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Innovation/Social Innovation

"우리의 이익을 최대로!" - 게임의 재구성

열린 공동체 사회 2014. 8. 9. 23:05


"우리의 이익을 최대로!"


이 게임을 처음 만난 것은 고등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였다.

그 당시 어린 나이에 이 게임을 처음 경험한 나에게는 충격 자체였다.


과연 '우리'라는 개념에 대해서 얼마나 내가 편협하게 생각했는지 크게 반성하면서,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경쟁적인 사고만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만들어줬다.

(어떻게 보면 그 때의 충격은 나의 인생에 있어서 큰 영향을 아직도 미치고 있는 듯하다)


성인이 된 이후 이 게임을 다시 만났는데,

바로 몬드라곤 대학의 프레드릭 교수가 진행한 워크샵이였다.


10대에 경험했던 이 게임은 굉장히 단순했다.

점수 배점도 굉장히 단순했고 모두들 어렸기에 진행자에 의해서 굉장히 쉽게 휘둘렸다.


그리고, 게임이 끝난 시점에도 진행하셨던 고등학교 담임 선생은 굉장히 단순하게

우리들이 '우리'라는 개념을 조그만 넓게 생각하면 모두가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었는데 결국 선택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하셨다.


몬드라곤 대학의 프레드릭 교수도 점수 배점은 좀 단순했지만,

결론 부분에서 사회적 자본의 개념을 가져오면서 경쟁하지 않고 협동하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그래서 난 두 번의 경험에서 얻은 느낌을 바탕으로 게임을 재구성했다.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던 '우리'라는 개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고, 

이 게임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메세지에 대해서 단순히 협동의 중요성이 아니라 더 큰 차원에서 생각해보게 됐다.


+


우선 이 게임은 반전 매력이 가장 큰 포인트이고,

이 반전 매력이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최대로 치열하게 팀별로 경쟁을 하도록 분위기를 유도해야 한다.


모든 팀은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라는 개념으로 구성했고,

팀의 구성원들은 회사의 이름을 짖고, 회사에서 흔히 부르는 직책을 하나씩 가지게 만들었다.


대표이사 - 전략기획실장 - 홍보담당자 - 재무팀장 - 청소부 등

참여자의 인원수를 고려해서 다양한 역할을 주고 마치 회사라는 느낌을 갖도록 만든다.

그렇게 함으로써, '회사의 목표는 이윤의 극대화'라는 프레임에 걸리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진행자는 "우리의 이익을 최대로!"라는 게임 이름을

계속해서 강조함으로써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노력하도록 유도해야한다.


두 번째 함정 바로 교묘한 점수 배점표에 있다.


참가팀들은 O와 X중 하나를 고르기만 하면 되지만,

전체가 고른 O와 X의 숫자를 세어봐서 그 갯수에 맞게 O와 X를 고른 팀에 각각 점수를 지급해준다.



예를 들어, 6개팀이 게임에 참석했을 때,

3개 팀이 O를 선택하고, 3개 팀이 X를 선택하면

O를 선택한 3개 팀들은 - 700,000를 X를 선택한 3개 팀들은 + 300,000원을 획득하게 된다.


여기서 굳이 점수 단위를 돈으로 한 것은 좀 더 경쟁을 유도하기 위함이며,

너무 돈의 단위가 크게되면 실감이 나지 않기 때문에 적당한 수준에서 금액을 설정했다.


O를 선택하는 팀과 X를 선택하는 팀은

서로 경쟁관계에 놓이게 되어있으며 둘 중 한 쪽은 손해를 보게 된다.


유일하게 모두 점수를 획득하는 경우는 모두가 O를 선택하는 경우이며,

유일하게 모두 점수를 잃게되는 경우는 모두가 X를 선택하는 경우이다.


점수 분포가 매우 공정하게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배분되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확률적으로 O를 선택하는 것이 X를 선택하는 것보다 점수가 불리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그 차이는 굉장히 미묘하기 때문에 

굉장히 눈썰미가 빠르거나 수학적 계산이 빨라야지 파악할 수 있다.


점수는 굉장히 교묘하게 짜여져 있어서,

O는 선택하는 팀이 많을 팀이 많을수록 점수를 잃게 되며, X는 선택하는 팀이 많을 수록 점수를 따게 된다.

(하지만 X를 선택하는 팀이 무조건 점수를 딸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장기적으로 보면 점수를 잃게 된다)


또한, 모두가 X를 선택하게 되면 최악의 손실을 기록하게 되기에,

함부로 무턱대고 X를 선택하기에는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배점이 뒤죽박죽 섞여있기 때문에 

모두 O를 선택하는 것 이외에는 확실히 점수를 따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경쟁이라는 전략적 관점에서 본다면

상대방에 가장 큰 손실을 주고 가장 점수를 많이 따는 상황은 혼자서 X를 선택하는 경우이다.

(이 것이 모두가 O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답합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그래서 라운드가 3~4번 돌아갈 때까지는 

그냥 운이 나빠서 점수를 잃게 되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 교묘한 점수판 때문에 게임이 진행될수록

점수를 따는 팀은 전혀 없고 모두가 손실을 보기 시작한다.


내가 처음 게임을 접한 고등학교 시절에 점수판은 이렇게 어렵지 않았다.

그 때는 무식할 정도로 X를 선택하면 무조건 이익이고, O를 선택하면 무조건 손해였다.

(모두가 O를 선택했을 때만 함께 이익을 보고, 모두가 X를 선택하면 함께 손해를 보는 구조는 동일함)


2라운드 정도 돌아가면 모두가 점수판 자체가 잘못됐다고 항의하였고,

처음에 미쳐 눈치채지 못한 팀은 2라운드까지의 잘못된 선택으로 승패가 갈려버리는 것은 경험하게 된다.


점수를 그렇게 무식하게 편향되게 짜면 장점과 단점이 명확히 나뉜다.


장점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초반에 노출시킴으로써 메세지를 계속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단점은 너무 초반에 승부가 갈려버리기 때문에 긴장감이 확~ 떨어지고 너무 교훈적인 경향으로 흐를 수 있다.


교육자의 입장에서는 명확한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과 프레드릭 교수는 모두 X를 선택하는 팀에 완벽하게 유리하도록 편향적으로 편성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게임의 재미를 높이고 싶었기에,

점수를 좀 정교하게 수정해서 게임 중반까지는 나름 스릴을 이어가면서 경쟁하게 만들고자 했다.


역시나 예상대로 처음에는 복불복처럼 몇 개 팀이 점수를 획득해갔지만,

시간이 점차 지날수록 모든 팀이 마이너스의 수익률을 기록하면 처음 점수도 지켜내지 못하게 되었다.



모두가 점수를 잃어가기 시작하면서

점수를 획득하기 위해서 서로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가장 확실하게 점수를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인 모두가 O를 선택하는 방법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 때 진행자는 모두가 너무 실적이 안좋으니
각 팀의 대표들이 나와서 협의를 통해서 대책을 마련해보라고 유도한다.

세 번째 함정은 바로 순위 경쟁에 있다.


협의를 통해서 모두가 O를 선택할 경우 모든 팀이 동일하게 점수를 가져갈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점수를 획득하게 되면 현재의 순위는 그냥 고착화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점수가 뒤떨어지는 팀의 경우에는

모두가 똑같이 점수를 획득하는 것은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잘못해서 X를 선택하는 팀이 2팀이 나올 경우에는 큰 손실을 가져오게 된다.

혼자서만 X를 선택해야지만 최고 점을 가져오고, 나머지 팀에게 가장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따.


그래서 모두가 모였을 때는 함께 O를 선택하자고 해놓고,

몰래 혼자서 X를 선택하고자하는 유혹에 빠지게 되어있다.


만약 순위 경쟁이라는 요소가 없다면, 

너무나 쉽게 모두가 점수를 따는 방법을 선택할수도 있지만 그럼 상대를 이길 수 없다.


그래서 각 팀의 대표들이 나와서 합의를 해도 서로를 믿기 어렵다.

(실제로 합의를 깨고 단독으로 X를 선택한 팀은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팀들이다)


네 번째 함정은 바로 집단의 익명성에 있다.


만약 각 팀의 대표들이 나와서 합의를 하고

그 자리에서 O와 X 중 하나를 선택해서 내라고 했으면 모두 O를 낼 확률이 꽤 높다.


하지만, 각 팀의 대표들은 합의를 끝내고 다시 자신의 팀으로 돌아간다.

그들은 합의 결과를 자신의 팀에 보고하지만 팀원들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합의는 흔들린다.


자신이 해놓은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라도

혼자서 선택할 경우에는 합의 내용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기 마련이지만,

팀으로 돌아가 다시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것은 나의 선택이 아니라 팀의 선택이기에 책임이 분산된다.


그렇기 때문에 합의의 내용은 쉽게 뒤집힐 수 있고,

역시나 대체로 점수가 상대적으로 밀리던 팀들이 혼자서 X를 선택하게 된다.



최종 10라운드까지 진행한 결과

모든 팀은 결국 손실을 기록했고, 게임이 진행될수록 팀 손실을 모두 합친 전체 손실은 최대치를 기록한다.


한 팀이 배신해서 최고 점수를 가져가게 되면

나머지 팀들은 모두 최악의 점수를 받게되면서 전체 손실은 늘어나기만 한다.


오히려 각 팀에서 대표들이 나와서 합의를 진행한 8라운드 이후에는

모든 팀이 획득한 점수를 합쳐보면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는 불황기에 빠져 버린다.


합의가 진행되기 전에는 플러스 실적을 기록하던 팀도 진흙탕 싸움에 빠지면서

어떠한 팀도 수익을 내지 못하고 모조리 파산하고 마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만약에 모든 팀이 '우리의 이익을 최대로!'라는 목표에서

'우리'라는 개념을 자신의 팀이 아니라 전체 모든 팀이라고 생각했다면


어느 한 팀도 파산하지 않고 모두가 함께 살아남을 수 있었고,

처음부터 계속해서 경쟁하지 않고 협동했다면 모두가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몬드라곤 대학의 프레드릭 교수는

이것이 바로 협동의 가치이고 사회적 자본이 가진 위력이라고 설명하였다.


+


개인적으로는 이 게임을 통해서 

사회적 자본의 개념까지 가는 것은 약간 오버라는 생각이 좀 든다.


오히려 모두가 협동해서 최대로 벌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경쟁이라는 패러다임에 사로잡혀서 공존에 대해서 생각조차 못한다는 점에 난 주목하였다.


우리는 공존과 공생, 협동이 좋은 것이라고 쉽게 말하지만,

실제적으로 자신의 이익과 관련될 때 이 부분에 대해서 쉽게 움직이지 못한다.


특히나 혼자의 선택이 아닌 집단의 선택이 될 경우에는 

오히려 더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지 못하고 연합하지 못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신뢰의 부족이나

개개인의 도덕적 역량 문제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우리'에 대한 폐쇄적 개념과 경쟁에서 이겨야한다는 압박감이

우리의 시야를 가지고 근시안적인 선택을 강요하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이 게임은 여러가지 함정을 통해서

의도적으로 사람들간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기에 대부분 비슷한 결과가 나오게 된다.


치열하게 경쟁할 수 밖에 없도록 유도해놓고,

그리고 경쟁을 하면할수록 더욱더 미궁에 빠지도록 해놓고 

협력하지 않고 서로 경쟁만 했다고 개인의 선택을 비난한다면 이것은 조작된 메세지 전달에 불과하다.


우리가 여기서 생각해봐야할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이 게임에서처럼 왜곡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의 문제이다.


우리의 현실이 경쟁만 조장하고,

상대방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고만 있다면,

우리가 아무리 지적으로 성숙하고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비슷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우리의 현실이 그러한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지 않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협력적이고 생산적인 선택을 할만한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물론 그런 환경이 주어져도 자신만을 추구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어떠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환경은 조성해줘야한다.

거기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는지는 이제 개인의 문제로 넘어가게 된다.


2014년 대한민국의 상황은 과연 어떠한가?

과도한 경쟁과 근시안적 이기주의로 사람들을 내몰고 있지는 않는가?


게임에 참가한 누군가의 선택을 탓하기 전에

과연 어떠한 환경에 우리가 살고 있는지를 먼저 돌아봐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