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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_나의 첫 아프리카 수업 by 김유아

열린 공동체 사회 2024. 2. 21. 04:22

4번째 케냐 방문

 

이제는 아프리카가 낯설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여전히 잘 모르기에 아프리카 관련 책을 한 권 들고 떠났다. 무겁지 않고 가볍게 읽을 수 있기에 케냐로 가는 비행기에서 이미 다 읽을 수 있었다. 

 

‘나의 첫 아프리카 수업’

 

아프리카는 면적뿐만 아니라 인구 수로도 2번째로 큰 대륙임에도, 국제 사회에서의 목소리가 크지 못하다. 반면 평균 연령이 가장 낮은 대륙이기에 앞으로의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지역이기도 하다. 한국에 알려진 아프리카에 대한 이미지는 온갖 오해와 편견으로 쌓여있다. 아프리카의 빈곤과 분쟁에 대한 소식만 주로 접하다보니 사람이 살 수 있는 동네인가 싶을 정도 삭막한 느낌이다. 하지만, 면적도 넓고 인구도 많다보니 다양한 면이 존재하는 대륙이 아프리카이다. 일단 국가 숫자만해도 54개이며, 지역마다 기후도 완전히 다르고 문화도 완전히 다르다. 수많은 분쟁에 시달리면서도 타 문화에 대한 존중과 배려도 살아있기에 다양성이 유지되고 있는 측면도 있다. 오히려 외부적인 요인들에 의해서 분쟁이 확장되는 경향도 상당히 있어보인다. 그만큼 아직까지 아프리칸들의 시민의식이 성숙하지 못하고, 전근대적 요소들이 현재에도 계속 공존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측면도 보인다. 나 역시 나이로비 시내를 돌아다니다보면 온갖 것들이 혼재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좋게 이야기하면 역동성이 존재하는 사회이고, 나쁘게 말하면 불안정성이 너무 높은 사회인 것이다. 

 

아프리카가 가진 사회문제를 보면 대부분의 개발도상국들이 경험했던 내용들도 있지만, 전세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의 축소판이다. 빈곤과 양극화, 독재와 전쟁, 인종 및 종교 갈등, 테러와 난민, 기후변화와 생태 위기 등 너무 복합적인 문제들이 산재해있지만, 아프리카만의 문제라고 규정하기에는 전 지구적인 이슈들이기도 하다. 너무 다양한 이슈들이기에 풀지 못할 숙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54개 국가를 구분해서 이슈들을 나눠서 보다보면 또 각각의 맥락들에서 풀 수 있는 단서들이기 보이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문화적 갈등 이슈보다는 정치, 경제적 이슈들이 더 많아 보인다는 점이 있다. 너무나 다양한 부족들이 섞여있기에 분쟁의 소지가 높아 보이지만 아프리카 전반에 걸쳐 공동체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정신이 ‘우분투’ 정신이 깔려있다. 독재로 인한 분쟁, 외교적 이슈로 인한 분쟁, 식민 통치 잔재로 인한 분쟁, 기근과 자원에 의한 분쟁이 뉴스를 뒤덮고 있지만, 남아공에서 이루어낸 국민 화합과 네그리튀드 같은 문화해방 운동, 가나의 평화적 정권 교체, 튀지지의 재스민 혁명 같은 사례들을 보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프리카의 경우 서구 열방의 오랜 수탈과 식민통치를 벗어나 부족 사회에서 바로 현대적 국가 시스템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온갖 혼란과 갈등을 압축적으로 경험하고 있어 보인다. 남들이 만들어놓은 갈등의 씨앗을 고스란히 물려받았을뿐만 아니라 인간 본성이 가지고 있는 온갖 욕망들이 뒤엉켜 드러나면서 독재와 전쟁, 난민이라는 사회 문제로 표면화되어버렸다. 그리고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시민들이 떠안고 있다. 어쩌면 시민으로 살아본적도 없고 시민이 뭔지도 모르지만 현대적 국가가 생기면서 갑자기 시민으로 살아야만 하는 상황일지도 모른다. 곳에 따라서는 아직도 부족사회 시절의 마인드로 살아가는 소수민족도 상당수 존재한다. 그렇기에 이들 스스로 문제들을 해결하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분쟁들에는 반드시 외부 세력들의 정치적 외교적 경제적 이해관계로 인한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아프리카를 보면 궁휼한 마음이 생기는 것같다. 원래부터 갈등보다는 공동체성과 화합을 중시하는 문화가 존재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분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부족 사회로 그대로 살고 있었으면 모르겠지만, 이미 서구 열강이 뿌려놓은 씨앗들로 식민지와 독립이라는 과정을 거쳐 현대적 국가 시스템으로 변화되어버렸다. 외부 세력의 개입은 약탈의 형태에서 국제 원조라는 형태로 바뀌었지만, 이는 독립된 현대 국가로 가는 과정에서 의존적으로 만든다는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그렇다고 국제사회가 그대로 방치하기에는 이미 갈등의 씨앗을 너무 많이 만들어놨고 내부적인 동력과 자원도 부족하다. 무엇보다도 당장 인권이 위협받고, 수많은 사름들이 죽어가고 있다. 아프리카를 때마다 그들이 보여주는 외부에 의존적인 태도를 보면 안타깝지만,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도 선진국들이다. 여기에 전세계적으로 해결해야하는 기후 위기와 새로운 정치 문화적 갈등이라는 새로운 이슈도 직면하고 있기에 난이도는 더욱 높아보인다. 어찌보면 아프리카 사람들의 평균연령처럼 아프리카의 현대화된 국가 역시 평균 연령 역시 세계에서 가장 낮은 것일 있다. 외부 세력으로 시작된 갑작스러운 사회 변화와 지구 환경의 변화로 인해 극심한 성장통을 겪고 있는 상황일 수도 있다. 성장통이 너무 심하고 감당하기에 아직은 너무 어리기에 국제 사회가 도와줘야만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성장통을 이겨냈을 가장 젋은 시민 사회가 형성될 수도 있다는 희망도 갖게 된다. 온갖 복잡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서구의 국가들과는 분명히 다른 형태의 현대적 국가와 시민사회가 아프리카에서는 만들어질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대로 희망도 보인다. 지금은 연약하지만 가장 젊기에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특유의 템포와 방식으로 이러한 사회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궁금하다. 그리고 스스로 만들어가는 변화과정에서 조금은 아프고 사람들이 희생되지 않게 그들과 함께 하고 싶어진다.