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y Room/Operations Management

왜 허니버터칩은 항상 가게에서 찾을 수 없을까? - 맥주게임으로 분석해보기

열린 공동체 사회 2014. 12. 16. 07:55


1960년대 MIT 슬론 경영대학원에서는

맥주게임이라는 흥미로운 시뮬레이션게임을 개발하였다.


생산 및 운영관리에서는 고전이 되어버린 이 게임은

일시적으로 폭증하는 주문으로 어떻게 기업이 망할 수 있는지를 분석한 게임이다.


맥주게임을 통해서 보면 허니버터칩은 항상 물건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갑작스러운 소비의 증가를 섣불리 대응하다가는 오히려 큰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 의견은 해태제과의 물류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단순히 맥주게임이라는 이론만 가지고 현재의 상황을 가상으로 정리해본 것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물량 부족 사태를 완벽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또한, 마케팅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물량 부족을 이용할 수도 있다.


다만, 허니버터칩의 품귀현상을

맥주게임(Beer game)과 채찍 효과(Bullwhip Effect)의 관점으로 지켜볼 필요는 있어보인다.



+


맥주 게임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맥주게임에는 소매업자 / 도매업자 / 맥주회사 마케팅 책임자가 등장한다.


3명은 서로 안면식도 없고 문서로 주문을 요청하며,

트럭 운전사는 주문 수량을 서로에게 전달해주는 역할만 한다.


사건은 맥주회사의 마케팅 활동에

시장에서 매출 증대로 이어지면서 시작된다.


사람들이 갑자기 소매점에서 특정 맥주를 찾기 시작하지만,

소매상들은 그 원인을 알지 못한다.


그리고 맥주는 한 번 주문을 하면, 

해당 물량이 4주 후에나 들어오기에 일정 수량의 재고를 쌓아두게 된다.

(오늘날,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물류 시스템이 배송기간이 굉장히 단축되어있다.)


꾸준히 매출이 이어지자 소매상은 손님들에게 이유를 물어보고,

최근에 TV에서 연예인들이 즐겨마시는 모습이 연출된 것이 원인임을 알게 된다.


당분간 매출이 이어질 것을 감지한 소매상은 주문 수량을 늘리지만

추가 주문량은 4주 후에나 들어올 예정이기에 재고는 바닦이 나게 되고 빈손으로 손님을 돌려보내게 된다.


맥주를 사러 온 손님은 감자칩이나 다른 형태의 안주를 같이 구매하기에

소매상의 입장에서는 그냥 돌려보내는 손님이 너무나 아쉽기에 충분한 수량을 보내지 못하는 도매상이 밉게 된다.


하지만, 4주후에 요청한 충분한 물량이 오지 못하고,

들어온 재고는 얼마되지 않아 바닦이 되면서, 소매상은 물량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 추가 주문 수량을 늘린다.


도매상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갑자기 소매상들의 주문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공장에 추가 주문 수량을 늘렸지만 소매상들의 주문 수량을 따라잡을 수 없게 된다.


이에 도매상은 추가 주문을 늘리기 시작하고, 

누적된 주문 재고는 눈떵이처럼 불어나서 어마어마한 수량을 주문하게 된다.


공장은 처음에는 추가 주문에 환호를 부르지만,

추가 주문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자 라인을 확장하고 인력을 충원하게 된다.


하지만, 광고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소매점들에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손님들이 발길이 뜸해진다.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

추가주문을 엄청해놨는데, 점점 팔리지 않고 재고가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소매점들은 더 이상의 재고를 감당하지 않으려고

재빨리 추가 주문을 하지 않게 되고 이제는 도매점에 재고들이 쌓이기 시작한다.


도매점에서도 재고가 쌓이기 시작하자 추가 주문을 하지 않게된다.

하지만, 눈떵이처럼 늘어난 재고는 계속해서 쌓여만 가고 공장에서는 더 큰 딜레마에 빠진다.


생산라인을 확충하고 인력을 충원했는데,

더 이상 생산을 하면 안되는 상황에 빠지게 된 체 재고만 창고에 쌓이기 시작한다.


한창 팔릴때는 없어서 못팔았는데,

대량으로 배달되기 시작하자 이제는 트랜드가 바뀌어 재고만 쌓이는 것이다.


+



맥주 게임은 시스템 다이내믹스의 창시자로 잘 알려진

Jay Wright Forrester MIT교수가 1961년 처음 만든 시뮬레이션 게임이지만,


채찍 효과(Bullwhip Effect)라는 이름으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P&G가 팸퍼스의 주문 패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면서부터다.


MIT대학에서는 20년에 걸쳐서 시뮬레이션 게임을 진행했고,

5개 대륙의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연령층에서 동일한 결과가 나타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실제 산업에서도 나타났고,


1973 ~ 1975년 반도체 산업

1986 ~ 1987년 PC메모리칩 시장

1989 ~ 1990년 자동차 산업에서 수많은 제조업체와 도매상, 소매상들이 고생을 하게 된다.


고객의 수요가 살짝 변하면

공급사슬 전체에 파도를 일으켜서

최초 공급단계로 갈수록 점차적으로 주문량의 변동이 심해지는 이러한 현상은


채찍의 손잡이를 살짝만 움직여도

채찍 끝에서는 거친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에 비유해 채찍효과라고 불린다.




굉장한 히트상품을 내놨는데,

그게 지속되지 못하고 일시적인 트렌드에 불과할 경우

인기가 사그라드는 시점에 엄청난 재고와 생산라인 구축으로 자칫하면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나 트랜드에 민감한 제과업체이기에

언제 사그라들지도 모를 인기에 힘입어 생산라인을 갑자기 늘리는 일을 벌이는 위험을 감수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도매상과 소매상들도 

당장 잘팔린다고 무작정 주문수량을 늘리기는 어렵다.

당장은 달콤하지만 이게 언제 폭탄이 되어서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결국, 이게 일시적인 인기가 아니라는 점이 증명되야지 

라인을 확충하면서까지 생산을 대폭 늘릴 수 있는데 아직은 시기상조일 것이다.


특히나 허니버터칩의 경우에는 맛 자체가,

지속적인 판매를 장담하기에는 트랜디한 성향이 강하기에 더욱더 조심스러울 것이다.


결국 허너버터칩의 품귀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과거 하얀 국물 라면의 경우에도

한 동안 큰 인기를 끌어서 생산라인을 증축했더니 

인기가 사그라들고 판매가 급감하면서 오히려 큰 손해를 보게 되었다.


해태제과 정도의 대기업이 물류시스템에 큰 문제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정도 수요 예측 시스템도 구축해두었을 것이고, 주문시스템도 모두 전산화되어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수요를 대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나 품귀현상이 이슈화되면서 오히려 판매는 더욱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점에서 최선의 대응책은

수요 예측을 더욱더 철저히 하면서 채찍효과를 최대한 방지하며,

라인 확충보다는 다른 생산라인을 임시로 돌려서 추가생산을 하는 방법밖에 없어보인다.


장사가 잘될 때는 행복한 비명이지만,

인기가 한 풀 꺾기는 순간 그 후유증을 겁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품목이 굉장히 트랜디한 스낵류이기에

더욱더 해태제과 입장에서는 방어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경쟁업체에서도 아직까지 미투제품을 내놓지 않는 것으로봐서는

업계에서도 대세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관망하고 있는 듯하다.


롯데제과 정도의 생산 능력이면,

한 달도 되지 않아서 비슷한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데도 아직은 신중해보인다.


과연 경쟁사의 미투제품이 먼저 나올 것인가?

아니면 해태제과가 먼저 생산라인을 확충할 것인가?

아니면 소비자들이 기다리다가 지쳐서 다른 제품을 구매할 것인가?


해태제과와 경쟁사, 그리고 소비자 간에

허너버터칩을 두고 새로운 눈치게임이 시작된 듯하다.



[참고문헌]


Hau L Lee, V Padmanabhan, and Seungjin Whang

The Bullwhip Effect in supply chains


Hau L. Lee & Corey Billington

Managing supply chain inventory: Pitfalls and Opportunities


John Paul MacDuffie and Susan helper

Creating Lean suppliers: Diffusing lean production through the supply ch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