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섹터 분야에 기웃거린지 벌써 2년 정도된 듯하다...
(NGO부터 시작하면, 한 5년쯤 된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이 쪽 활동가들의 가장 큰 매력은 참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넘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무런 욕심 없이 그냥 질러보고, 진짜 멋진 열정도 가지고 있기에 보기에도 참 좋다.
이쪽 바닦은 주류 사회 또는 그와 정점에 있는 진보진영 운동과는
뭔가 확실히 다른 것 같았고 개인적으로 내 취향에도 잘 맞는 것 같았다.
근데, 이 바닦에 발을 담근 후 가장 느끼는 것은
바위에 계란을 계속 던지기는 하는데, 뭔가 좀 체계적이고 생산적이지는 못하다는 것이다.
어디서 재미있고 신기한 것을 찾아오거나 때로는 생각해내기도 하는데, 깊이와 계획은 좀 부족한 느낌?
그래서, 기성세대, 또는 주류에 있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젊은 날의 일탈이나 놀이 수준을 못 벗어난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뜨거운 가슴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있지만,
깊이있는 통찰과 냉철한 사고가 너무 부족한 것같다는 느낌?
과연 이들의 활동이나 움직임이 과연 나비효과처럼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아직까지 내가 주류의 사고를 못 벗어난 것일 수도 있고,
내가 아직도 그냥 발만 살짝 담그고 있어서 본질을 못본 것일수도 있다.
이러한 인상때문에 한동안 이쪽 분야 행사들에 참가하지 않게 되었다.
비슷비슷한 행사가 무한 반복되는 것만 같고, 알맹이 없는 체험수기를 듣는 것도 좀 지겨워졌기 때문에...
내가 최근 관심을 가지고 있는
조직 학습 - 자기 조직화 - 액션 러닝 - 복잡계 등과도 연관이 될 수 있고,
얼마 전 OST를 직접 진행해보면서, 이러한 참여형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했기에,
오픈테이블을 통해 사회 이슈들을 수렴해서
이를 상향식으로 지방선거의 정책공약에 반영시키겠다는 의도는 굉장히 참신하게 느껴졌다.
이 정도의 계획이면 뭔가, 새로운 날개짓으로 태풍은 아니여도 바람은 일으켜볼 수 있을까 생각이 됐다.
사전 퍼실리에이터 교육 - 오프닝 섹션 - 네트워크 파티 - 오픈 테이블 진행 - 클로징 섹션
일회성 이벤트보다는 캠페인성을 가지고, 짧고 굷게 집중적으로 진행한다는 점도 맘에 들었고,
무엇보다도 사전 교육과 마지막 정책을 수렴해서 정리하는 클로징이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훌륭한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도 중요하다는 나의 기본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 존재했다.
중앙 통제적이지 않고, 자발적이고 자율적이면서도
맨땅에 헤딩하라는 것이 아닌 기본 조건을 마련해주고, 마지막에 정리해주겠다는...
어떻게 보면 최소한의 역할을 수행하는 작은 정부의 이상적인 모습을 제시해주는 듯한 느낌이였다.
<사진 출처: 오픈테이블 홈페이지(http://opentable.or.kr)>
사전 퍼실레이이션 교육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강사님의 설명과 진행은 100점 만점을 줘도 모자랄 정도 훌륭했고,
시간이 부족해서 더 많은 것은 학습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들 정도였다.
(역시 전문 퍼실리에이터의 역량이 확실히 느껴지는 순간이였다.)
아이디어를 어떻게 도출하고 이를 어떻게 체계화시키며,
구체화시킬지, 그리고 이를 통해서 어떻게 토론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였다.
<사진 출처: 오픈테이블 홈페이지(http://opentable.or.kr)>
오프닝 섹션의 기획의도는 명확했고,
가치관과 생각할 꺼리를 다룬 2명(조한혜정, 정윤수)
그리고 실제 실천 사례를 다룬 2명(권용진, 강풀)이라는 구성도 좋았고,
강의 내용도 일반인들의 알맹이 없는 체험 사례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지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했기에 성에 차지는 않지만,
오프닝 섹션으로는 적당한 수준이였다고 생각했고 대중에 눈높이에 잘 맞춘 느낌이였다.
그래서, 다음날 열리는 네트워크 파티에는 그냥 안가기로 했다.
프로그램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나에게는 별로 안맞는 시간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잘나서 그렇다는 것은 절대 아니고, 생산성을 중시하는 나에게는 좀 어색한 시간일 것같아서였다.)
그리고 마지막 대망의 클로징 섹션...
77개의 테이블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정리해보는 시간
<사진 출처: 오픈테이블 홈페이지(http://opentable.or.kr)>
벽면에 붙여진 의제들을 읽어보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문제들도 있다는 새로운 발견도 있었고, 사람들의 생각이 비슷비슷하다는 생각도 하게되었다.
<사진 출처: 오픈테이블 홈페이지(http://opentable.or.kr)>
그리고 그런 의제들을 카테고리화해보고,
그 안에서 새로운 의제를 찾아내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각각의 의제들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래서 뽑아진 의제를 가지고
이제 좀 더 구체적인 방안들을 모색해보면 재밌게다는 생각을 했는데...
각 조원들에게 부여된 과제는 미래 신문만들기를 해보는 것이였다.
조원들과 같이 신문을 만들어보는 과정은 재미있기는 했다.
공동작업을 통해서 조원들에 대해서도 많이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였다.
<사진 출처: 오픈테이블 홈페이지(http://opentable.or.kr)>
근데, 구체적인 실행방안들을 모여서 토론할 것을 기대했던 나에게
클로징 섹션의 프로그램은 다소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OST처럼 완전히 펼쳐진 이야기들을 정리해서 액션 플랜까지 짜볼 줄 알았는데...
참가자들에게 바란 역할은 아이디어를 내고, 미래를 상상해보는 일까지였던 것같다.
물론 각각의 오픈테이블이 진행되면서 충분히 각각의 안건들에 대해서 논의가 이루어졌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했기에,
그 자료들만 가지도 충분한 정책들이 수렴될 수 있기에 클로징을 파티로써 마무리했을 수도 있다.
어짜피 정책이라는 것이
매우 복잡한 이해관계를 다루고 실천 계획도 필요한 정교한 작업이기에
참여자들이 그런 부분까지 세세하게 논의하는 것이 무리였을꺼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오늘의 클로징이 그들의 취향에 더 맞았을 것같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너무 쓸데 없이 진지하고, 생산성을 중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근데, 제3섹터의 모임들이 이러한 마무리와 디테일에 약해왔기에 노파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직까지 난 너무나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이 바닦 사람들과 완벽하게 일체되고 있지는 않은 느낌이다.)
<사진 출처: 오픈테이블 홈페이지(http://opentable.or.kr)>
암튼, 오픈 테이블이 만들어낸 결과물들이 보고서로 나온다니...
그 결과물이 매우 궁금해졌다.
마무리 섹션에서 이를 취합하고 정리할 줄 알았지만,
각각의 테이블에서 논의된 날 것 그대로 보고서로 정리한다는 것을 보니
마무리는 각자의 몫인 동시에 정책 입안자들이 할 일인 것같다.
(물론 이러한 기획의도도 충분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고,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더 현실적인 것같다)
과연 어떤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고 어떻게 정리될 것인가?
그리고, 앞으로 이런 모임들이 더 발전하고 진행될 수 있을 것인지?
<오픈테이블>이라는 참신한 시도에 대한 최종 평가는
보고서와 이러한 움직임이 정책이나 공약에 얼마나 반영되는지를 지켜본 후에 해야할 듯하다.
여러모로 참신한 시도였다는 생각이 들고,
이러한 움직임들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실제 정책이 꼭 반영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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