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Innovation/Cooprenuership

디자인에 집중하라 Change by Design - Tim Brown (2010)

열린 공동체 사회 2016. 7. 24. 22:57

디자인에 집중하라
국내도서
저자 : 팀 브라운 / 고성연역
출판 : 김영사 2010.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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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대학의 로저 마틴 교수의 <디자인씽킹>

IDEO의 창립자 켈리 형제의 <유쾌한 크리에이티브>에 이어서,

3번째로 정독한 디자인 씽킹의 대가들이 쓴 책이다.


데이비드 켈리가 스탠포드의 D.school로 자리를 옮기고 IDEO의 CEO를 맡은 팀 브라운은

훌륭한 디자인 회사 IDEO를 위대한 디자인 회사의 레벨에 올려놨다.


그리고 IDEO와 D.school은 디자인 씽킹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전세계적인 유행을 만들어내며 각종 다양한 툴킷을 개발해서 보급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의 활동에 이론적 기반을 만들어주고 있는 사람이 바로 로저 마틴 교수이다.

 

개인적으로는 켈리 형제의 책은 너무 가볍게, 로저 마틴의 책은 너무 무겁게 느껴졌는데,

디자이너의 감수성이 충분히 녹아있으면서도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한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든다.

(로저 마틴의 책이 논리적으로는 더 잘 정리되어있는 느낌이지만, 아무래도 교수가 쓰다보니 좀...)


특히 팀 브라운이 이야기하는 현장감 있는 사례들은 단순히 사례만 제시하는 것과는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자신들이 진행한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설명하기에 확실히 훨씬 더 공감이 간다.


흥미로운 점은 <디자인씽킹>이라는 동일한 개념을 설명하고 있지만,

팀 브라운과 로저 마틴이 강조하는 포인트가 좀 다르다는 것이다.


팀 브라운은 디자이너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물론 디자인적 사고와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사고와의 균형을 강조한다는 점에서는 로저 마틴과 동일하다.


그렇지만, 확실히 디자이너 출신이라서 그런지 디자인적 사고에 무게중심이 많이 쏠려있다.

반면에, 로저 마틴의 경우에는 사고 방식에 대한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면서 둘 간의 균형을 더 강조한다.


확실히 누가 교수가 아니랄까봐 <디자인씽킹>을 정의내리고 분석하는데 더 공을 들인다.

실무적으로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지 좀 더 가볍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팀 브라운의 접근이 더 마음에 든다.


<디자인씽킹>을 체계적이고 분석적으로 설명하려고 드는 순간

어느 정도 <디자인씽킹>의 본질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디자이너처럼 약간은 가볍고, 실천적이고 도전적으로, 글이 아니라 비주얼로 보여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팀 브라운이 책의 말미에 목차부터 마인드맵으로 그려보고 싶었다는 이야기가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별로 <디자인씽킹>처럼 쓰여지지 않은 느낌이다.

기존 책들이 가지고 있는 방식을 너무 그대로 받아들인 듯해서 아쉬운 측면도 있지만,

실무적으로 활용될 툴킷은 다른 방식으로 이미 출간을 했기에 전통적 글쓰기를 일부러 따른 것같기도 하다.


+


그리고 확실히 실무자이기 때문에 실천적 방법으로 책을 마무리 하고 있다.


디자인씽킹을 어떻게 하면 조직에 내재화하며, 스스로에게 적용해볼 수 있을까?

모든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가장 중요한 일이고, 이 책이 쓰여진 궁극적인 목적일 것이다.


그는 조직 내 디자이너의 위상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길 건의한다.

실무적으로 디자이너들은 기획이 다 끝난 제품이나 아이디어를 시각화하는 역할을 주로 한다.


기획 회의에는 배제된 체 다 짜여진 판을 독특하게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듣기 마련이다.

물론, 최근에는 많은 회사들이 디자이너를 초기 기획회의부터 참여시키는 경우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디자이너들이 기획 의도를 잘 이해못해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

책에 나온대로 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에서 새로운 상품이 기획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팀 브라운의 말대로, 디자이너들이 기획한 제품이나 아이디어는 확실히 결이 다르다.

대부분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제외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디자이너들은 아이디어를 쏟아낸다.


그러다가 제대로 하나가 걸리면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대박을 치는 경우도 나온다.

전형적인 <디자인씽킹>의 프로세스가 반영된 성공한 상품 기획의 사례인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이런 일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디자이너들이 기획단계에 참여하는 일은 늘어나지만 그들의 발언권은 아직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들을 참가시키는 사람들 자체가 나중에 디자인을 잘 빼기 위해서 참여시키는 것이지,

시장 분석이나 상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그들의 활약을 기대하는 일은 드물기 때문이다.


팀 브라운은 이러한 프로세스에 정면으로 반막하면 디자이너들의 위상을 높이길 당당히 요구한다.

IDEO가 실력으로 보여줬고,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기획자들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굉장히 설득력이 높은 요구이다.


솔직히 책을 읽다보면 좀 과하다 싶은 정도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틀린 이야기는 아닌 것같다. 아니 어느 정도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대부분 기획 회의에서는 논리적이지 않고 톡톡튀는 디자이너보다 숫자에 강하고 논리적인 기획자의 말이 통한다.

하지만, 그들은 대부분 멋지게 피티를 시작하지만, 결국은 뻔한 아이디어만 제시하는 용두사미로 끝나버린다.

(개인적으로 나도 그러한 기획자 중에 한 명이였음을 부인할 수는 없는 듯하다.)


팀 브라운은 이러한 2가지 능력을 동시에 균형있게 갖춰야한다고 이야기하지만,

개인이 2가지 능력을 모두 뛰어나게 갖기는 힘들고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왜냐하면 양쪽 사고 방식에 뛰어난 사람들을 모아놓고 팀으로 일하게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회의할 때 처음에는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상대방으로 인해서 분노 게이지만 올라갈 것이 뻔하지만,

어설프게 양쪽 사고를 모두 하는 어설픈 사람들보다는 극단의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물론 여기에는 서로 다름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를 활용해서 시너지를 낸다는 전제하에 가능하다)


이는 굳이 모든 사람이 디자인적 사고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며,

디자인적 사고를 하는 사람과 합리적이고 논리적 사고를 하는 사람, 그리고 이를 조율할 수 있는 사람 등이 모여서

팀을 이룬다면, 이보다 더 효과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 경우는 없을 것같다.


이 책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흔히 시중에 떠도는 <디자인씽킹> 활용 방법론을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책의 내용에는 5단계의 실행 방법에 대한 내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지만, 5단계에 집중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좀 더 관찰과 공감을 통해서 시각을 넓혀주는 것을 강조한다는 느낌이 든다.


+


이에 비해서 한국에서는 5단계 중에 앞쪽의 관찰하기와 공감하기를 강조하는 흐름과

뒷쪽에 있는 공감하기-문제정의-프로토타입 부분을 강조하는 흐름으로 나눠지고 있는 분위기이다.


실전적이고 단시일 내에 결과물을 내놓아야하는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공감하기 마져 짧게 설명하고 넘어가며, 어떻게든 프로토타입을 보기 좋게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하는 모습도 있다.


특히나 공공기관에서 기획하거나 지원을 해주는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이러한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단기간 내에 최대한 많은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내고 이를 전시해놓고 보기좋게 사진찍어서 실적으로 홍보하는 모습


어떻게 보면 이는 디자인씽킹 방법론보다는 실적 위주의 사업으로 왜곡된 느낌이다.

디자인씽킹이 정해진 시간 내에서 프로토타입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다보니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전형적인 결과물 중심의 사고이고,

자칫하면 <디자인씽킹>을 일시적인 유행으로 평가 절하시킬 수도 있다.


과연 워크숍을 진행하시는 분들이 디자인씽킹을 얼마나 체화시켰을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며, 성인 교육과정에서 이게 쉽지 않다는 것을 지난 주 체험했다.


젊은 친구들에 비해서 협동조합 관련 임원진들은 디자인씽킹을 도입하는데 굉장히 어려워하는 것이 느껴졌다.

논리적으로 사고하는것에 이미 충분히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이를 거부했다.


관찰하기와 공감하기까지는 시키니까 어떻게든 함께하기는 하는데,

이를 실질적으로 회의를 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자세를 버리지 못하는게 나타났다.


일단 생각을 막 던져보고 정리해서 하나를 제대로 건지고, 

문제를 다시 정의하고 이를 빨리 프로토타입으로 만드는 방식에서는 완전 쥐약이였다.


회의는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심각해졌고, 남의 아이디어에 대해서 쉽게 수용하지도 못했다.

결국 온갖 자료를 찾아서 이에 기반해 설명하면 다른 사람들이 이에 대해서 동의해주는 모습도 나타난다.


아직까지 <디자인씽킹>의 방법을 실무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멀고 험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였다.

반면, 20대의 젊은 직원들은 굉장히 잘 받아들이는 모습이 나타났다. 


하지만, 젊은 친구들의 단점은 다양한 경험이 부족하기에 사고의 깊이에 있어서는 한계가 보였다.

역시나 결론적으로는 이러한 다양한 사람들을 섞어서 활용하는 것이 최선인 듯하다.


이 말은 5단계 접근을 그대로 차용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해서

디자인씽킹의 개념만 도입하고, 이를 반영해서 활용하는 것에서는 좀 더 팀을 강조하는 방식도 가능해보인다.


과연 현실에서 나는 <디자인씽킹>을 어떻게 활용해볼 수 있을까?

단순히 5단계 방식을 따라하기 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부분부터 고려해서 반영해봐야겠다.

쉽지는 않겠지만, 남과는 좀 다른 길을 가봐야 다른 결과도 얻어낼 수 있을 듯하다.


<디자인씽킹>을 제대로 활용하는 길을 찾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 느낌이다.


나도 이제 그만 고민만 하지 말고, 

빨리빨리 프로토타입까지 만들어보는 훈련을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