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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10월 (1990) - 냉전의 종식, 통일을 생각하다

열린 공동체 사회 2014. 8. 15. 08:58



붉은 10월 (1990)

The Hunt For Red October 
9.1
감독
존 맥티어넌
출연
숀 코너리, 알렉 볼드윈, 스콧 글렌, 샘 닐, 제임스 얼 존스
정보
액션, 스릴러 | 미국 | 137 분 | 1990-06-23
글쓴이 평점  


솔직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러시아 혁명을 다룬 영화를 보고 싶어서 이 영화를 찾아보았다.


근데~~ 사실은 냉전시대를 대표하는 잠수함 영화였다니...

그것도 원작 소설과 영화가 모두 호평을 받은 무지 유명한 영화라는...


암튼 알렉 볼드윈의 상큼한 모습과

숀 코너리의 최고 전성기의 모습이 가장 큰 볼꺼리였던 영화인 듯하다.


얼마 전에 영화 <명량>을 봐서 그런지,

아주 대조되는 영화를 본 듯해서 나름 신선한 느낌이다.


무조건 때리고 부수고 화려한 블럭버스터 영화와는 다르게,

잔잔한 스릴로 137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게 느껴지는 영화이다~


+


영화는 한참 소비에트연방이 무너지고 있던 1990년 개봉되었다.


1985년 고르바초프의 서기장 취임 이후

견고하게만 보였던 소비에트연방(소련)은 고르바초프의 개혁정책과 함께

점차적으로 주변국들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해나가기 시작했으며 1989년에는 냉전의 종결을 선언했다.


그리고 결국 1991년 12월 25일 공식적으로 소련은 붕괴되었다.

이렇게 민감한 시기에 개봉되었으니 소련측에서는 굉장히 기분 나쁜 영화이다.


톰 클랜시가 쓴 원작 소설은 1984년 출간되었고,

레이건 대통령의 찬사를 받으며 톰 클랜시는 데뷔작으로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올라선다.


<붉은 10월> 이외에도 <페트리어트 게임>, <레인보우식스> 등의

그의 소설들은 영화와 게임 등의 컨텐츠로 제작되었고, 어찌보면 냉전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였다.


영화에서는 시대 배경을 고르바초프 시기로 바꾸면서,

더욱더 현실감있게 느껴지도록 만들었지만 전형적인 미국적 시각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듯하다.


전반적으로 러시아 군인들이 미군보다 훨씬 멋있게 묘사되기는 하지만,

그래봤자 미국에 망명하게 되며 오히려 붉은 10월호를 뒤쫒는 러시안들이 엄청 치졸하게 묘사된다.


특히나 잠수정 안에서 다같이 합창을 부르는 러시안들은

'이게 바로 진정한 해군이다~' 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절제되고 멋있어 보인다.


그리고 인트로에 나오는 숀 코너리의 간지는 진짜 작살 그 자체이며~

영화 내내 풍겨나오는 그의 조용한 카리스마는 이 영화의 최고의 볼꺼리인 듯하다.


+


존 맥티어넌 감독은 전작 <다이 하드>로 

액션 영화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호평을 받았으며,

<붉은 10월>에서도 그의 제한된 공간에서 만들어내는 긴장감과 액션은 일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잠수함이나 우주선이라는 소재를 다룬 영화들은

매우 고립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을 다루기에 스토리 전개가 만만치 않다.


등장 인물들 간의 관계라든지 심리 묘사라는 부분이 굉장히 디테일해야하며,

고립된 공간이기 때문에 화려한 액션이나 영상미를 살리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고립된 빌딩에서 보여준 <다이 하드>의 스릴감은 진짜 최고였고,

<붉은 10월>에서도 잠수함이라는 특수한 공간을 활용해 최고의 스릴을 만들어낸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절제된 그의 액션은 보는 사람에게 굉장한 긴장감을 주며,

정치적인 이슈에 대한 설정이나 이야기의 전개방식도 긴박하지만 오버스럽지 않게 잘 끌어나간다.


물론 스토리 자체에서는 다소 말이 안되는 부분도 있고 과한 부분도 있지만,

너무 과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복잡한 내용을 잘 조절해나갔다는 느낌이다.

(당연히 소련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기분 나쁠 수 밖에 없는 스토리 전개이다)


아쉬운 점은 존 맥티어넌 감독은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자신의 전공분야이 폐쇄된 공간의 액션스릴러라는 장르를 벗어나려다가

결국은 별다른 흥행작을 만들어내지 못한 체 사람들의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는 점이다.


이 정도의 대작을 만들었던 사람이 몇 편 말아먹고 사라져버리다니...

이 쪽도 굉장히 무서운 동네이다~ 워낙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니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


암튼 지적 욕망을 채우고 싶어서 선택한 영화였지만,

오히려 볼꺼리와 영화적 재미를 만낏하고 말았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소련의 설립을 알고 싶어서 찾아본 영화인데,

소련의 붕괴에 대한 영화였고 오히려 소련의 붕괴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다니...


미국으로써는 최고의 쾌거였을지는 모르지만 소련에게는 생존을 위한 선택이였다.

물론 소련의 붕괴를 선택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너무나 복잡한 요소들이 작용했기 때문에...


하지만, 그들은 최후의 발악을 해볼 수는 있었다.

아마 그렇게 했으면 인류 최악의 재앙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나름 최선을 다한 것이고 어떻게 보면 그래도 평화적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물론 수많은 희생과 고통이 따랐으며, 미국은 승전국이 된 것처럼 의기양양하게 새로운 적을 만들어냈다.)


냉전이라는 총성없는 전쟁이 지속되면서 나은 비극은

손 코네리의 대사 "40년간 전공없는 싸움이 지속되었다'는 한 마디에 모든 것이 설명이 가능하다.


전쟁이 있는 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구분이 안되는 상황

이것을 전쟁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는데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되는 상황


이것이야말로 냉전이 가지고 있던 본질이고,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분단상황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당사자인 남북에게는 즐거운 상황만은 아니다.


막대한 군사비용도 문제이지만,

분단상황으로 초래되는 수많은 사회적 비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분단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들에 의해서 정치가 왜곡되고,

아직도 분단 상황과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생존해있다.


사회/문화/경제적으로 분단이라는 상황은 굉장히 큰 걸림돌이며,

남북한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굉장한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다.


분단상황이 지속되면 점차적으로 이질화는 커지고 있고,

분단이 고착화될 위험은 나날이 높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정치와 외교이다.


분단 상황이 오히려 고마운 정치세력들과

분단 상황이 오히려 더 편한 한반도의 주변국들(중국, 미국, 일본, 러시아 등)은

그냥 전쟁만 안터진다면 이 상황이 고착화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적당한 시기 자신들에게 유리한 소스로 활용하면서도,

전쟁의 위험이 완전히 가시지 않는 상황은 누군가에게는 분명 유리한 상황이다.


통일이라는 이슈는 알면알수록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려운 문제이다.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당위성만으로는 더 이상 설명이 어려운 이슈가 되어버렸다.


사회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수많은 부작용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통일은 되야하지만 통일이 된다고 해도 그 과정이 더욱더 중요해져버렸다.

자칫하다가는 안한만도 못한 통일이 되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총성없는 전쟁이 나은 비극은 1953년 휴전이 된 이후로~

무려 60년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으며 아직도 진행형이라는 사실이 더 무서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