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Innovation/Co-operatives

Co-operation, Learning and Co-operative Values - Tom Woodin (2015)

열린 공동체 사회 2016. 1. 30. 19:34

SBS 일요특선다큐멘터리 ‘협동조합은 학교다(Co-operative Schools in England)’


책으로만 읽었던 영국의 협동조합 학교 이야기


그 생생한 현장을 Spread i 가 영상으로 제작해 한국 공중파에서 방영되었다.


역시 책으로만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

다만 아쉬운 것은 영상이라는 매체의 한계로 자세한 이야기를 다루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더 많은 정보를 원한다면 서울시 사경센터의 해외연수팀이 작성한 영국 방문보고서를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http://sehub.net/archives/33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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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협동조합 학교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교육정책의 변화로 학사 운영에 있어서 자율권이 대폭 강화되면서부터 가능해진다.


2002년 영국협동조합그룹은 Young Co-operatvie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학생 스스로 협동조합 설립과 운영을 위한 지원사업을 시작한다.


이후 2004년에는 8개의 비즈니스 특성화 학교를 후원해 주었으며,

협동조합대학에서는 관련된 컨텐츠와 연구자료를 제공하면 뒷받침을 해주었다.


2006년 학교 재량권을 확대하는 교육법조항이 담긴 교육개혁이 시도되고,

'협동조합트러스트' 라는 이름으로 협동조합형태의 학교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공교육 개혁방안의 일환으로 협동조합 학교는 점차 증가하게 되며,

2010년 보수당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도 '협동조합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더욱 확장된다.


노동당 정권에서는 공립학교인 트러스트(재단학교)가 협동조합 형태로 변경되었다면,

보수당 정권에서는 아예 공립학교가 아카데미라는 사립학교 형태로 전환되고 있다.


노동당이 공교육의 개혁 방안으로 협동조합 학교로의 전환을 추진했다면,

보수당은 공교육의 민영화 방안으로 협동조합 학교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정부가 가지고 있던 소유권까지 학교로 넘어오게 되면서

덕분에 협동조합 학교는 더 많은 자율권을 획득할 수 있게 되었지만,

중앙정부가 관할하게 되면서 지방정부의 역할과 지원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함정이다.

(이러한 민영화의 흐름에 대해서는 협동조합 진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존재한다)


2008년 최초의 협동조합 학교가 들어선 이후,

2015년 10월 현재 약 850개까지 늘어났으며 지금의 추세로는 훨씬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정책의 변화, 이를 활용한 영국협동조합그룹의 추진력,

그리고 뒤에서 영국협동조합대학교의 컨텐츠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정부의 정책 변화가 있어도 이를 뒷받침할 기관들이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에 협동조합학교연합회의 역할도 빼놓을 수는 없다.

2009년 협동조합 학교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15개 학교들이 자발적으로 모이게 되었고,

2011년에는 협동조합의 지위를 갖게되면서 6개의 권역을 나누어 연합과 조정, 지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협동조합학교가 아닌 학교협동조합 위주로 확산되고 있으며,

학교협동조합과 관련된 자발적인 지원 단체들이 협동조합학교에 대해서도 이슈 파이팅을 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학교협동조합에 대한 책도 출간하는 등 매우 활발히 활동중이다.)


하지만, 학교협동조합은 학교 내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사업(매점, 버스 등)을 운영하는 형태라서,

좀 더 본격적인 교육 개혁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협동조합학교까지 이슈가 확산되어야만 할 것이다.

(물론 협동조합 학교를 만드는 것은 그만큼 훨씬 더 어렵고 복잡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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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협동조합학교 현황에 대해서는

서울시학교협동조합추진단이 연수보고서에서 아주 잘 정리해놨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실제 협동조합학교가 운영되려면 교육의 컨텐츠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과연 협동조합학교에서는 어떠한 형태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을까?


이러한 내용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런던 대학교의 Tom Woodin이 편집한 아래의 책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듯하다.

(아쉽게도 아직 국내에 번역본은 없다는 것이 함정)



Co-operation, Learning and Co-operative Values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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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교육은 구성주의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으며,

협동조합의 가치와 원칙이 기본적으로 바탕이 되어 있다.


역사적으로 협동조합은 상호공제회사뿐만 아니라 교육과도 밀접한 연관을 가져왔으며,

스페인의 몬드라곤 대학, 이탈리아 토렌티노의 EURICSE, 캐나다의 사스케치완 대학 등 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학습 네트워크, 폴랜드, 독일, 브라질 등 세계적으로 협동조합과 교육은 중요한 이슈였다.


특히 1979년에 시작된 IASCE는 효과적이고 참여적인 교육 방법을 찾기 위해서,

PIES (긍정적 상호의존성, 개인 책무, 동등한 참여, 자극적인 상호작용)에 기반한

협동조합 학습(Co-operative learning)이라는 개념을 발전시켜 교실을 뛰어넘는 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http://www.iasce.net)


오늘날 영국의 협동조합학교는 교육개혁을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부각되고 있다.


협동이라는 인간의 본성을 활용해 주관적인 존재감에 기반한 자발성과 민주주의 등을 경험하게 해주며,

원칙의 명확성, 신뢰의 분위기, 인지적 가치의 중요성, 책임과 권력, 참여 등의 가치를 몸소 체험하게 해준다.


협동조합 교육이 대안이 될 수 있는 이유는 그 자체로써 대안적인 접근이기 때문이다.


협동조합 조합원들이 만든 네트워크를 통해서 도구적 합리성의 지배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자본뿐만 아니라 문화적 자본도 형성할 수 있으며, 협동조합에 기반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다.


경계를 무너뜨리고 협력을 증진시키는 과정에서

협동조합주의는 혁신과 학습을 촉진할 수 있으며 공유된 리더십을 통해서 새로운 철학을 제시할 수 있다.


협동조합 교육 방식은 주류 정치 담론을 재형성하는데 자양분이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서 새로운 전략적 정체성과 지향성을 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줄 수도 있다.


협동조합 학교는 사회정의의 자유의 원칙을 강화함으로써

민주적인 교육의 발전에 대한 기반을 제공하며, 더 넓은 사회적 이슈로 확산될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협동조합 학교에 대한 구조와 교수법은 정교화되지는 못한 상황이다.

협동적 가치에 대한 다양한 해석으로 갈등도 생기며, 기술적인 메커니즘으로 받아들이는 경향도 나타난다.


참여가 부진하게 나타는 곳도 있으며 너무나 급격한 성장으로 교육 퀄리티의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영국협동조합대학이나 연합회도 학교의 증가 속도를 따라가기 벅차하는 분위기이다.


공동체와 학부모들의 참여도 중요하지만, 아직까지는 쉽지 않은 이슈이다.

협동조합 학교가 학교 본연의 모습인 '공동체 학교'로 돌아가야한다는 Roger의 주장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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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지역 협동조합 교육에 협동조합 대학이 있다면,

스코틀랜드 지역의 협동조합 교육에는 CETS가 있다.


2006년 설립된 CETS(Co-operatvie Education Trust Scotland)는

협동조합의 가치와 원칙에 기반한 협동조합 기업 교육을 위한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으며,

온라인을 통해서도 모든 자료를 공개해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http://www.cets.coop)


 CETS는 에버딘 대학(The University of Aberdeen)과의 협력을 통해

학생들이 시장과 경제에 대한 지식을 증가시키고 기업가적 태도를 지향하기 위한

기업가 정신과 사업활동의 대안적 방식과 혁신에 노출될 수 있도록 성공적인 작업을 해오고 있다.


협동조합 대학(The Co-operative College)만해도 부러운데 CETS까지...

이러한 전문 지원기관들이 영국의 협동조합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과연 한국에서는 누가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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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대학으로는 성공회대가 가장 먼저 움직이고 있고

한신대가 얼마전 석사과정을 개설했고 한양대도 석사에 관련 전공 과정을 개설했다.

지방대학들도 조금씩 관심을 갖고 있는 것같기는 하지만 아직은 학부생 교육 단계에 머물고 있다.


협동조합 대학이나 CETS같은 연구 성과물을 내기 위해서는 제대로된 연구자가 필요하며,

단순히 석사 과정 졸업생만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박사과정을 개설한다는 것은 학생들의 졸업 후 진로까지 고려한다면 쉬운 선택은 아니다.

성공회대만 유일하게 박사과정을 개설하고 있는데 다른 대학에서는 무모한 도전이 아니냐는 평가를 한다고 한다.


아직은 박사학위자가 배출되지 않아서 섣부르게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한국의 협동조합 연구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박사급 연구원은 너무나 필수적인 상황이다.


현장에서 몸으로 뛸 사람은 그래도 꽤 많은데 후방지원자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하지만 이들의 미래를 보장해줄 수 없기에 성공회대의 도전을 응원해주기에는 현실은 만만치 않다.


과연 2020년쯤 대한민국의 협동조합 진영은 어떻게 될까?

지금보다 훨씬 확대된다면 분명히 박사급 연구원들은 밀알과 같은 존재로 귀하게 쓰일 것이다.


반면, 협동조합이 일시적인 관심만 받고 아무런 성과를 못내고 있다면,

성공회대에서 배출한 박사급 연구원들은 사회에서 흡수되지 못하고 각자의 길을 떠나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 박사급 연구원 중에 한 명이다.

과연 내가 사회에 밀알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사회 분위기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런 분위기도 연구자들이 만들어가야하는 부분일 수도 있다.

(훌륭한 연구 결과들이 사회 분위기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20년쯤 성공회대가 한국에서 영국의 협동조합대학같은 존재가 되려면,

앞으로 할일이 매우 많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