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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2014) - 아들보다 나라를 더 걱정한 아버지

열린 공동체 사회 2016. 5. 5. 01:36

아들보다 나라를 더 걱정한 아버지





영화는 다소 지루한 측면이 존재한다.


시간을 넘나드는 교차편집으로 지루함을 없애려고 노력한 듯하지만

기본적으로 스토리의 전개가 지루하게 느껴질 밖에 없는 긴 서사 구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아인과 송강호라는 인물은 영화에 완벽한 볼꺼리를 제공해준다.



+


괴짜이면서도 완벽주의자인 영조의 모습은

사도세자가 죽을 밖에 없었는지를 굉장히 설득력있게 보여준다.


유능한 보스가 후계자를 어떻게 죽일수 있는지,

과연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 - 믿고 기다려준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사도세자는 분명 매력적인 인물이였지만 개성이 강했다.

하지만, 영조의 입맛에는 별로 맞지 않았고 손자 정조는 완벽한 대체재였다.


왕위를 계승받고도 계속해서 신하들의 견제에 시달렸던 영조는

앞뒤가리지 않고 순수한 사도세자를 보면서 굉장히 불안했을 것이다.


대리청정을 하는 과정에서 갈등은 극에 달하게 된다.

순수한 사도세자에게 왕위를 넘긴다는 것은 부자관계를 넘어서는 의무감을 것이다.


완벽주의자였던 영조에게는 선택권이 없다는 현실이 못마땅할 밖에 없었고,

자신의 입맛에 딱들어맞는 정조의 등장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만든다.


아들에 대한 사랑보다는 안정된 왕위계승이 중요했던 것이다.

과연 내가 자리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삐뚤어지는 사도세자를 보면서 어떻게 했을까?

냉정하게 영조처럼 자신의 아들을 버릴 것인가?

이런 것을 보면 조선시대 태어나지 않은 것이 너무 감사하다.


나에게는 선택권이라는 것이 있으니, 

내가 싫으면 그냥 버리고 가면된다. 영조나 사도세자, 정조와는 다르게...


그렇다면, 그들에게는 선택권이 없었을까?

그들은 자신들의 방식을 고집했다. 어찌보면 선택권이 없던 것은 어린 정조뿐이였다.


영조와 사도세자는 한치의 양보가 없었고, 결국 파행으로 흐르게 됐다.

그들이 이해가 가면서도 지켜보는 내내 너무 안타까웠던 측면이다.

그냥 포기하면 되는데, 살짝만 양보하면 되는데...


(영화 속에서는 볼 수 없었던 두 명배우의 훈훈한 모습)


+


영화를 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은 흥행을 위한 편집이였다.


유아인의 감성연기가 좋았고, 산파적 측면이 흥행에는 중요한 측면이기는 하지만,

여기에 너무 집중하면서 영화가 살릴 있었던 핵심 포인트를 놓쳐버린 느낌이다.


사도세자가 아닌 정조를 선택할 밖에 없었던 이유가 영화에 녹아있지만,

산파에 묻혀서 사실 부각이 안된다. 그냥 인간미 넘치는 사도세자가 너무 불쌍할 뿐이다.


중간중간 설명이 나오기는 하지만, 불안정한 왕권이 잘 나타나지 않아,

어떻게든 강력한 왕권을 확립하려는 영조의 고뇌가 상대적으로 부각이 안되버렸다.


아들을 사랑해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 사도세자의 선택도 잘 부각이 안됐기에,

마지막에 정조가 아버지에게 미안해하는 부분이 갑자기 뜬금없게 느껴진다.


영조가 그냥 꼰대에 불과한

냉정한 괴짜 노인네가 되어버린 것은 나만의 느낌인가?


영화 곳곳에는 영조의 고뇌를 표현하고자 했던 부분들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사도세자의 아픔을 부각하는 과정에서 이런 부분들이 다소 뜸금없게 느껴진다.


시나리오에서는 중요한 흐름 하나였으나, 편집과정에서 잘려버린 것은 아닌가 싶다.


후계자를 정하고 안정된 정권 이양을 해야만 하는 지도자의 고뇌가

유아인의 감성적인 연기력에 밀리면서 막판에 흥행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 이루어진 듯하다.


아무래도 영화의 주요 타겟층을 노린다면,

이성보다는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유리하고 유아인의 매력을 살리려면 당연한 선택이다.

아마도 선택이 흥행에는 도움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덕분에 영화는 '명량' 그랬던 것처럼 그냥 산파가 되어버렸다.

유아인이 연기를 너무 잘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되어 메세지를 바꾼 듯하여 아쉬울 따름이다.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이 남는 영화지만,

그래도 영조와 사도세자를 이해하는 좋은 기회였다.

(역사적 고증에 상당히 신경쓴 이준익 감독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사회의 지도자로써의 책임과 의무,

그리고 개인적인 욕심, 사랑과 갈등에 대해서 고민해볼 있었다.


사도세자와 같은 캐릭터가 동일한 위치에 처하게 된다면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것인가?

정에 이끌려 그냥 왕위를 물려준다면 비극은 어찌할까?


무능한 지도자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고통속에 빠지게 만들 있는지 우린 이미 경험했다.

그러고도 과연 우리는 영조를 막연히 비난할 있는 것인가?


정종과 문종이 어떻게 역사속에서 사라졌는가?

태종이 결국은 세종에게 왕위를 계승했던 것을 우리는 어떻게 판단해야할 것인가?


이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수많은 재벌 총수들에게도 동일한 메세지를 준다고 있다.

자식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도 알겠지만, 그게 과연 최선의 선택인가?


내가 지도자의 자리에 올랐을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것인가?

영조는 단순한 욕심쟁이 괴짜 노인네가 아니다. 그는 나름 지도자로써의 선택을 것이다.


선택으로 인해 조선은 정조라는 걸출한 왕을 얻을 있었다.

완벽한 선택은 아니지만 막연히 그를 비난할 수만은 없는 결정적인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