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Innovation/Community Regeneration

협동조합간 연대를 통한 공정 무역 - iCOOP생협과 두레생협 사례

열린 공동체 사회 2014. 10. 12. 09:09


협동조합이라고 하면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한 자발적인 사회적 경제 조직이다.

협동조합의 7원칙에도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라는 항목이 분명히 들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협동조합과 공정무역"

뭔가 잘 어울리지 않는 듯한 조합이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소비자 생협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또 다른 접근이 가능하다.

지역에서 생산되지 않는 제품에 대해서는 협동조합 간 연대를 통해서 공정무역이 가능하다.


'협동조합간의 연대' 역시 협동조합의 7원칙에 분명히 들어가 있는 원칙이며,

다른 나라에 있는 협동조합과 연대를 위해서는 공정 무역은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내에서도 iCOOP생협과 두례생협은 공정무역을 실시하고 있지만,

한살림의 경우에는 이러한 관점에 반대하며 국내에서 생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대표적인 품목이 바로 설탕이다.

국내에서는 분명히 설탕을 생산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한살림은 조청으로 설탕을 대신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설탕 수입을 반대한다.


조청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이없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한살림의 발상이 나름 창의적이라고 생각한다.


조청이라는 것이 나름 상품성을 가진다면 한살림의 접근도

공정무역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고자했던 다른 생협들의 시도만큼이나 훌륭한 접근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협동조합 간의 협동이라는 방식을 통해서 이루한

두레생협과 iCOOP생협의 공정 무역 방식 역시 나름 창의적이고 훌륭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현지에서 노동자를 착취해서 생산한 백색 설탕이 아닌

필리핀 전통방식의 농민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공장에서 생산한 마스코바도를 수입한다.



개인적으로는 국내 생산자만 보호받을 대상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며,

무역이라는 것 자체가 무조건 비난받을 대상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그게 상생의 방법이냐 

아니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이냐에 달렸다고 본다.


두례생협과 iCOOP생협은 둘 다 설탕의 수입을 위해서

필리핀의 현지 협동조합과의 연대를 통해서 공정무역을 진행하지만 그 방식에서는 차이가 난다.


+


일단 공정무역을 진행하는 국내에서의 사업 진행 방식에 큰 차이가 있다.



두레 생협은 두레 APNet라는 자회사를 설립해서 공정무역을 진행한다.

그렇다보니, 두레 생협에 들어오는 물품은 엄연히 외부의 물품을 취급하는 형태이다.


자연스럽게 두레 APNet의 물품이 아닌 다른 공정무역 제품도 두레 생협 안에서 취급한다.

대표적인 상품이 커피이며, 다른 공정무역 단체들의 품목들도 심사를 통해서 두레 생협 내에서 유통이 가능하다.

또한, 자회사에서 물품을 취급하기 때문에 생협법에 의해서 외부의 매장이나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도 가능하다.


반면, iCOOP생협은 내부에서 공정무역을 진행하기 때문에,

iCOOP생협 이외의 제품이 iCOOP생협 내에서 유통되지 않으며, iCOOP생협의 제품이 외부에 유통되지도 않는다.


확실히 사업 진행 방식에 따른 장단점이 명확한 것이다.


iCOOP생협의 경우에는 내부 수요가 워낙 크기 때문에 

7개 품목의 150개 상품을 취급을 취급하면서 2013년 기준 거래액이 34억 2천만원이였는데,

이는 한국 공정무역의 30%의 규모를 차지하고 있으며, 공정 무역 커피시장에서도 1위를 차지하는 배경이 된다.


공정무역협회의 차원에서는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당연히 iCOOP생협도 두레처럼 자회사 방식을 활용하기를 원하겠지만

iCOOP생협이 공정무역을 하는 이유는 조합원들에게 안정적인 물품 공급을 위해서이기 때문에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인다.



워낙 내부적인 의사결정도 빠르고 iCOOP생협의 사업 수완도 좋은 편이라서,

두레생협처럼 오히려 자회사 방식으로 시작했다면 협동조합적 가치라는 측면에서 나중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도 있다.


반면에 두레생협은 공정무역을 하자는 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하는데 1년이 걸렸고,

소비자의 이익뿐만 아니라 국내의 유통 및 무역 질서를 개선해보고자하는 의도를 가지고 자회사를 설립했다.


두레의 의사결정 방식이나 추진 목적을 고려한다면 분명히 자회사 설립이 더 효과적인 방식이다.

iCOOP생협이 조합원의 필요에 의해서 사업을 추진하게 된 점과는 분명히 다른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공정무역 시장은 iCOOP생협이 주도하고 있다.

사업의 추진력과 수요의 규모가 워낙 크기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이 정도의 추세라면 공정무역 파트를 독립된 협동조합으로 분리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앞으로 iCOOP생협과 두레생협의 공정무역 산업이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될지 지켜보는 것도 충분한 연구 가치가 있는 부분이다.


+


둘째로 차이가 나는 점은 현지에서의 연대 방식이다.



두레APNet은 필리핀 네그로스라는 섬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생산한 마스코바도를 수입하고 있다.


필리핀 ATC(Alternative Trade Corporation)와 협력해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단순히 수입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설탕 구입액에 따른 기금을 조성에서 지역 개발을 지원해주고 있다.

(두레는 처음 시작할 때 아예 민중교역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일방적인 원조 차원의 지원이 아니라 생산자 공동체 대표가 기금 활용처를 정하고,

자금의 운영도 직접하게 만듬으로써 경제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는 씨드머니로 활용되고 있다.


두레 생협 내에서도 네그로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지역에 대한 소식들을 전달함으로써 공정무역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고 있으며 인적 교류도 지속하고 있다.


두레 생협 모델의 장점은 굉장히 느슨한 연대이기에

다른 지역으로도 충분히 확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ATC같이 공정무역을 진행할 수 있는 단체만 존재한다면 

안정적인 수요가 유지되기 때문에 지역 개발의 관점으로 충분히 다른 지역도 개척할 수 있다.


반면에 iCOOP생협은 굉장히 강력한 연대이기에 독특한 측면이 강하다.



iCOOP생협은 필리핀의 PFTC(Philippines Fair trade center)라는 단체와 연대하여,

필리핀의 파나이 섬에 새로운 협동조합 AFTC를 설립한다.


PFTC는 ATC와 함께 필리핀 내에서

WTFO의 인증을 받은 두 단체 중에 하나로 1991년부터 공정무역을 진행하고 있다.

(반정부 활동가들이 중심이 되어서 설립된 단체이기에 현재 정부의 탄압이 큰 이슈가 되고 있다.)


* ATC는 현재 WFTO를 탈퇴했다고 합니다. (추가로 지적해주신 분이 있어서 내용 추가합니다.)


iCOOP생협이 진출할 당시에만 해도

협동조합을 조직하기 위해 PFTC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고,

PFTC의 경우에도 활동지역을 벗어나는 곳에 진출하는 경우이기에 굉장히 큰 모험이였다고 한다.

(파나이섬에 협동조합이 전혀 전파가 안된줄 알았는데, 오류가 있었다는 지적이 있어서 내용 수정했습니다.)


PFTC는 가가호호 방문을 통해서 1년 정도 현지에서 조합원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고,

iCOOP생협은 공장 설립 자금을 마련하고 생산된 제품에 대한 수요를 책임지는 역할을 하게 된다.


2012년 iCOOP생협은 불과 1개월만에 

1억 8천만원이라는 거금을 국내 조합원을 통해서 모금해 현지에 공장을 설랍한다.



새로 설립된 AFTC라는 협동조합은

소농 및 소작농을 조합원으로 하고 있으며 범죄기록이 없어야하고 50페소의 출자금을 내야한다.


1kg 생산당 1페소의 적립금을 모아서 공동기금을 운영하고 있으며,

공동기금으로 직원 식당도 건립하고 조합원 대상 무이자 소액 대출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iCOOP생협이 처음 진출할 때만 해도 

NGO에 대한 반감으로 지역 지자체장들도 만나주지 않았다고 하는데 

1년이 지나고 공장과 조합운영이 안정화되자 지자체와도 협조가 가능한 분위기가 조성됐다고한다.


iCOOP생협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AFTC와의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서 공정여행도 기획하고 있으며,

60명 정도 밖에 안되는 AFTC 조합원들을 위한 협동 커뮤니티 센터도 걸립 예정이다.


무려 2억원이라는 엄청난 투자액이 필요하지만 조합원을 통해 순십간에 기금을 마련해버렸고,

보육 시설 뿐만 아니라 도서관, 조합원 교육 시설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솔직히 이 모든 사업은 iCOOP생협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일들이다.

공장도 지어주고 커뮤니티센터도 지워주고, 이를 운영하는 것은 현지인들의 협동조합이다.



이는 분명히 마을 사람들이 돈을 모아서 공장을 설립한 네그로스와는 다른 접근이다.

ATC라는 단체가 진행하며 사실상 두레APNet은 수입만 책임지며 연대 활동을 진행한다.


실질적으로 두레 APNet는 수요만 책임지는 구조이지만,

iCOOP생협은 적극적으로 현장에 개입하고 있기에 공정무역과 국제원조의 중간 성격을 가진다.


새로 설립된 AFTC라는 협동조합이 어떻게 운영될지가 앞으로의 관건이다.

현지의 협동조합인 PFTC가 헌신적으로 도와주고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AFTC가 알아서 할 문제이다.


엄청난 수혜를 입으면서 지역의 가장 큰 경제 공동체로 성장한 AFTC가

어떠한 성장통을 겪게 되며 앞으로 어떠한 역할을 하게 될지에 따라서 공정 무역에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될 수도 있다.


물론 iCOOP생협의 사례는 PFTC라는 파트너가 있었기에 가능한 특수성이 있지만,

단기간에 현지에 협동조합을 설립해서 운영까지 맡겼다는 점에서 동티모르의 피스커피와도 확실히 다른 케이스이다.


현재 공정무역이나 국제개발을 진행하는 단체 중에서

KOICA의 별도 지원없이 사업을 진행하는 곳은 종교 단체 외에는 생협이 유일하다.


생협이 가지고 있는 안정된 수요망이라는 인프라가 있기에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고 그 성장률 또한 엄청나다.


이것이 바로 소비자 협동조합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잠재력이다.

그것을 극대화해서 새로운 국제 개발 모형을 제시한 곳이 바로 iCOOP생협이다.


하지만, 수요자 중심의 적극적 개발이기에 아직까지는 다소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현지의 협동조합이 어떻게 진행될지를 지켜보는 것도 또하나의 중요한 연구 주제가 될 듯하다.


* 본 내용은 성공회대 유통경영연구소에서 주관하는 KOICA 교육프로그램

  "사회적 경제를 통한 국제 개발"에 참석해서 강의 내용을 개인적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정리하다보니 정보에 오류가 있을 시에는 살포시 댓글이나 메일로 알려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