한 모든 과정이 행정부에서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성미산 마을이나 삼각산 마을, 홍성의 홍동마을처럼 주민들이 좀 더 주체적으로 나서면 좋겠지만,

캐나다 퀘벡의 사례를 보면 행정부가 주도해도 민간에서만 잘 받혀준다면 그것도 좋은 모습일 될 수 있을 듯하다.


우리 나라같이 행정부 주도의 국가의 장점은

정부가 정신차리고 마음만 먹으면 빠른 시간 내에 제대로 시행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협력 거버넌스에서 적극적인 주민들의 참여가 전제되어야 하기에,

과연 이 사업이 얼마나 잘 진행될지, 그리고 다른 지자체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지역 재생 사업의 사실 가장 큰 걸림돌은 주민들의 의식이다.


2008년 금융위기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당장 재개발과 지역개발을 선호하는 주민들이 상당수라는 점을 기억해야한다.


현재 지방 도시의 상황을 보면 이러한 심리를 충분히 이해할만 한다.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을 비롯한 지방의 중소 도시들은

인구감소와 기반시설 낙후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며 점차 쇠퇴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4 지방선거에서 개발 공약이 남발했던 것은 너무나 당연한 현상인 것이다.

이들 지역에게는 지역 재생보다는 지역 개발과 지역 경제 활성화가 최우선이 될 수 밖에 없다.


아직도 농촌에서는 도로를 깔아준다고 하면 기뻐하고 있고,

도시에서는 어떻게 해야 땅값이 오를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자체 장들에게는

일본의 도시재생운동보다는 몬드라곤의 성공사례가 훨씬 더 매력적이다.


완전 시골 지역에서 시작한 협동조합이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성장했고,

지역의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를 완전히 지탱해주는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하지만, 몬드라곤같은 협동조합을 만들겠다는 것은

지자체 입장에서는 손 안대고 코풀겠다는 도둑놈 심보나 다름 없는 짓이다.


실제로 몬드라곤은 행정부의 견제를 받으면 받았지 

지방 정부의 특별한 지원을 받지 못한 체 스스로 성장한 측면이 강하다.


그렇다고 주민들이 먼저 앞장서서 나서고

지방 정부는 협조만 해준 볼로냐와 일본 생협 운동과 같은 차원의 움직임도 사실상 무리이다.


그렇게 총대매고 나설 수 있는 주민들 있는 것도 아니고,

아직까지 지방 정부의 공무원들의 의식도 이를 용납해주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관심은 캐나다 퀘벡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 사진 출처: 오마이뉴스



캐나다 퀘벡은 이탈리아 볼로냐를 모델로 했지만 전형적인 정부 주도 사업이였다.

정부가 주도해서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 냈고 낸시 닌탐같은 뛰어난 지도자의 출현이 민간의 움직임을 활성화시켰다.


불과 10년도 안되는 시간 동안 퀘벡은 뛰어난 사업 성과를 나타냈으며,

정부 주도로 시작했지만, 정부 혼자서 했다고 할 수 없는 샹티에라는 아름다운 협력체제를 구축해냈다.


사회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대응이나

그 동안 중요한 시기마다 우리를 감동시킨 시민 의식 정도라면

정부에서 멍석만 깔아준다면 대한민국에서도 충분히 상티예같은 조직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낸시 닌탐같은 지도자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서울시만 해도 박원순 시장이 움직이니까 이곳저곳에서 시민 차원의 새로운 움직임들이 꿈틀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 주도의 민관학의 협력체제를 구축해 성공한 사례는 또 있다.

몬드라곤과 지리적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스페인의 빌바오 시이다.



빌바오는 몬드라곤협동조합의 우르사가 지은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더 유명한데,

과거 철강과 조선으로 유명했다가 유령 도시로 변했던 이 곳은 이 건물 하나로 문화관광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건축물 하나 잘 지었어서 성공한 사례처럼 생각하지만,


빌바오의 도시 계획은 거대한 마스터 플랜 하에 

상공회의소시민단체대학일반 시민 대표 등이 시민 위원회를 발촉해서 함께 만들었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과거 빌바오는 중공업(조선업철광석중심이였으나

강을 등지고 있던 도시 구조로 인해서 항구의 문제와 도시의 확장 한계 문제가 발전을 저해하고 있었다.


이에, 구도심을 몰아내고 없애는 것이 아니라 공존의 개념을 접근했으며,

항구를 이전하고, 교량을 건설하고유람선이 다니고 걸을 수 있는 강으로 변경하였다.

(산업지대와 철도를 시민이 걸을 수 있는 산책로로 만들었다.)


철도를 지하로 보내버리고대로로 만들어 버리고,

조선업의 전통을 모두 없애지 않고문화 관광 자원화하였으며, 이러한 모든 의사결정은 시민이 함께했기에 가능했다.


절처히 먹고 사는 의식주 문제와 경제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췄지만,

그 중심에 인간에 대한 고려와 주변에 대한 배려가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대한민국의 지자체들은

빌바오의 성공 사례에 더 주목할 수 밖에 없을 듯하다.



일단 가시적인 접근으로 지역 경제를 살려냈고, 

퀘벡보다 뭔가 단순하고 명확해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퀘벡과 빌바오의 근본 원리는 동일하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변화를 일으킨 퀘벡과

하드웨어 중심으로 변화를 일으킨 빌바오에는 민관협의 거버넌스 구성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이다.


빌바오 역시 지방 정부 차원에서

지역 개발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사업을 추진했다면,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충돌과 반대에 붙이쳐 지금과 같은 성과를 가져올 수는 없었을 것이다.


+


과연 대한민국에서는 지역 개발이라는 환상을 극복해내고,

경제 활성화와 지역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서 사회적 경제에 기반을 둔 지역 재생을 어떻게 이루어낼 수 있을까?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서울시와 부산시가 이 분야에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


2011년 당선된 박원순 시장은 도시 혁신을 테마로 삼았는데,

2014년 재선하면서 핵심 테마를 도시 재생으로 변경한 듯하다.


서울시는 이미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창신숭의 지역을 서울형 도시재생지역으로 지정했으며,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설립하였고 2017년까지 국비 100억원과 시비 1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도시재생에서 나름 활발한 성과를 올리던 부산의 경우에는

2014년 선거에서 도시재생법을 대표발의했던 서병수 의원을 시장으로 선택했기에,

부산의 도시 재생 행보가 한 걸음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범사업을 진행했던 창원시와 전주시 외에도 

대구, 광주, 대전, 인천 같은 지방 도시들도 곧 이 흐름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국토부는 13곳의 선도지역을 선정해서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적극적으로 민간의 협조를 얻어내느냐에 달렸으며,

결국에는 행정에서 민간으로 사업의 주도권이 넘어가야지만 지속가능성이 있다.


이 말은 지역재생의 성공 여부는 

사회적 경제의 정착 여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사회적 경제는 어느새 우리의 생활 속으로 깊숙히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