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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The Last Dance (라스트 댄스) by ESPN

열린 공동체 사회 2020. 12. 4. 17:38

 

시카고 불스 왕조 마지막 97-98 시즌의 이야기

 

시카고 불스 왕조는 영화처럼 6번째 우승을 한 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 비난의 화살은 자연스럽게 제리 크라우스 단장에게 향했고,

어쩌면 시카고 불스 왕조의 설계자였던 제리 크라우스도 진짜 6번째 우승을 할 줄 몰랐을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제리 크라우스는 자신이 설계한 왕조를 스스로 없애버린

역사에 길이 남을 냉혹한 비즈니스맨으로 기억되고 있다.

 

과연 내가 시카고 불스의 단장이라면 어떠한 선택을 했을까?

 

+

 

시카고 불스 왕조 맴버 중 제리 크라우스의 선택을 받지 않은 사람은 마이클 조던이 유일했다.

 

1985년 단장으로 합류한 제리 크라우스는 (마이클 조던은 1984년 드래프트로 먼저 불스에 합류)

1985년 찰스 오클리와 존 팩슨, 1987년 스카티 피펜과 호레이스 그랜트, 1988년 빌카트라이트, 1989년 BJ암스트롱

그리고 1987년 어시스턴트 코치로 합류했던 필잭슨을 1989년 감독으로 승격시키면서 왕조 1기를 완성했다.

(물론 1988년 빌 카트라이트를 합류시키면서 마이클 조던의 절친이였던 찰스 오클리를 뉴욕 닉스로 보냈다)

 

90-91시즌 우승을 시작으로 제리 크라우스의 퍼즐 맞추기는 환상적이였다는 것을 증명했다.

특히나 저평가된 선수를 저렴한 가격에 영입해 우승을 이루어냈기 때문에 단장으로써는 최고라 할 수 있다.

 

2기의 주축 맴버인 토니 쿠코치(93), 스티븐 커(93), 론 하퍼(94), 룩 롱리(94), 데니스 로드맨(95)도 모두 그가 영입한 맴버들이다.

 

마이클 조던의 공백을 매꾸기 위해서 영입한 토니 쿠코치와 론 하퍼는 성공이라 하기에는 논란이 많지만,

전성기가 지나 트러블메이커로 찍힌 로드맨을 별 출혈없이 트레이드 해온 것은 크라우스다운 탁월한 선택이였다.

(기존 팀에서 별 자리를 못잡던 스티븐 커와 룩 롱리 역시 저렴하게 데려온 케이스라 볼 수 있다)

 

선수들의 역할을 조율하고 관리하는 것은 필잭슨 감독의 영역이였지만,

선수들을 영입하고 계약을 관리하는 것은 제리 크라우스 단장의 영역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철저히 냉혹한 비즈니스 맨이였고, 

팀이 아닌 구단을 위해서 오프시즌만 되면 선수들과 얼굴 붉히는 협상을 이어갔다.

 

팀에 어떤 기여를 했든, 어떠한 희생을 해왔든 그는 철저히 구단의 이익과 미래를 생각했고,

자신의 업적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려는 모습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했다.

 

그리고 결국 그의 고집으로 시카고 왕조는 허무하게 붕괴되고 말았다.

 

미래를 준비해야하는 단장으로써 불스 왕조의 리빌딩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였을 것이다.

하지만, 필 잭슨 감독은 이를 거부했고 단장으로써는 자신의 권위에 도전한다고 느꼈을 것이다.

 

필 잭슨과 제리 크라우스를 모두 놓칠 수 없던 구단주는 직접 필 잭슨과 1년 계약 연장을 추진해버렸고,

이에 격분한 제리 크라우스는 82승 무패를 기록해도 필 잭슨과 재계약은 없다고 시즌 전 엄포를 해버린다.

 

팀뿐만 아니라 NBA의 간판인 마이클 조던을 건드릴 수는 없었을테니,

저연봉의 트레이드 가치가 매우 높은 피펜을 내보내고 유망주를 확보하고,

고연봉자이면서 지속적인 트러블 메이커인 로드맨을 처분하는 것을 요구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조던이 은퇴한 후, 피펜은 트레이드됐고 로드맨은 방출되었다)

 

자신이 발굴하고 데려온 사람들이지만 이미 에이징커브를 보이는 상황에서

제리는 철저히 비즈니스적 가치를 중심으로만 사고를 했고 필 잭슨은 계속해서 이에 대해 반발했다.

 

장기계약에 묶여 저평가 된 스카티 피펜을 수시로 트레이드하려고 하면서 불씨를 키워왔고,

피펜과의 표면화된 갈등은 팀 전체 분위기에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었다.

 

상대적으로 고평가되는 선수를 처분하고 저평가된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비즈니스적으로는 현명한 판단일 수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과정 관리가 전혀 안된 것이다.

 

선수와 구단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과정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는 철저히 계약중심으로만 움직였고 피펜을 비롯한 많은 선수들의 마음을 상하게 만들었다.

 

없는 살림에 최대의 효율을 내야하는 입장은 이해가 됐지만,

최소한 선수들이 부당하다고 느끼는 상황들을 연출하지는 말았어야 했는데 그 부분을 놓친 것이다.

 

결국 우승 프리미엄을 가지게 된 선수들은 차례로 모두 불스를 떠나 버렸고,

불스는 이제 누구나 뛰고 싶어하던 선망의 팀이 아니라 가기를 꺼려하는 팀이 되어버렸다.

 

무명의 구단을 왕조의 반열에 올린 것도 제리지만,

결국은 구단을 선수들이 기피하는 곳으로 만든 것도 제리였다.

 

이제는 고인이 된 제리는 탁월한 안목과 비즈니스 역량에 비해서 

너무나 저평가 된 인물임에는 분명한 듯 보인다.

 

하지만, 비즈니스에서 사람이 중심이 되지 못할 때 어떠한 참사가 발생할 수 있는지,

시카고 불스 왕조의 붕괴는 너무나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NBA 역사상 가장 빛나는 팀이였던 시카고 불스는

가장 허무하게 붕괴되어 20년이 넘도록 다시는 챔피언의 자리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데릭 로즈와 지미 버틀러라는 슈퍼스타가 등장했었지만, 결국은 둘 다 팀을 떠나게 되었다.)

 

스몰 마켓임에도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시카고 불스가 과연 예전의 명성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제리 크라우스가 떠난 이 후 행보를 봐도 20년 전과 큰 차이를 보이진 않고 있다)

 

구단주 제리 라인스도프 (Jerry Reinsdorf)는

20년 전 라스트 댄스의 영광을 다시 보면서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지 너무나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