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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 The Legend of 1900 피아니스트의 전설 - Giuseppe Tornatore

열린 공동체 사회 2020. 1. 10. 13:10


주세페 토나토레와 엔니오 모리코네의 이름만 보고 고른 영화


아직도 어린 시절 <시네마 천국>의 감동은 잊지 못한다.

아름다운 영상과 귀가에 맴도는 음율은 영화가 이렇게 멋지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해줬기에...


그래서 스토리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엔딩 장면의 대화는 인생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믿고 듣는 OST는 기본이고 멋진 영상과 감명 깊은 이야기들...


우선 영화에 푹 빠져들게 하는 장면은 폭풍 속에서 춤추듯 피아노를 연주하는 씬


Magic waltz의 아름다운 선율과 신나게 피아노를 타는 장면은 감동 그 자체이다.


https://kakaotv.daum.net/v/404865946



이미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는 감상할 가치를 증명해줬다.


1900년대는 새로운 희망의 시대였다.

기술 발전이 꽃피우기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새로운 희망이 넘쳤다.


꿈을 찾아 도시로 또는 미국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 많은 것들이 사라지면서 동시에 많은 것이 만들어졌던 격동의 시기였다.


오늘날의 발전 속도에 비하면 비교도 안되지만, 그 전의 삶과 비교해보면

삶에 대한 페러다임이 완전히 뒤바뀌고 있던 새로운 세기였다고 할 수 있다.


1900년에 태어난 나인틴헌드레드는 이름부터가 이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새로운 가능성의 시대이면서 동시에 불활실성과 인간이 소외되기 시작한 시대가 바로 이 때이다.


나인틴헌드레드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다.

배에서 발견이 되어 출생 기록도 없고 한 번도 배를 내려본 적이 없이 사라져 버린 인물


유람선이라는 고립된 공간에만 존재하기에 그는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우주, 무인도나 정글에 사는 것과는 다르게 세상과 연결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이 점이 바로 고립된 문명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른 스토리와 다른 점이다.


정글이나 무인도에 사는 원주민들은 선택권이 없이 그냥 거기서 산다.

새로운 문명권의 낯선 사람이 그곳에 들어와서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녹아든다.


아바타, 늑대와 함께 춤을 등에서 흔히 등장하는 플로우이다.

하지만, 유람선이라는 공간은 전혀 다른 공간이다.


원주민이란 없다. 배는 모두가 잠시 머무는 공간이다.

배에 올라타는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떠나기 위함이며, 일하는 사람도 임시 공간이다.


모든 사람은 돌아갈 곳이 있고, 여기는 잠시 머무는 공간이다.

하지만 나인틴헌드레드만은 그렇지 않다. 그에게 배는 삶의 터전이다.


모두가 떠나는 이곳에서 나인틴헌드레드만은 떠날 수가 없다.

떠나 본적도 없고, 떠날 줄도 모른다. 그에게는 여기가 세상이고 전부이다.


그는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을 통해 세상과 만났고 인생을 배웠다.

워낙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기에 그의 천재성은 빛이 났지만 배를 떠날 수 없었다.


피아노를 봐. 건반은 시작과끝이 있지. 어느 피아노나 건반은 88개야. 그건 무섭지가 않아. 무서운 건 세상이야.

https://kakaotv.daum.net/v/404995622


이 번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전달되는 이어지지 못하는 사랑의 테마는 또 한 번 심쿵을 만든다.


가슴설레는 사랑의 설레임과 현실적인 삶의 현장

결국 안타깝게도 나인티헌드레드는 사랑을 찾아 떠나지 못한다.


강력한 사랑의 감정에도 불구하고 그는 배를 떠나지 못했다.

비록 천재이지만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는 것이 그만큼 두렵고 힘들었던 것이다.


+


나는 철새를 좋아한다. 삶의 터전도 계속해서 옮겨다녔다.

고등학교 입학을 위해서 처음 집을 떠난 이후 거의 2년에 한 번씩 이사 또는 전직을 했다.


처음 집을 떠날 때 설레임과 두려움이 공존했다.

하지만, 처음이 어렵지 두번째부터는 너무나 손쉽게 삶의 터전을 바꿨다.

새로운 동네에 가고, 새로운 직장에 가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곳에서 느끼는 낯설음과 혼란은 언제나 존재했다.

삶의 패턴이 다르고 사회적 룰이 다르기에 이방인 취급을 받을 때도 있었다.


나도 모르게 이러한 상황들을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같다.

누군가에게는 이러한 상황이 나인티헌드레드처럼 두렵고 힘든 도전일 수도 있는데...


21세기 이제는 디지털 노마드의 시대가 되어가 있다.

어딘가에 머물러있는 시간보다 이동하는 시간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이제 더이상 나인티헌드레드같은 삶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칠리아를 떠났던 시네마천국의 토토처럼 고향을 떠나는게 자연스러운 시대이다.


새로운 도전과 만남이 주는 즐거움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고향이 주는 안정감과 편안함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명절 때마다 가는 고향은 더 이상 내가 살던 고향의 모습이 아니다.

어린 시절 추억들이 군데군데 남아있지만 그 시절의 모습을 찾기는 어렵다.


어쩌면 이제는 고향이라는 곳은 가슴속에만 남아있는 추억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추억이 소중하기에 이런 영화에서 나는 감동을 받는지도 모르겠다.


어느새 잊혀져가던 아름다운 추억과 기억들을

다시 한 번 떠올릴 수 있게 해준 소중한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