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경제/사회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2012) - 임승수

열린 공동체 사회 2014. 8. 12. 22:56


2013년 9월 6일 경희대에서 

학부 1학년 학생이 대학 강사를 국정원에 신고했다.


신고한 학생은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반미사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대학 강단에서 강의를 버젓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신고한 이유를 밝혔다.


민주노동당 간부까지 했던 이 강사는 '자본주의 똑바로 알기'라는 제목으로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변증법적 유물론 및 역사 유물론을 교양수업으로 가르치고 있었다고 한다.


<자본론>을 강의하는 것은 

국정원에 신고되어야 하는 위험한 일인가?


불과 몇 십년 전만에서 대한민국에서는 굉장히 당연했던 일이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대한민국에서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 최초로 <자본론>을 번역한 성공회대 김수행 석좌교수는

<자본론>에 대해서 '자본주의를 철저히 과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성경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공산당선언>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 마르크스의 대표작은 누가뭐라고 해도 바로 <자본론>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자본론>은 오랜 기간 동안 금서였고, 아직도 선듯 손이 가지 못한다.


그 자본론을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써 쓴 사람이 있으니,

그가 바로 경희대에서 강의하다가 국정원에 신고를 당했다는 임승수이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국내도서
저자 : 임승수
출판 : 시대의창 2012.09.20
상세보기

한국사람들은 유난히 원서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독일에 유학을 가서도 칸트나 헤겔같은 고전을

꼭 공부하겠다고 우기는 사람들은 한국 유학생밖에 없다고 한다.


독일 현지 사람들도 소수만 공부하는 내용이지만,

한국 사람들은 독일까지 유학갔으면 그 정도는 해야한다고 우긴다는 것이다.


중국의 성리학도 한국에 들어와서 이황와 이이를 거치면서

중국에서도 따라오기 힘든 경지에 이르렀다는 이야기가 괜한 이야기는 아닌듯하다.


한국의 기독교도 굉장히 근본주의적인 것을 강조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뭘해도 제대로 해야하는 한국인들은 그래서 자본론도 꼭 해설서가 아닌 원서를 사서 본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1권의 앞 부분이 어렵다는 것에 함정이 있다.

그래서 처음에 큰 맘먹고 읽기 시작했다가 중도에 쉽게 포기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1권 앞부분만 잘 넘어가면 술술 읽히는 책도 아니라고 한다.

마르크스가 직접 편집하지 않은 2권과 3권은 논란의 여지도 많아서 점점 더 복잡해진다.


그래서 진짜 전공자가 될 것이 아니라면

그냥 해설서를 읽는게 좋다는 것이 김수행 교수의 추천이다.


이미 김수행 교수의 해설서 <젊은 지성을 위한 자본론>을 읽기는 했었다.

이 책 또한 입문서로써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쉽다고 이야기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에 비하면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은 굉장히 쉽게 구어체로 쓰여있다.

전기공학으로 석사학위까지 받은 사람이 자본론에 대한 책을 썼다는 점도 매우 흥미롭다.


물론 후반부로 갈수록 저자의 견해가 강력하게 적용되면서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등장하지만,

앞부분에 자본론에서 설명하는 자본주의의 작동원리에 대해서는 굉장히 쉽게 잘 설명이 되어있는 듯해서 마음에 든다.



+


이 책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부분은

마르크스가 사용한 수학적 수식들을 활용하기는 하지만 매우 쉽게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수행 교수는 아예 수식에 대한 부분은 빼버렸는데, 그럼에도 글이 쉽지는 않다)


자연계열 출신답게 수학을 쉽고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글도 굉장히 쉽고 명확하게 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

그래서 기존의 경제학자나 사회학자들의 글에 비해서 굉장히 쉽게 읽히는 경향이 있다.


마르크스는 상품의 가치는 노동에서 나온다는 '노동가치론'을 주장한다.

이윤이라는 것은 빼앗긴, 착취당한 노동에서 나오는 잉여가치이다.


자본가는 노동자에게 일을 더 오래시켜서 절대적 잉여가치를 창출하며,

생산력을 증가시켜서 노동자의 몫을 줄여 상대적 잉여가치를 창출한다.


자본주의에서는 모든 것을 화폐에 대한 환상으로 바꿔버린다.

이윤을 지속적으로 재투자해서 자본으로 전환시키면서 '자본의 축적'이 나타난다.


자본이 교환과 생산의 과정을 거쳐서 다시 자본으로 회수되는 '자본의 회전'을 통해 이윤이 증가된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 한 명의 자본가가 착할 수는 있어도 자본가 계급 일반이 착할 수는 없다.


공황은 자본가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데,

산업 예비군이 대규모로 존재하기에 노동유연성을 확보하기 좋고,

힘이 약화된 노동조합을 상대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수 있게 된다.


자본가는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서 신기술과 기계를 도입하지만,

잉여가치를 뽑아낼 수 있는 노동자의 수가 줄게되면서 오히려 이윤율은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후 13장부터 나오는 내용들은 마르크스의 이야기보다는

저자의 주장이 강하게 녹아져 있기 때문에 과학적 접근과는 다소 거리가 멀게 느껴졌으며,

개인적으로는 다소 공감하는 대목도 좀 있지만, 좀 과하게 주장한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많이 있었다.

(저자는 확실히 사회주의자였고, 남미 베네주엘라의 차베스 식 개혁 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


암튼, 대중을 상대로 자본론의 입문서로써는 아주 훌륭한 책인 듯하다.


물론 13장 이후부터는 객관적이라 보기에는 어려운 주장들이 나오지만,

앞부분 자본론을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주 만족스럽다.


확실히 아직까지는 자본주의의 작동원리를 이해하려면 <자본론> 만한 책이 없는 듯하다.


물론 최근에 큰 화제를 이르키고 있는

토마 피케티의 책을 아직 못읽었기에 이렇게 장담할 수는 없지만,

어짜피 그 책 역시 마르크스의 <자본론>에서 사상적 뿌리를 두고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의 최대의 적으로 알려진 마르크스가

사실은 자본주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최고의 학자라는 사실이 너무나 아이러니하다.


계량경제학으로 너무 빠져서 경제에 대한 철학적 사고가 많이 사라진 오늘날

다시 마르크스에 주목하게 되는 현실은 자본주의를 열열히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만약 그들이 그렇게 신봉하고 있는 자본주의가

다시 한 번 부활읠 날개짓을 펼칠 수 있으려면 최소한 마르크스의 분석을 뛰어넘는 무엇인가를 내놔야 한다.


마르크스는 전혀 실천적 방안을 제시하지도 못했고 

단지 자본주의는 내부적 모순 때문에 성숙단계를 지나면 스스로 무너질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현실이 되지 않을 듯한 그의 예언이 2000년대 이후

다시 슬슬 고개를 들면서 자본주의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자본주의가 성숙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민족주의적인 혁명이 일어났던 구 공산권과는 다르게

현재 자본주의 시스템의 위기야말로 사실상 마르크스가 예언했던 모습에 가깝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이미 이전에도 수차례 위기를 겪었고,

주기적으로 찾아온 경제 위기에 대해서는 전쟁이나 무역 등을 통해서 극복해왔다.


그래서 이번에도 위기만 잘 넘기면 된다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이제는 곪을대로 곪은 상황이라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과연 자본주의는 스스로 이를 이겨낼 수 있을까?

아님 진짜로 공산주의 사회로 넘어갈 수 있을까?


둘 다 아니라면 진짜로 사회적 경제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마르크스의 원리로만 보면 자본주의는 명백히 자기 모순을 극복하기 어려워보지지만,

그렇다고 자본주의 시스템을 대체하기에는 공산주의는 너무 급진적이고 이미 실패를 맛봤다.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는 사회적 경제

하지만, 이는 시스템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이념적인 성격이 강하다.


결국은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서로 호혜적인 관점을 가지고 연대를 해야한다는 것인데...

과연 이러한 접근이 세상에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주류 경제학자들은

TINA (There Is No Alternative)라고 자본주의 시스템을 옹호하고 있으며,


공산주의자들은 스탈린과 모택동이 공산주의를 왜곡시킨 것이기에

아직도 공산주의 사상에는 희망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은근 슬쩍 양 진영 모두 

새로운 대안은 없는지 계속해서 중간지점을 찾아서 기웃거리고 있다.


고장난 자본주의 진짜 대안은 없는 것인가?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한 책들을 좀 더 열심히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