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Innovation/Social Innovation

[사회혁신] 셉테드(CPTED)의 재구성 - 서울시 정책박람회 (2014)

열린 공동체 사회 2014. 9. 21. 18:52


셉테드(CPTED)라는 용어는 굉장히 생소한 단어이다.

근데, 2014년 서울시 정책 박람회 오후 토론 프로그램에 떡 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프로그램 소개를 읽어보니,

단순히 간담회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워크샵을 접목해서 진행을 한다고 한다.

게다가 국제공인 전문 퍼실리테이터인 주현희 이사가 사회를 본다고 한다.


같은 시간대에 정태인 교수님의 피케티 관련 강의가 있었다.

워낙 전세계적으로 피케티 열풍이 강해서 정태인 교수님은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기는 했지만,


아직 피케티의 책도 안 읽어봤고, 

정태인 교수님 강의는 이미 한 학기 동안 들어봤기에 

뭔지도 제대로 모르지만 주현희 이사가 진행하는 셉티드(CPTED) 간담회를 선택했다.


지난 오픈테이블 퍼실리테이터 워크샵에서

주현희 이사의 물흐르는 듯한 진행에 감동했던터라, 

솔직히 이 번에도 한 수 더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매우 강했다.


게다가 전문가도 함께 간담회를 진행하기에

주현희 이사가 워크샵을 어떤 형태로 진행할지 굉장히 궁금할 수 밖에 없었다.

(참여하는 전문가 명단에는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도 포함되어 있었다.)


기본 세팅은 가운데 스크린과 패널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되어 있었고,

한 쪽 벽에는 오늘 논의될 셉테드(CPTED)에 대한 정보가 보드로 전시되어 있었고,

반대편 벽에는 토론을 위한 3M 이젤보드와 전지, 탈부탁 가능한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었다.



셉테드(CPTED)란?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의 약자로써,

적절한 설계와 건축 환경을 통해서 범죄 발생 수준과 공포를 감소시켜 생활 질을 향상시키려는 방법이다.


기본적으로 셉테드(CPTED)는 3가지 원리를 주로 활용하고 있다.


1) 일반인에 의한 기시권을 최대화함으로써 자연스러운 감시가 이루어지도록 만드는 방법

2) 범죄를 목적으로 한 접근이 어렵고 범행이 쉽게 노출되도록 자연스러운 접근 통제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방법

3) 주민에게 소속감을 제공하여 범죄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고 범죄자에게 영역성을 인식하게 하는 방법


이 밖에,

주민이 함께 어울릴 환경을 조성하여 자연스러운 감시 활동을 강화하는 활동의 활성화 방법과

시설물을 깨끗하고 정상으로 유지하여 범죄를 예방하는 유지와 관리 방법(깨진 유리창의 법칙)도 많이 활용된다고 한다.


1970년대 미국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연구가 시작되었고,

한국에는 2005년 부터 경찰청에서 본격적으로 정책에 반영하여 부천, 판교, 서울 등에서 이를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취임 후 CPTED의 개념을 도입해

지난 3년간 관련 활동을 전개해왔고, 실제로 몇몇 지역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오늘의 프로그램은 사회적 기업가 3명이

범죄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천호2동에 위치한 특정 지역에

어떻게 하면 셉테드(CPTED)를 적용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간담회에는 3명의 사회적 기업가들뿐만 아니라,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가들도 패널로 참석하여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도록 기획되었다.


박승배 도시연대 사무국장

강석진 국립경성대 건축학과 교수

이영범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소장


처음에는 사회적기업가들의 발표를 듣고,

7명이 앞에 앉아서 의견을 듣어보는 간단회 형식이였으나...


역시나 주현희 이사는 

이러한 형식이 자유로운 토론을 유도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는지

패널들을 그냥 객석으로 돌려보내고 모든 참석자가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는 분위기로 유도했다.



프리젠테이션을 담당한 A Company를 포함한 

사회적 기업가들의 아이디어는 감성적 CETED라는 개념을 제시하는 것이였다.


이들은 동네에 가서 실제로 지역을 살펴본 것 뿐만 아니라,

구청 직원, 지역 주민, 그리고 경찰관 인터뷰를 하는 등 상당한 노력을 한 것을 보인다.


근데, 아쉽게 이들이 제시한 솔루션은

이들이 열심히 조사한 내용을 충실히 반영하지 못한 체,

동네에 빈 공간을 활용해서 예술가를 거주하게 하면서 예술활동을 하게 만든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호감이 가는 솔루션이였다.

하지만, 그 논리의 전개방식은 너무 아마추어같은 느낌이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기본적으로 3개의 사회적 기업은 

예술과 관련된 사회적 기업이였고 그냥 자신들이 잘하는 

그리고 자신들이 많이 해왔던 해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느낌이 강했다.


개인적으로 이 프로젝트가 왜 시작됐는지가 좀 궁금해졌다.

이들이 프로젝트를 위해서 팀구성을 했을 때부터 이미 솔루션을 정하고 접근한 느낌도 들었다.

(프로젝트 팀에 도시 개발이나 CPTED와 관련된 전문가가 팀원에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물론 핵심 솔루션에는 이외에도

서울시의 안전 관련 서비스를 활용하는 방안과 주민들과 함께하는 캠페인도 있었다.


하지만, 핵심 솔루션은 예술가를 통한 마을 만들기 프로젝였고, 

나머지 솔루션은 상황분석을 통해서 추가로 만들어진 부수적인 요소 정도로 보여졌다.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아쉬운 접근이였다.

특히나 구청 직원의 관점과 현장 주민의 관점, 경찰의 관점이 너무나 다르기에,

현장 인터뷰 결과를 브리핑해줄 때 너무나 흥미롭게 들었기 때문이다.


구청직원들은 주민들의 안전에 대한 이슈를 제기하고 있었고,

동네 주민들은 위험하다고 느끼기보다는 생활 환경(담배 냄새, 길 고양이 등) 문제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었다.

반면, 경찰들은 큰 문제가 일어나지도 않고 있고 딱히 민원이 들어오지도 않는다는 반응이였다.


지역의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부터

이해관계자들의 관점이 모두 달랐고,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이야기를 모아줄 필요가 있어보였다.


이에 대한 핵심 솔루션이 

바로 지역 변화를 위해서는 감성적 관찰과 이슈의 재발견이 필요하다는 것이였고,

빈집을 임대하여 예술가를 입주시켜서 작업 공간으로 활용하게 함으로써 그 공간을 거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만약 프리젠테이터가 이해관계자들의 관점이 다르기에

이들의 의견을 모아줄 퍼실리테이터나 코디네이터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 빈집을 예술가들의 작업 공간으로 활용하여 친근감이 느껴지는 거점을 확보하고

예술가가 자연스럽게 이들과 생활을 함께하면서 동네의 코디네이터가 되게 만들겠다라고 설명했다면...


훨씬 더 설득력 있게 제시되었을텐데...

핵심 문제 제기가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냥 애초 기획된 듯한 솔루션이 제시되니 설득력이 떨여졌다.


이들이 정리한 자료를 보면,

예술가는 문제 해결자가 아니라 이해관계자를 모아주는 코디네이터의 성격이 강했기에,

솔루션으로 제시되지 말고 앞으로 어떻게 접근해야하는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어야 한다.


만약 이해관계자의 관점이 다르다는 명확한 문제제기와

예술가의 역할이 문제 해결자가 아니라 이해관계자를 모아주는 코디네이터라고 설명되었다면...


참가자들은 이러한 접근에 대해서 상당부분 공감을 했을 것같아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따라서 아마추어와 프로는 갈리는 것 같다)



이상의 내용으로 감성형 CPTED를 정리한다면,

이는 기존의 마을만들기 프로젝트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마을만들기로 접근한 것이 범죄율을 낮춘 사례도 많이 등장하고,

뉴욕 지하철처럼 CPTED로 접근했는데 이것이 도시를 활성화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 만큼 CPTED라는 개념 자체 주민 생활과 굉장히 밀첩해있으며,

지역 개발이나 마을 만들기와는 땔래야 땔 수 없는 접근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감성형 CPTED라는 명칭으로 포장되었기는 했지만,

해당 방법은 마을 활성화 프로젝트를 CPTED로 활용하겠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접근이다.


+


그렇다면 그동안 서울시에서 진행한 CPTED사업은 어땠을까?


앞에서 이야기한대로 몇 개 지역에서 시범 사업 차원에서 실시가 되었고,

지역마다 편차는 있지만 창의적인 접근이였고, 연희동 같은 지역에서는 좋은 효과를 낸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주민을 중심에 두고 접근한 것이 신선했고,

실제 학교에도 들어가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진행한 사례도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항상 시범 사업 차원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무엇인가 성과를 내야한다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고 한다.


또한, 대부분 1년 사업인데 사업 준비하고 공고를 내는데 이미 6개월이 지나버려서,

실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1년이 체 되지도 못하고 성과에 쫓겨서 행정이 주도하는 형태로 진행할 수 밖에 없어진다.


주민을 중심에 두기는 하지만 주민들은 실제적인 주인이 되지 못하기에

결국은 보여주기 식의 사업으로 진행되어버리고 그 과정에서 생존 공간을 침해하는 경향도 자주 나타난다고 한다.


필요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제안하고 행정이 이를 지원해주는 형태가 이상적인데,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행정이 주도하고 주민들이 따라가는 형태가 되면서 이로인해 폐해가 많이 발생한다.


또한, 디자인이라는 용어에 매몰되어 디자인적 요소에 집중하는 현상도 나타나면서,

비 디자인적 요소들을 등안시 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으며 행정 부서간의 칸막이에 맊혀서 제대로 진행 못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CPTED라는 개념 자체가 

도시 디자인 뿐만 아니라 산업 설계, 경제, 정치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서 고려해야하는데,

오히려 한국에서는 행정 부서간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칸막이가 오히려 사업 진행을 방해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CPTED의 개념을 잘 활용하기 위한

정책 아이디어를 제출하는 것으로 간담회 겸 워크샵은 마무리되었다.


사업의 지속성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의견에서 부터,

CPTED에 대한 다양한 평가 지표 개발이나 정보 공유와 공개의 원칙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왔고 이러한 내용들은 향후 작성될 행사에 대한 백서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실무적인 정책 아이디어보다는

CPTED의 개념과 마을만들기 프로젝트의 연결성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운 발견이였다.


CETED는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에 당위성을 높여주고,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높여줄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어 보였다.


마을만들기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CPTED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주목해볼 만한 인사이트이다.


또하나 이 번 모임에서 느낀 것은

자신의 전문 분야도 아니고, 평소와는 전혀 다른 형식의 모임이지만,

전혀 당황하지 않고 물흐르듯이 변수에 자연스럽게 적응해가면서 진행을 하는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이다.


서울시에 CPTED사업에 대한 자문을 하는 전문가들과

나와같이 CPTED가 무엇인지 처음들어보는 주민들이 함께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다니...


어찌보면 진정한 민주주의를 달성하고 근본적인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에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이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퍼실리테이터나 코디네이터를 적극적으로 양성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퍼실리테이터와 코디네이터가 굳이 전문지식을 쌓지 않아도,

관련 전문가와 해당 문제에 대한 이해관계자가 함께 토론하고 문제를 해결해간다면

굉장히 많이 산적해있는 다양한 이슈들을 해결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행정기관의 주된 역할을 이렇게 만들자는 것이 바로

사회적 경제에서 이야기하는 민관학의 자발적인 연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참~ 2시간 이라는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은 너무나 많은 배움을 얻어간 소중한 시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