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ing Innovation/Work & Life

2015 The end of Jobs by Taylor Pearson (직업의 종말, 2017)

열린 공동체 사회 2018. 1. 20. 01:40

결국 우리의 미래, 우리의 이야기는 스스로 써 나가야만 한다.

저자가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이 책의 이 마지막 문장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불확실성의 시대, 남들이 그려놓은 '직업'이라는 길을 따라가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창업가(Entrepreneur)의 시대가 도래했다.



어쩌면 이미 뻔히 아는 이야기일 수 있다.

직장생활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여기에는 미래가 없다는 것이 금방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간다.

남들도 다 그렇게 걸어왔고, 앞으로도 다른 사람들도 그 길을 걸어갈 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세상은 우리를 그대로 걷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나 역시 외부 환경에 의해 시작된 구조조정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그 길을 아직도 걷고 있을지도 모른다.


뭔가 마음에 안든다고 생각했기에, 다른 직업을 찾아 다른 분야로 떠나봤다.

뭔가 다르기는 했지만, 그 곳 역시 근본적인 부분에서의 차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보고 싶었고, 나의 구상에 가장 잘 맞는 조직이 협동조합이라 생각했다.

협동조합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대학원에 들어갔고 그렇게 석사와 박사를 거쳐서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대학원에서도 나는 정해질 길을 그래도 걷지 않았고, 박사에 진학했음에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다.

어쩌면 나는 자연스럽게 창업의 길로 들어섰고 MTA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창업이라고 하기에는 인프라가 좋은 편이지만 A부터 Z까지 혼자해야하기에 창업이 아닌 것은 아니다.

HBM과 아쇼카라는 멋진 네트워크가 함께하기에 남들보다 수월하지만 맨 바닦에서 시작하기에 창업이라 부를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첫 번째 직장 동료들은 대부분 광고회사에 있고, 두번째 직장 동료들은 게임회사에 있다.

구조조정이라는 커다란 사건을 경험했지만 나와 비슷하게 완전 새로운 길은 선택한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생계를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하기 보다는 지나온 길을 선택하는 것이 안정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리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하지만, 부양가족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위험을 선택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일을 즐기지 못하는 것은 아니며, 재밌어서 일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특히 내가 일했던 광고와 게임이라는 분야는 일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하지만, 내가 회사 다니면서 봤던 사람들 중에는 일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직장으로 다니는 사람이 더 많았다.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가족과 나를 위해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 존경스럽다.


+


직업의 종말
국내도서
저자 : 테일러 피어슨 / 방영호역
출판 : 부키 2017.09.22
상세보기

이 책은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하기 위해서 다양한 경영학적 배경 지식들을 활용하고 있다.


제약이론, 안티프랙탈, 롱테일 경제학, 노동경제학, 2요인 이론, 내적 동기 이론 등


시대가 어떻게 변하고 있고, 이러한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며,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를 저명한 학자들의 이론을 활용해서 설명하고 있다. 솔직히 다소 억지스럽게 갖다 붙인 듯한 부분도 있지만,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주장하기 위해서 그냥 소설처럼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보다는 기존의 유명한 이론들을 잘 활용했다는 점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하지만, 역사적 변화를 설명하면서 굳이 제약 이론을 써야했는지, 롱테일 경제학의 주요 개념을 다소 억지스럽게 갔다 쓴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마지막 파트5는 앞의 흐름과는 다르게 뭔가 점프해서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별도 쓰여진 원고를 억지로 합친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이야기의 초점이 너무 달라서 일 것이다.


앞에서는 거시적인 흐름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다가, 파트 5에서는 갑자기 미시적인 내면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시대적인 흐름이 이러니, 이렇게 살아야한다는 의도는 알겠지만 너무 점프하는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구성상의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앞에서 서술한 대로 

나에게는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기에 책읽은 시간이 아깝지는 않았다.


+


에드워드 데시, 칙센트 미하이, 헨즈버그 의 이야기는 조직행동론에서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다.

특히 주인 의식을 강조하는 노동자협동조합에서는 자신들의 경쟁력을 뒷받침해주는 아주 중요한 이론들이다.


하지만, 문제는 실제로 노동자들이 이러한 마음을 갖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깨어있는 주인 의식과 자발적인 업무 실행이라는 것은 알고는 있지만 현실에서는 보지 못하는 존재와 같다.


모두가 주인이면 열정적으로 즐겁게 일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주인이 뭘할지도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20년 넘게 남들이 그려준 지도를 따라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지도를 따라갈 생각이였기 때문이다.


스스로 지도를 그려본 적도 없고 그릴 수 있다는 사실 조차도 부담스러운 것이 오늘날 청년의 현실이다.

그 틀을 깨고 나와서 자신의 길을 스스로 그려나가는 과정을 한 번도 해본적이 없는 것이다.


MTA 체인지메이커랩을 5개월간 진행하면서 이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사실 나도 아직 남들이 그려놓은 지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할 말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에 그려진 길 밖으로 뛰쳐나왔고, 새로운 길에 들어가서도 내 맘대로 가고 있다.

남들이 목표가 뭐냐고 물어볼 때 마다 그 딴 것은 없고 그냥 하고 싶은대로 살고 있다고 대답하는 요즘이다.


남들은 어이없어 하기도 하지만, 어쩌면 미래를 알 수 없기에 이게 가장 솔직한 대답이지 않을까 싶다.

30년, 50년 후의 미래를 스스로 상상해볼 수도 있지만 그 길이 진짜 있는 길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 내가 하는 일은 남들이 그려놓은 길을 따라 가던 친구들에게 새로운 길을 그려보라고 하는 일이다.

단순 호기심에 합류한 친구들도 있고, 그 길이 마음에 안들어서 뛰쳐나온 친구들도 있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그들이 새로운 길을 그려보고 그 길을 찾아 떠나게 만드는 게 요즘 내가 하는 일이다.

머뭇거리는 친구들에게 일단 가보라고 독려하고, 그 길을 가면서 힘들다고 울면 달래주고 함께하는 친구를 붙여주고...


그 길이 과정 좋은 길인지는 확실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 그린 길이기에 더 많은 것을 배울 것이라 기대가 있다.

배우르고 뜻뜻한 돼지가 아닌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는 길을 선택한 그들이기에...


자기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스스로를 더욱더 사랑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닐까?

창업이라는 이름으로 계곡에서 뛰어내리라고 등떠밀기 보다는 스스로 딛고 일어서게 만드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다.


아직까지는 내가 하는 일들이 너무나 즐겁고 재미있다.

일단 일이 재미있다는 점에서 제대로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