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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응답하라! 1997 (2012)

열린 공동체 사회 2015. 1. 2. 00:27


2012년 <응답하라 1997> 열풍은 대단했다.


케이블 드라마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뿐만 아니라,

영화계의 흐름과 함께 90년대에 대한 신드롬을 일으키는 선봉장으로 작동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N 드라마 열풍은

일시적이라고 여겨져서 별다른 경계를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응칠은 시작에 불과했다.

2013년 <응답하라 1994>, 2014년 <미생>이 연이여 터지면서,

이제는 공중파 드라마 시청률을 뛰어넘는 놀라운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와서 뒤늦게 이 드라마를 봤더니,

드라마에 녹아있는 디테일들은 70~80년대생들이 열광할수 밖에 없게 만들어놨다.


90년대 중고등학교를 다닌 30대라면,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지금은 사라져버린 풍경들이 너무나 많이 나온다.


87년 이후 민주화 열풍과 문민정부의 등장,

세계적인 국제화 분위기와 IMF 체제로 인한 새로운 환경들을 배경으로

문화적인 역동기였던 90년대의 후반기에 대해서 아주 세세하게 잘 묘사하고 있다.


보는 사람들을 1997년과 1998년으로 돌려보낸 듯한

이러한 세세한 묘사들은 진짜 작가의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 세삼 느끼게 만들어주었다.


노래방, 콜라텍, PC통신, 빠순이 같은 대중 문화뿐만 아니라,

칠판과 분필, 학주, 남녀공학의 도입 등의 추억의 교실 풍경까지...


순간순간 아차하게 만들고,

누구든지 과거의 향기가 어디엔가는 걸리게 만드는 묘미가 있다.

(추억의 사진첩이나 녹화된 VHS테이프를 다시 찾아보는 환상을 일으킨다.)


심지어 주인공은 나와 동갑인 빠른 81년생이다.

중고등학교시절을 함께한 수많은 노래들을 BGM으로 듣는 재미도 아주 쏠쏠하다.


여기에 정은지라는 걸출한 신인 여배우의 깨알같은 연기력은

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매력포인트이면서 동시에 아이돌에 대한 편견 또한 없애주었다.


응답하라 1997: 감독 재편집 초회한정판 (6Disc) - DVD
배급 : / 정은지,이시언,신소율,성동일,이일화역
출시 : 2013.02.20
상세보기


응사에서 이어진 남편찾기 놀이는

응칠에서는 사실 약간은 다소 무리수를 두는 듯한 느낌도 있다.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너무 억지로 상황을 만들어내는 부분들이 사실 약간은 눈에 거슬리는 부분들이 있었다.


첫사랑팔이에 다소 집착하는 듯한 모습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주인공들의 얼키고 설킨 러브라인은 기존 드라마와 큰 차이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후속작인 응사를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줄거리적인 측면에서는 응사에서 디테일이 더 정교해졌을 것으로 기대된다.


응칠은 의도적으로 스토리 전개보다는

추억을 되살리기 위한 다양한 장면 연출에 주목한 측면이 눈에 띈다.


다양한 문화적인 측면을 다루는 듯했지만,

기억에 남을 정도로 강렬하게 연출된 것은 10대의 아이돌 팬문화와 PC통신 정도였다.



대중 문화 현상을 통시적으로 본 것이 아니라 

볼거리 위주로 다루었기에 세세한 디테일은 쩌는데, 약간은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렌디한 드라마에서 

이 정도로 대중문화 현상에 대해서 디테일하게 묘사했다는 점에서는 높게 평가해주고 싶다.

(중간중간 섞여있는 각종 광고와 영화 패러디는 혀를 차게 만든다)


사실 이 정도의 발상의 전환도 기존의 한국 드라마에서는 쉽지 않았다.

드라마에 대한 새로운 접근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아주 의미가 있는 케이블 드라마이다.


너무나 재밌게 봤지만, 

응사가 더 기대되는 이유는 또한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


첫사랑...

아름다고 순수해보이기만 한 소재이지만,


응칠에서는 과도한 미화보다는

굉장히 현실적인 일상생활이라는 측면을 아주 잘 부각하였다.


이루어지지 않은 첫 사랑을 떠올리면,

가슴 한편이 아른하면서도 그냥 그렇게 끝난 것이 더 좋아보이기도 한다.


사랑이 무엇인지, 그리고 아픔이 무엇인지

이별을 하고 난 후에야 깨달았다는 점이 좀 아쉬지만...


지나고 나서야 비로써 새롭게 깨닫게 된다는 점에서...

사랑은 절대 글이나 영상같은 간접체험으로 배울 수 없는 감정인 듯하다.


순수한 첫사랑에 대한 신화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런 드라마를 보면서 열광할 수 밖에 없다.


내가 이루지,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루지 못한 사랑이기에...

사람들은 아름답게 미화되길 기대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사람들은 자신의 과거를 아름답게 포장하고,

드라마 상에서라도 첫 사랑이 이루어지면 간접적으로라도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물론 이것이 현재의 삶에 대한 만족을 감소시키고,

현실을 외면한 체 계속해서 새로운 자극을 찾게 만드는 경향도 있지만...


대중 문화라는 것이 원래 이런 것이 아닌가?

내가 사는 현실과는 다른 세상에 대한 상상의 날개를 펼쳐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는...


이런 재미라도 있어야 살맛나는 것이 아닐까?


상상해보는 것에 대해서는

비용과 기회에 있어서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질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