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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rteen Days (D-13) (2000) 쿠바 미사일 위기

열린 공동체 사회 2014. 1. 27. 00:29
- Thirteen Days (D-13) (2000)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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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 2013.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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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미사일 위기 사건(Cuba Missile Crisis)은

경영학의 위기관리(Crisis Management)분야에서 항상 등장하는 중요한 사건이다.


1961년 피그만 침공 사건으로 재임 4개월만에 국제적 망신을 당한 케네디 대통령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에 대해서는 굉장히 신중할 수 밖에 없었다.


기본적으로 비둘기파(온건파) 성향을 보였던 케네디 대통령이지만,

전임 아이젠하워와 비교되는 부분이 부담스러웠고 군부의 강력한 주장에 피그만 침공을 강행한다.


결과는 국제적 망신만 당하게 되었고, 

무너뜨리려고 했던 카스트로 정권은 그 사건을 계기로

완벽하게 군부를 장악하고, 내부의 정치적 정적까지 완벽하게 제거하게 되면서 오히려 힘을 얻게 되었다.

(후일, 체 게바라가 국제 회의에서 쪽지로 감사의 메세지를 전해서 조롱했다는 일화는 아주 유명하다.)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군부와 CIA는

언론플레이를 한답시고 정보를 모두 노출시켜서 쿠바가 사전에 충분히 준비할 수 있게 해줬고,

쿠바 내 자국민들의 반란으로 포장하려 했으나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한 짓임을 다 알게 만들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안한 것처럼 해야한다고,

공군과 해군의 지원을 최소화하면서도 비행기 조종사는 미군 교관들이 참전해서 포로로 잡히게 된다.


완전 한편의 코미디를 연출한 것이다.

Irving Janis(1972)는 이 사례를 연구해서 집단 사고(Group thinking)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낸다.


응집력이 높은 집단에서 어떻게 어이없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한 것이다.

미국 최고의 엘리트 집단들이 해놓은 짓들은 도저히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되는 것들이였다.


* 피그만 침공은 쿠테타를 막 성공해서 아직까지 정치적 기반이 약했던,

  카스트로와 체게바라에게는 케네디가 준 최고의 선물이었다. (심지어 포로 석방을 위해서 미국은 배상금까지 지급한다.)


+


쿠바 미사일 위기는 그 연장선 상에서 봐야한다.

사실 이 영화만 보면 미국식 영웅주의가 케네디를 굉장히 멋지게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케네디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1년 전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한 사건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심지어 피그만 침공 사건 이후 

서로에게 잘못을 떠넘기기 위해서 딴 소리를 하는 수뇌부가 얄미웠던 케네디는

쿠바 미사일 위기에 대해서는 몰래 녹음까지 해두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영화는 로버트 케네디(존 케네디 대통령의 동생) 법무장관의 저서를 기반으로 쓰여졌으며,

후일 공개된 케네디 대통령의 녹음 자료나 기타 자료들을 기반으로 다소 수정된 것으로 보인다.


영화에서는 로버트 케네디(애칭은 바비)도 비둘기 파(온건파)로 나오지만

당시 상황에서는 상당한 매 파(강경파)였던 것으로 녹음 자료를 통해서 공개되었다.


처음부터 비둘기 파 였던 사람은 오직 존 케네디 대통령 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그만 침공의 실수를 만회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텐데 진짜 현명하게 잘 대처했다.)



자칫하면 세계 3차대전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였지만,

케네디는 신중에 신중을 거쳐서 위기를 극복해냈고 피그만 침공의 실패를 만회할 수 있었다.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인 그레이엄 앨리슨은

<Essence of Decision>에서 케네디 행정부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분석하였고,

국제 정치와 안보 연구 뿐만 아니라 경영학과 심리학의 분야에서까지 위기관리의 정석으로 남게 되었다.


영화에서는 회의를 통한 의사결정과정보다는 케네디의 리더십에 초점을 두었지만,

케네디 대통령은 동생 바비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통일된 의결을 만들어오도록 유도했다.

직감으로만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몰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철저히 제동을 걸었고 끝없이 대안과 변수를 고려했다.


강경 일변도의 군부세력은 돌출행동도 마다하지 않았고 전쟁을 원했지만,

바버라 터크먼의 <8월의 포성>을 책을 읽고 1차 세계대전에서 작은 변수들이

어떻게 큰 전쟁으로 확산될 수 있는지를 충분히 이해했던 케네디 대통령은 세세한 부분까지 철저히 챙기게 된다.


미국식 영웅주의가 싫기는 하지만,

이 사건에서 케네디 대통령이 보여준 리더십은 확실히 인정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미국과 소련의 냉전 체제는 더욱 강화되었고,

피그만 침공시절부터 틀어지기 시작한 케네디 대통령과 강경파(군부와 CIA 등)들의 관계는 계속해서 틀어진다. 

(케네디 대통령 암살의 배후로 CIA나 군부 등의 강경파 등이 있다는 설이 강력하게 제기되는 원인이다.)



+


하지만, 영화의 연출력은 솔직히 다소 아쉬운 감이 있다.


바비 케네디나 재클린 케네디의 캐스팅(진짜 닮았음), 

흐루시코프와 전보로만 연락을 하는 부분 등의 디테일한 부분을 잘 챙겼음에 불구하고,

케니 오도넬(케빈 코스트너)의 비중을 너무나 크게 만들어버림으로써 역사적 사실성을 잃어버렸다.


결정적으로 흥행을 위한 회심을 카드로 사용했던 것 같기는 한데,

케니가 보여주는 인간애와 가족에 대한 사랑같은 감정선들이 관객에게 감동적으로 전달되지는 못하는 듯하다.

(감동을 위해서 픽션적인 부분을 삽인한 듯한데, 오히려 안넣은만도 못한 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사건이 긴박하게 흘러가는 것 같은데,

그냥 계속해서 돌발 변수만 쏟아져 나올 뿐 기-승-전-결 같이 몰아가는 재미가 전혀 없다.


이렇게 연출되면서 관객은 영화에 몰입하지 못하게 되었고,

쿠바 미사일 위기 사건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지 못한 사람은 바쁜 호흡을 정신없이 따라가야만 한다.

(굉장히 불친절하면서도, 제대로 정리가 안되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사건의 내용을 대략적으로나마 알고 있었던 나조차도

왜  저렇게 흘러가는지 헷갈릴 정도였고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사실들을 확인해야만 했다.

(그냥, 매우 긴박한 상황의 연속이였고, 진짜로 전쟁이 날뻔 했구나~ 정도만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한 마디로 군사 매니아들을 위한,

케네디에 대한 미국식 영웅주의를 잘 표현해준 영화의 수준에서 머무른 것이다.


당연히 흥행은 성공하지 못했고, 

군사 관련가들 사이에서는 불후의 명작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주 사실적으로 다루지도 못하고

아니면 아예 감동적으로 나가지도 못한 진짜 어중간한 영화라는 비판은 감수해야만 할 것같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JFK랑 자주 비교되는 듯...)


* 로저 도널드슨 감독: 노웨이아웃(1987), 겟어웨이(1993),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2005) 연출


나름 유명한 감독이고 성공한 작품들도 주기적으로 등장하지만,

다들 명작의 반열에 오르기에는 다소 2% 정도 부족한 부분이 있는 영화들이다. (이것도 감독의 특징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