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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전쟁(货币战争) 1편 - 쑹훙빙(宋鴻兵 / 2006)

열린 공동체 사회 2014. 7. 30. 22:12

글이란 어떻게든 목적과 의도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목적과 의도가 명확할수록 메세지는 강력해진다.


또한, 메세지를 강력하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주장에 몰입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것은 제거해야하며,

자신의 주장에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들은 어떻게든 끌어다 써야한다.


하지만, 메세지가 강력해질수록

현상을 있는 그대로를 전달하기보다는 사실을 과장하거나 왜곡하기 쉬워진다.


화폐전쟁(货币战争)은 사실과 허구의 경계선에서

교묘하게 줄타기를 하면서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까지 허구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혹자는 너무 음모론이라고 이 책을 몰아세우고,

혹자는 충분히 논리적 추론이 가능하며 합리적 의심이라고 이 책에 열광한다.


저자는 이러한 논란을 보면서

아마 굉장히 즐거웠을 것이라 예상된다.


그에게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추측인지는 둘째 문제였다.

이 책은 진짜 폭발적으로 팔려나갔고, 중국을 넘어서 세계적으로 퍼져나갔다.

로스차일드 가문이 실제로 이렇게 영향력이 큰 것이냐,
아직도 그들이 이렇게 영향력을 끼치고 있느냐가 가장 큰 논란의 대상이지만,

패권국가로써 미국이 몰락하고 중국이 올라설 것이며,
이를 위해서 중국은 금/은본위제를 중심으로 화폐 개혁을 해야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론이 나오지 않고 있기에 저자의 목적은 확실히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학자로써 학문적 가치를 인정받고자 한적도 없고,
소설가로써 상상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한 것도 아니다.

그는 이 책 한 권으로 중국에서 일약 스타가 되었고,
2권 ~ 4권까지 추가로 책을 출간하면서 계속해서 추가적인 이야기를 내놓고 있다.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까지 허구인지,
로스차일드 가문이 아직도 살아서 세계 금융을 뒤흔드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그가 살고 있는 곳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며,
그는 이제 중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경제 전문가가 되었고 다들 그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있다.


화폐전쟁(货币战争)


중국에서 처음 출간된 이후로 

진짜 날개돋힌 듯 팔린 이 책은 한국에서도 꾸준히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출간된지 꽤 지났지만 아직도 1~4권 모두 베스트셀러 명단에 올라있다)


이 책이 가장 인기를 얻게 된 결정적 계기는

미국에서 일어날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를 미리 예언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유학을 마친 후 다양한 업계에서 경력을 쌓았고,

결정적으로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는 부동산 매매를 담당했던 미국정부보증기관인

페이메이(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의 컨설턴트 고문을 맡으면서 파생상품을 경험했다.


그의 경력은 이 책을 쓰는데 큰 밑거름이 되었지만,

그는 단지 현재 월스트리트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만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니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많은 책들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아직도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금융위기를 예언한 것 뿐만 아니라

미국경제사에 숨겨져 있던 아무도 해주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너무나 흥미진지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기에 중국인들이 너무나 듣고 싶어하는

새로운 패권국가로써의 중국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로 책은 마무리 하고 있다.


천하를 호령했으나 종이 호랑이가 되어 
지난 100년간 수 많은 설움을 당한 중국인들에게
그는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였고 그 희망은 단지 그럴 듯한게 아니라 바로 눈 앞에 펼쳐질 것만 같다.

화폐전쟁
국내도서
저자 : 쑹훙빙 / 차혜정역
출판 : 랜덤하우스 2008.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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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에서 가장 인정하고 싶은 부분은

화폐를 중심으로 경제사를 너무나 재미있고 흥미진지하게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내용들을 인용해서 저술하였으나 결정적인 부분에서는 인용구가 없는 것이 흠이지만,

그래도 정황 증거상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의문들에 대해서 화폐라는 관점으로 이야기를 몰아가고 있다.


남북전쟁, 1차세계대전, 2차세계대전, 중동전쟁 등 주요 사건들에서

경제적인 요인들이 분명히 중요했고 쑹홍빙의 주장도 굉장히 설득력이 있기는 하지만,


모든 사건/사고와 세계사적 이슈들을 모두 화폐 문제로만 설명하는 것은

어찌보면 굉장히 무모하지만 용감한 시도라고 할 수 밖에 없고 비난을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무모함으로 인해서 책을 읽는 사람들은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화폐전쟁라는 관점으로 미국 경제사를 훅~~ 훌터보는 것도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작업이였고 경제라는 것을 이해하는데 아주 큰 인사이트를 주고 있다.


특히 미연방준비위원회와 잉글랜드 은행, 국제청산은행,

미국 외교협회(CFR), 브레튼우즈체제(IMF, IBRD)에 대한 내용은

몰랐던 부분도 상당부분 알게 되었고 국제 정세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물론 너무 화폐 중심으로만 보다보니 브레튼우즈 체제에 대해서는 다소 편향된 시각이 존재하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소득은 역시나 유대인 금융가의 영향력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너무 로스차일드 가문으로 몰아가는 면이 좀 있기는 하지만 산발적으로 알고 있던 그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굉장히 섬세하게 묘사해주고 있기 때문에 진짜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 정도다.


로스차일드 가문에 이미 예전에 몰락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로스차일드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까지 로스차일드로 몰아갔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암튼 유대인 금융가들이 서로 커넥션을 이루면서 국제 금융재벌과 미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사실 인 듯하다.


+

이 책에서 또 하나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금융 자본주의와 통화 팽창 정책의 모순을 굉장히 잘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쑹홍빙의 금본위제가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많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원리만 놓고 본다면

난 쑹홍빙의 주장에 동의를 할 수 밖에 없다.


화폐라는 것이 원래 교환을 위한 가치를 상징하는 것이였고,

믿음에 기반한 약속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돈이 돈을 만들어내는 금융 시스템은 욕망의 산물일 뿐이다.


화폐의 본질을 사라져 버린 체 점점 숫자 놀음이 되고 있는 것은

사람들을 어떻게하면 잘살게 만들지에 대한 애덤스미스의 고민에서 시작한 경제학이

어느 새 사람은 사라지고 숫자만 남아서 온갖 가설과 수식만 넘쳐나는 학문이 된 것과 너무나 닮아있다.


화폐는 교환을 위한 수단이라는 본질로 돌아가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금의 과도한 통화 팽창은 숫자가 만들어내는 허상에 불과해보인다.


물론 쑹홍빙의 견해는 나와는 좀 다르며,

그가 금본위제를 주장하는 이유는 중국이 화폐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필승카드이기 때문이다.


그는 국제 금융재벌들의 공격에서 살아남아서,

중국이 새로운 패권국가가 되기를 꿈꾸는 것이지 화폐의 본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쑹홍빙의 결론도 그래서 중국은 금본위제를 기반으로 새로운 금융시스템과 상품을 만들어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국제 금융재벌들의 탐욕과 모순을 고발하기 위해서

금융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한계들과 국제 투기 자본들의 전형적인 수법들을 들쳐낼 수 밖에 없었고,


미국의 금융재벌과 투기자본이

개발도상국들과 일본, 유럽, 한국 등을 어떻게 압박하고 수탈했는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막연히 뭔가 당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어떠한 메커니즘을 통해서 어떠한 형태로 작동하는지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



쑹홍빙의 책은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고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역시나 그의 결론은 너무나 씁쓸하게 만든다.


금융자본주의가 가지는 모순과 통화팽창이 가지는 함정을 

이렇게 잘 설명하고 있으면서도 그가 꿈꾸는 것은 중국의 새로운 기축통화 구축이다.


로스차일드를 비롯한 국제금융재벌들의 행태를 일천하에 공개해놓고서

고작 그가 고민은 중국이 이 공격을 어떻게 버틸 것이며, 오히려 그들의 자리를 어떻게 뺐어올 것인가이다.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져버린 제3세계 국가들과

국제금융재벌들에게 수탈당하고 있는 수 많은 국가들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으면 어땠을까?


아직 2~4권의 책은 안읽어봤지만,

목차를 대충보니 그런 고민은 아직까지 별로 안하시는 듯하다.


아쉽다~~ 물론 이는 내 욕심이지만...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중국인에게 이런 고민까지 해달라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지만,

좀 더 시야를 넓게 봐서 전 세계적 차원에서 국제금융재벌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면 어떨까?


금본위제의 부활이나 지역 화폐의 도입 등

새로운 방안들이 좀 있을 듯한데 아직까지 공부가 많이 부족한 듯하다.


확실한 것은 기존의 금융 시스템을 활용해서,

사회적 연대마져도 금융 상품화하려는 움직임은 단추를 잘못끼우는 느낌이다.


최근 금융쪽을 중심으로 이런 움직임들이 많이 보이는데,

자본이라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금융시스템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

과연 얼마나 근본적인 부분에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다소 회의적인 느낌이 든다.


아직까지 내가 보지 못하는 부분들을 좀 더 많이 고민해서

사회를 변화시키는 부분에 있어서 필요한 자본들을 잘 공급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